10년 만이네요… 돌아온 ‘까만 콩’ 이본

1990년대를 대표하는 만능 엔터테이너였던 이본이 돌아왔다.
10년 만에 돌아온 그녀에게 더 깊은 눈빛과 부드러운 말투를 느낄 수 있었다.
과거와는 다른 이본이 되고 싶다던 그녀에겐 지금이 시작이었다.

    입력 : 2017.01.10 16:57

    [Table with: 반전 있는 그녀… 탤런트 이본]
     

    ‘까만 콩’ 이본이 돌아왔다. 1993년 데뷔해 1990년대를 대표하는 연기자이자 쇼 MC, 라디오 DJ로 활약한 이본. 2004년 라디오 ‘이본의 볼륨을 높여요’ DJ를 마지막으로 방송계를 떠난 뒤 근 10년 만이다. 40대 중반에 접어들었지만 20대 섹시 아이콘이었을 때와 큰 차이가 없다. 8등신 몸매, 작은 얼굴, 커다란 눈, 외국인같이 높은 콧날까지 그대로였다. 진행 솜씨는 한층 여유로워졌다. 지난 2015년 무한도전 ‘토토가’ MC를 비롯해 TV조선 요리 예능 ‘앞치마 휘날리고’ 등 방송에 깜짝 등장하자마자 골수팬들이 들썩였다. 달라진 건 있다. 눈빛은 깊어졌고, 말투는 부드러워졌다. 7년간 어머니 암 투병 간호를 하며 사람의 소중함을 절감했다는 그녀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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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저녁 6시 이후 금식
    20년 따라할 자신 있나요?

    이미지는 실제(實際)가 아니지만 때로 실제보다 더 강력하게 한 사람을 규정짓기도 한다. 아무리 발버둥쳐도 ‘넌 그렇다’고 낙인 찍으면 그 굴레에서 벗어나기란 다시 태어나는 것만큼 힘든 일일지도 모른다. 대중의 시선을 받는 스타라면 더 그럴 것이다. 탤런트 이본이 그런 예다. ‘되바라진’ ‘자기 멋대로’ ‘천방지축’…. 그녀에게 붙어 다니던 수식어는 이본과 동의어처럼 여겨지곤 했다.

    “사람을 쉽게 판단하지 않아요. 제가 그것 때문에 상처를 많이 받았거든요. 한창 활동할 때 인터뷰 때마다 사람들이 제 앞에선 ‘보기와는 다르시네요’ 하면서도 기사는 그렇게 나오지 않더라고요. 강하고, 억세고…. 이미지 때문이었나 봐요. 그런 경험 때문에 사람을 함부로 재단하지 않으려 해요.”

    최근 서울 청담동에서 만난 이본(45)은 에너지가 넘쳤다. 10년 가까운 공백이 있었는데도 엊그제 TV에서 본 사람 같았다. 여전히 20대 같은 몸매와 피부를 지니고 있었다. 2015년 MBC 무한도전 ‘토토가(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편에 단 7분 등장하고도 7년 ‘고정 출연’한 사람처럼 존재감을 과시했던 그녀다. 시원스레 뻗어가는 발성 때문인지 작은 방에 목소리가 꽉 찼다. 대찬 목소리 때문에 ‘할 말 다 한다’고 비칠 수도 있겠지만, 문장과 문장 사이에 이따금 들어가는 포즈(pause)에선 강함 속에 숨어 있는 그녀의 연약함이 느껴졌다. ‘반전’은 최근 그녀가 낸 책 ‘이본. 그 여자의 뷰티’에서도 곳곳에 드러난다.

    출간 기념회에서 팬들이 선물한 인형을 들어 보이는 이본. /이본 인스타그램

    오후 8시 라디오 진행
    10년하며 들인 습관

    운동 못할 땐 19층 계단 오르기

    어쩌면 독해 보인다. 저녁 6시 이후론 아무것도 먹지 않는 게 일상이자 몸매 유지 비결이란다. 운동을 제대로 못 할 때는 19층 계단을 오르내리며 몸을 관리했다. 후배들을 줄 세워 ‘원샷!’ 연발할 것 같은 이미지인데도 술 한 잔도 입에 대지 않는다.

    그녀가 1995년부터 2004년까지 10년간 ‘개근’하며 오후 8~10시 라디오 DJ(KBS 쿨FM ‘이본의 볼륨을 높여요’)를 했다는 걸 돌이켜보면 철두철미한 자기관리가 의외는 아니다. “2년 반 동안 책 쓰면서 어려운 일이라고는 한 번도 느끼지 못했어요. 제겐 너무 편안하니까. 다들 공감할 거라 생각했는데 ‘정신력 문제가 아니라 그렇게 사는 건 아예 불가능하다’는 반응까지 있어 놀랐어요.” 그녀의 책을 읽으며 솔직히 ‘그래서 어쩌라고’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본과 만나 한 시간 넘게 얘기를 나누다 보니 ‘따라해 볼 수도 있겠다’ 싶었다. 흐트러지기 전 언제나 추스르고 일어났던 이본의 ‘삶의 아름다움을 유지하기 위한 4계명’.

    비움에 익숙해져라


    “연기할 땐 식사도 불규칙하고 제대로 챙겨먹을 시간도 없었어요. 저녁 땐 너무 배가 고파 분유를 먹기도 했어요.”

