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7.01.24 08:07
[방성수의 글로벌 경제 <8> 케빈 존슨 스타벅스 차기 CEO]
‘세계 최대 커피 체인에 무슨 일이?’
하워드 슐츠(64) 스타벅스 회장이 지난 12월 1일 “내년 4월 3일 최고경영자(CEO)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스타벅스 성공 신화’의 퇴임 소식에 주가는 순식간에 12% 폭락했다. 그러나 ‘디지털 전환을 위한 필연적 선택’이라는 반응이 나왔고 주가도 안정을 찾았다. ‘멋진 변화를 예고한다’는 기대와 함께 주가 전망을 상향한 투자기관도 있다.
세계 70개국에서 2만4000개 매장을 운영하는 스타벅스는 종업원 20만명, 매주 방문고객 6000만명, 연매출 213억달러(2016년), 기업가치 840억달러에 달하는 글로벌 커피 체인이다.
스타벅스는 CEO 교체와 함께 5년 내 1만2000개 매장 신설, 프리미엄 브랜드 ‘스타벅스 리저브’ 확장 등 공격적인 경영계획을 발표했다. 관심은 하워드 슐츠가 직접 후계자로 지명한 케빈 존슨(56) 스타벅스 최고운영책임자(COO)와 스타벅스의 미래에 쏠린다.

“커피 체인에 디지털 DNA 이식할 적임자”
“케빈 존슨은 나보다 휠씬 준비된 경영자다.”
슐츠 회장의 자신만만한 소개처럼 존슨 차기 CEO의 부상은 사실 예정된 수순이었다. 2015년 3월 스타벅스 사장 겸 최고운영책임자에 임명되면서 ‘포스트 슐츠 스타벅스’를 이끌 가장 유력한 후보였다.
블룸버그는 “케빈 차기 CEO는 ‘커피 거인’에게 실리콘밸리의 DNA를 이식할 인물”이라고 보도했다. 스타벅스를 전통 커피 소매 체인에서 디지털 기술 기업으로 변모시킬 적임자란 평가다.

미국 유통 산업에서는 최근 디지털과 모바일 전환이 화두다. 애플페이 등 모바일 결제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구글·아마존의 드론과 인공지능 기술이 유통 산업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스타벅스도 예외가 아니다. 2016년 미국 스타벅스 매장 주문의 24%가 모바일 앱을 통해 이뤄졌다. 2014년 15%, 2015년 21%였던 모바일 주문 비율이 매년 급증하고 있다.
존슨 차기 CEO는 스타벅스의 디지털, 모바일 전환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가 주도한 스타벅스 모바일 앱이 높은 인기를 끌면서 고객들의 대기시간이 줄어든 덕분에 매출이 5% 늘었다. 2016년 3월 도입한 스타벅스 현금카드(Debit Card), 스타벅스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스타벅스 리워드 시스템’ 가입자도 900만명을 돌파했다.
슐츠 회장이 “디지털은 우리의 새로운 성장동력이다. 스타벅스 리워드 프로그램과 모바일 주문 앱이 매출 증가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자랑할 정도다.
스타벅스는 2015년 기술개발비로 850만달러를 썼고 2016년 기술인력 1000명을 새로 뽑을 정도로 ‘디지털 퍼스트 전략’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애플과 구글도 스타벅스의 디지털 전환을 주목하면서 공동사업을 모색하고 있다.
MS 온라인 서비스 사장 출신
존슨 차기 CEO는
컴퓨터와 네트워크 사업에서
잔뼈가 굵은 실리콘밸리
출신 경영인
2010년 스타벅스 이사회
멤버가 되면서
커피 사업과 인연 맺어
스타벅스는 공세적인 매장 확장, 고급화 전략을 추진할 전망이다. 중국에 5000개 매장을 신설하는 등 올해까지 1만2000개 매장을 신설하고 고급피자 매장 1000개를 열겠다고 선언했다. 피자 사업을 위해 이탈리아 고급 베이커리인 ‘로코 프린치(Rocco Princi)’와 손잡았다.
퇴임하는 슐츠 회장은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 & 테이스팅 룸(Starbucks Reserve Ro-astery and Tasting Room)’을 직접 챙기겠다고 했다. ‘스타벅스 리저브’ 매장은 한 잔에 10~12달러(1만2000~1만4000원)짜리 고급 커피와 업그레이드된 메뉴를 제공하는 프리미엄 매장이다. 스타벅스는 ‘스타벅스 리저브’ 매장을 전체 매장의 20%인 7400개까지 늘리겠다고 했다. 조만간 한국에도 고급 스타벅스 매장이 줄줄이 문을 열 가능성이 높다.
존슨 차기 CEO는 컴퓨터와 네트워크 사업에서 잔뼈가 굵은 실리콘밸리 출신 경영인이다. 2010년 스타벅스 이사회 멤버가 되면서 커피 사업과 처음 인연을 맺었다.
뉴멕시코 주립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1981년 IBM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1992년 마이크로소프트(MS) 세일즈 담당으로 옮긴 뒤 2003년 글로벌 마케팅, 판매 담당 부사장으로 승진했고 윈도·온라인 서비스 담당 공동 사장(2005년)을 거쳐 2006년 사장에 올랐다.

