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정착지, 소행성 광물 채취, 우주호텔… 美·中·日 경쟁 ‘5차 산업혁명’ 핵심 우주산업, 연 10%씩 커 300조원 규모

    입력 : 2016.12.18 10:44

    [세계는 지금 ‘우주산업 전쟁’]
     

    “지구에서 인류에게 남은 시간은 최소 1000년에서 최대 1만년밖에 없다. 우주에서 새로운 식민지 행성을 찾아야 한다.”

    영국의 물리학자인 스티븐 호킹 박사가 지난 11월 18일(현지시각) 영국 옥스퍼드대 행사에서 한 경고다. 그는 지구에 대한 위협으로 핵 테러 가능성과 기후변화, 인공지능(AI) 개발 등을 꼽았다. 그리고 인류가 생존할 방법은 우주에 있다고 제시했다.

    이미 미국을 비롯한 러시아·중국·일본 정부와 민간기업들이 우주 탐사 프로젝트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골디락스’라는 애칭이 붙은 태양계 외 인류 거주가능 행성을 찾고 있다. 민간 우주개발업체 ‘스페이스X’는 화성 식민지화 계획을 수립, 다음 세기 이전까지 이를 완수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지난 9월 27일 멕시코 과달라하라에서 열린 국제천문총회. 스페이스X의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는 야심 찬 계획을 발표했다. 80일 만에 사람을 지구에서 화성까지 실어 날라 인구 100만명의 정착지를 건설하겠다는 것이다. 지금 기술로는 7개월 반쯤 걸리는 기간을 약 80일로, 나아가 한 달로 줄이겠다고 했다. 그는 화성으로 사람을 보내 자급자족이 가능한 도시를 건설하기까지 40~100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이 주도… 화성 거주시설 계획

    머지않은 미래에 인류의 활동 무대가 지구에서 우주로 넓혀질 전망이다. 미국에서 우주 관광 상품이 나오고 있고, 세계 각국은 지구 밖 거주지 건설을 위한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10월 27일 펴낸 ‘우주와 혁신’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우주산업 시장은 2005년 888억달러(약 104조4600억원)에서 2013년 1952억달러(약 230조원)로 연평균 10.3%씩 성장했다. 올해는 3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의 우주산업 규모는 세계시장의 1.0% 수준이다.

    우주 탐사는 초기에 막대한 비용이 들고 탐사결과를 환경감시와 기상예측 등 공공목적에 주로 이용하기 때문에 정부가 주도하고 있다. 예산 규모는 미국이 국내총생산(GDP)의 0.2%, 러시아 0.47%, 프랑스 0.1%, 일본 0.06%, 한국 0.03% 수준이다.

    경쟁하는 각국 정부

    우주산업 분야 세계 최강국은 미국이다. 특히 정부의 지원을 바탕으로 민간기업과 협력을 통해 우주산업을 꾸준히 성장시키고 있다. 미국은 2030년까지 화성에 인류(유인탐사선)를 보내고 또 이들을 지구에 안전하게 돌아오게 할 계획이다. 나사는 이를 지원하기 위해 2028년까지 지구를 도는 국제우주정거장(ISS) 대신 화성 궤도를 도는 새 우주정거장 ‘마스 베이스캠프’를 운영하기로 했다.

    미국은 특히 나사와 함께 항공사 보잉, 스페이스X 등 1000여개의 민간기업이 다양한 우주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특히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스페이스X는 정부 계획보다 빠른 2022~2025년까지 유인우주선을 띄운다는 계획이다. 스페이스X는 우주여행 비용 절감을 위해 사용한 로켓을 다시 착륙시켜 재활용하는 실험에 작년 말 성공한 바 있다.

    지금까지 화성에 탐사선을 보낸 국가는 미국·러시아·유럽연합(EU)·인도다. 이 중 무인탐사 로봇을 착륙시킨 나라는 미국뿐이다. 현재 화성 궤도에는 6대의 궤도선이 돌고 있고 화성 표면에는 로봇 2대가 움직이고 있다.

    2013년 달에 착륙선을 보낸 중국도 우주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은 일찌감치 우주산업을 국가차원의 우선정책으로 선정했다. 지난 20년간 390억위안(약 6조7000억원)의 예산을 투자해 유인 우주비행과 우주발사체, 위성분야 등에서 급성장했다. 지난 2014년 중국이 우주개발에 투자한 예산은 45억6900만달러(약 5조3750억원)에 달한다.

    중국은 1992년 선저우 1호 이후 10회에 걸쳐 우주선을 발사했다. 2003년 5호 발사 때 중국 최초 우주인 양리웨이(楊利偉)가 탑승한 이래 유인 우주선 시대를 열었다. 중국은 2022년 20t 규모의 우주정거장(ISS)을 완성해 독자 가동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2018년에 우주정거장 건설에 필요한 핵심 모듈을 발사한다. 미국·러시아 등 16개국이 1998년부터 함께 운영해 온 400t 규모 ISS는 2024년까지만 운영한다. 2024년 이후엔 중국이 유일하게 우주정거장을 운영하는 국가가 될 전망이다.

    일본은 1970년 2월 11일 도쿄대 우주항공연구소(현 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에서 개발한 인공위성 오스미를 람다4S(L-4S) 로켓 5호기를 통해 발사하는 데 성공했다. 1966년부터 시작해 4번의 실패 끝에 거둔 성과였다. 현재까지 일본은 103회 로켓을 발사했으며, 이 중 성공 91회로 성공률은 88.3%에 달한다. 소형 위성 부문에서 일본 기업들이 보유한 기술 수준은 미국 기업들과 별 차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은 거대한 태양광 돛을 단 우주 탐사선 개발에도 나섰다. 3만개의 태양전지 패널로 구성된 돛의 면적은 2500㎡에 달한다. 이 탐사선은 지구에서 7억7800㎞나 떨어진 혜성 탐사에 투입된다.