    처음부터 오후 6시 이후 금식을 생활 방식으로 삼았던 건 아니다. 10년간 저녁 시간에 라디오 DJ 일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몸에 녹아든 버릇이다. DJ를 하면 최소 1시간 전에는 도착해 대본을 읽고 분위기를 익혀야 했다. 습관이 버릇이 되고 라이프 스타일이 됐다. ‘작은 습관’ 익히기가 성패의 기본. 그녀의 조언은 ‘자기 전 최소 6~7시간 공복을 유지하라는 것’하지만 보통 사람들이 따라 하기 쉬워 보이진 않는다. 특히 식사 약속에선 결심이 쉬이 무너진다. “먹게 되면 극소량을 드세요. 라디오 DJ를 오래 하다 보니 대화할 때 ‘들어주는 사람’ 입장이 되는데, 식사 모임에서 상대에게 집중하고 맞장구치다 보면 자연스레 먹는 걸 줄일 수 있더라고요.”

    젓가락을 내내 들고 다음 음식을 공략하기보다는 음식과 음식 사이에 내려놓는 습관을 들이는 것도 좋다. 이본은 “술을 한 잔만 해도 정신을 잃는 수준이어서 술을 전혀 안 하지만, 술자리에서 ‘술 마신 사람처럼’ 즐겁게 분위기 타는 것도 사회생활 노하우”라며 웃었다.

    ‘꾸준함’ 유지… 운동은 대근육 위주


    부모님께 고마워하는 부분. 에너지가 계속 넘친다. “잘 지치지 않는 편이에요. 활동량이 많아 기초 대사량도 높아요. 지구력이 강하고 어지간해서는 싫증을 잘 안 내죠.” 2004년 라디오를 그만둔 뒤 7년 동안은 암 투병을 하는 어머니 곁에서 ‘5분 대기조’ 생활을 했다.

    초반 6개월은 24시간 내내 붙어 있었는데, 몸이 축났다. 자신에게 오롯이 투자하는 시간도 꼭 필요하다는 걸 배웠다. 그렇게 찾게 된 것이 학교다. 연기를 하면서 그만두게 됐던 대학교를 다시 찾았다. 단국대 문화예술대학원 공연예술학과에서 공부했다. 10년 구력의 골프는 싱글. 체력을 유지하려고 플라잉 요가도 배우고, 국궁장에서 활쏘기도 했다. 다 집 근처로 골랐다.

    19층 계단 오르기를 한 것도 “운동하기 힘들다”는 핑계를 대기 싫어서다. “집 바로 앞이고, 아무 도구도 필요 없고, 시간도 많이 들이지 않아도 되잖아요.” 지금은 PT(개인 지도)를 받는다. “몸을 최대한 아끼는 운동을 가르쳐달라”고 강사에게 부탁했다. 대근육(팔·다리 등에 관련된 근육) 위주로 운동한다.


    젊음을 가까이하라

    대학교서 만난
    어린 친구들에게 많이 배웠죠,

    후배들에게
    내 직업은 ‘밥사’

    학교에 다녔던 것이 큰 활력소가 됐다. “제 나이 때 경험하지 못했던 일들을 겪는 어린 친구들을 보면서 내가 저 나이 땐 어땠나, 저런 고민이 있었나 하면서 많은 걸 배워요. 생각 폭도 넓어지고요.” 재밌다고 느낀 친구들의 대화를 적어뒀다. 요즘엔 시나리오도 쓴다. 대학원 시절 실습하면서 썼던 희곡을 연극 무대에 올리고 싶다.

    책에는 원래 관심이 많았다. “라디오 사연에 응답하는데 제가 아는 선에서 조언을 하는 게 한계가 있더라고요. 대본에 별로 의존하는 스타일도 아니었고요. 나이는 먹는데 제 코멘트가 발전 없이 제자리만 맴돈다는 게 화가 났어요.” 선배들과의 모임에도 안 빠지지만 후배들 모임에도 적극적이다. 과거 그녀의 인터뷰를 보면 한 후배가 이런 말을 했다. “이본 선배 직업은 ‘사’ 자 달린 직업 중에서도 가장 좋은 ‘밥사’예요. 늘 후배들한테 밥을 사주거든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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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사람에게서 힘을 얻어요”라며 아이처럼 배시시 웃다가도 카메라만 들이대면 요염하게 표정을 바꿨다. 조명과 카메라가 에너지의 원동력인 것처럼. 이본은 뷰티 콘셉트에 맞춰 서울 청담동 재클린미용실을 인터뷰 장소로 택했다. 화려한 퍼(fur) 재킷과 낮은 굽 롱부츠 등은 모두 본인 소장 제품.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여행에 빠져라


    작품을 쉬고 대중에게 잊힐 때였다. “처음에 굉장히 우울증이 심했어요. 여행을 하다 문득 깨달았죠. 우울해 봐야 나만 손해라는 걸.” 여행지에선 이방인이었다. 아무도 못 알아본다는 게 당연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어리석었다. 누구도 짐을 대신해줄 수 없었다. 스스로를 깎아내 버려내고 욕심을 내려놓아야 했다.

    “사람들한테 사랑받고 살아야 행복하더라고요. 그게 저예요. 대중의 무관심을 잘 극복해 냈지만 연예계를 떠나겠다는 마음은 없어요.” 떠나보니 알게 됐다. 연기할 기회도, 대중에게 사랑받는 것도 너무 쉽게 주어져 당연한 거라 생각했었다. 한 걸음 물러나 보니 그 자리가 얼마나 간절했고, 그 일을 얼마나 사랑했는지 그때서야 깨달았다. 시간이 가르쳐줬다. 그녀는 과거와는 다른 이본이 되고 싶다 했다. 생각도, 연기도, 마음가짐도 달라졌다고 말한다. 차면 기운다던데, 그녀에겐 지금이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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