그의 직속상관이었던 스티븐 발머 MS 전 CEO는 “존슨이 윈도와 온라인 비즈니스 성공의 기초를 닦았다. 민첩하고 집중력 있는 조직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스티브 신포스키(윈도 담당) MS 전 사장도 “모두 그와 일하는 것을 좋아했다. MS와 주피터네트워크에서도 엄청난 실적을 냈다”고 말했다. 스티브 발머 후임 자리를 놓고 사티아 나델라 현 MS CEO와 경쟁 구도를 형성했다는 주장도 있다.
2008년 10월~2014년 1월 사이 실리콘밸리에서 두번째로 큰 네트워크 장비 회사인 주피터네트워크의 최고경영자로 일할 당시 본인 연봉을 10% 삭감하는 대신 연구·개발비를 증액하는 등 기술투자에 적극적이라는 평이다.
‘주주와 경영진만을 위한 기업이 아니라 종업원, 나아가 사회와 가치를 공유하는 기업이 돼야 한다’는 슐츠 회장의 사회적 기업론에 깊이 공감하는 인물이란 평가를 받을 정도로 슐츠 회장의 신임이 두텁다.
“인류는 수천년 전부터 커피를 마셨고 커피하우스의 역사도 수백년이 넘는다. 스타벅스는 특허기업이 아니다. 누구나 스타벅스 매장 옆에 똑같은 커피점을 열 수 있다. 따라서 끊임없이 혁신하지 않으면 스타벅스에 미래는 없다.”
슐츠 회장은 자서전에서 “전통 산업인 커피 소매점이야말로 끝없이 혁신하지 않으면 존속할 수 없다”고 했다. 슐츠 회장과 그의 후계자인 존슨 차기 CEO가 어떤 혁신을 이룰지, 성공 신화를 계속 이어갈지 주목된다.
Plus Point
차기 대선 후보 거론되는 슐츠

뉴욕 브루클린 빈민가 출신인 하워드 슐츠 회장은 1987년 시애틀의 로컬 원두커피 소매점이던 스타벅스를 인수, 30년 만에 세계 최대 커피 체인으로 성장시킨 신화적인 기업인이다.
‘누가 1달러50센트씩 주고 커피를 마시겠느냐’는 회의론을 극복하고, 에스프레소와 카푸치노 등 유럽 고급 커피를 미국에 소개, ‘스타벅스 문화’를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비정규 직원들에게 의료혜택을 제공하고 평사원에게 스톡옵션을 나눠 주면서 저소득층, 여성들의 교육 확대를 위해 노력하는 등 ‘양심적인 자본주의(conscious capitalism)’를 주창하는 대표적인 미국 기업인이다. 포브스 선정 ‘2016년 억만장자 순위’ 595위. 재산은 31억달러(추정)다.
2000년 은퇴 이후 NBA농구팀인 시애틀 수퍼소닉 구단주로 변신했으나 2008년 재정위기로 스타벅스 주가가 42%나 폭락하자 CEO로 복귀해 스타벅스의 부활을 주도했다.
본인의 거듭된 부인에도 불구하고 대통령 후보로 끊임없이 거론된다. “트럼프 행정부의 초반 2년 실적에 따라 차기 대선 출마 여부가 좌우될 것”이라고 외신들은 보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