    프랑스는 인공위성 분야에서 유럽 공동 혹은 독자적으로 민간·군사 위성을 개발해 운영하고 있다. 프랑스 우주개발의 핵심은 발사체 분야다. 우주개발의 중추 기관은 국립우주센터(CNES)이며, 산하기구로 아리안 로켓 발사장을 운영하는 기아나 우주센터와 인공위성과 우주왕복선, 로켓 등을 개발하는 툴루즈 우주 센터가 있다.

    인도는 소형 위성 발사 부문에서 세계 어느 나라에도 뒤지지 않는 기술과 경쟁력을 갖고 있다. 인도우주개발기구(ISRO)가 지구궤도에 올린 외국 위성은 모두 57개다. 인도는 1969년 정부 산하에 ISRO를 출범시키면서 본격적인 우주개발에 나섰다. ISRO는 1975년 처음으로 인공위성 ‘아리아바타’를 만든 데 이어 5년 뒤 직접 제작한 로켓 위성발사체(SLV-3)를 이용한 위성 발사에 성공했다. 이후 1999년 극위성발사체(PSLV) 로켓을 이용해 한국산 1호 위성 ‘우리별 3호’를 쏘아올린 것을 시작으로 외국 위성 발사를 시작했다.

    도전 나선 기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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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에서 부터)스페이스X의 로켓‘팰컨9’이 우주에서 돌아온 뒤 해상에 무사히 착륙해 로켓을 재사용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중국이 우주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아래는 중국이 2013년 달에 보낸 달 탐사 착륙선 창어3호. /조선일보 DB

    최근엔 민간기업이 우주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우주산업에 대한 선제적 투자에 나선 곳은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이다. 구글은 2007년 ‘루나 엑스(X) 프라이즈’라는 글로벌 달 탐사 경연대회를 열며 우주사업에 뛰어들었다. 경연에서 승리하는 1등 팀에는 2000만달러(약 235억원), 2등 팀에는 500만달러(약 58억원)를 상금으로 지급하겠다고 제안했다. 일본과 미국의 팀이 2017년 하반기에 우주선을 보낼 예정이다. 구글은 2012년 우주개발, 소행성 광물 채취 목적으로 ‘플래니터리 리소스’와 ‘플래니터리 벤처스’를 설립했다. 플래니터리 리소스는 지구 근접 궤도를 도는 소행성에서 캐낸 플래티늄·이리듐 등 희귀금속을 지구로 가져온다는 계획이다. 이른바 우주판 ‘골드러시’다. 지름 0.5㎞짜리 소행성 하나가 가진 희귀금속의 가치는 20조달러(약 2경2300조원)로 추산된다.

    페이스북은 인공위성을 이용해 오지를 비롯해 전 세계를 하나로 연결하겠다는 야심을 가지고 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는 2016년 2월 스페인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6’ 기조연설에서 올해 중에 인공위성을 기반으로 아프리카 10여개 국가들에 인터넷을 보급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미국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의 창업자 겸 CEO인 제프 베조스는 2000년 우주개발업체 ‘블루오리진’을 설립했다. 블루오리진은 지난해 말 우주로 발사된 로켓을 원형 그대로 지상에 무사히 착륙시키는 데 성공했다.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 우주로켓을 재활용할 수 있는 길을 연 것이다.

    김은정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미국 기업의 진출이 많은 것은 미국 정부가 우주시장에서 자국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기업들의 요구에 신속하게 대처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영국 버진그룹이 설립한 버진갤럭틱은 우주 관광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버진갤럭틱은 2014년 우주여행을 위한 우주선 ‘스페이스십2’를 개발했다. 스페이스십2는 땅에서 쏘아 올리는 다른 우주선들과 달리 ‘화이트 나이트’라는 모선을 통해 지상 15㎞에서 발사된다. 모선에서 떨어져 나온 스페이스십은 로켓 엔진을 점화해 음속의 3.5배 속도로 날며 지상에서 110㎞ 떨어진 외계를 활강한다. 우주선에 탑승한 사람들이 우주여행을 마치는 시간까지 약 2시간 반 정도가 걸릴 것으로 보인다. 버진갤럭틱은 현재 25만달러(약 2억9000만원)에 탑승권을 팔고 있다. 이미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저스틴 비버, 레이디 가가 등 유명 연예인들을 비롯해 7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좌석을 예약한 상태다.

    일본 대형 건설업체 오오바야시구미건설은 일반인이 이용할 수 있는 우주 엘리베이터 개발을 추진 중이다. 지난 2013년 4월에 오오바야시구미건설에 우주 엘리베이터 전담부서 ‘우주 엘리베이터 실용연구개발팀’이 설립됐다. 2025년 우주 엘리베이터 건설을 시작해 2050년에는 완공한다는 계획이다. 예상되는 우주 엘리베이터의 건설비는 총 10조엔(약 109조원)이다.

    우주 분야에 도전하는 신생기업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650개의 인공위성을 띄워 지구 전체를 인터넷으로 연결하려는 원웹, 인공위성과 스마트폰을 연결하는 신개념 안테나를 개발하는 카이메타 등이 유망벤처로 꼽힌다. 항공기 개발 업체인 보잉과 록히드마틴이 공동으로 설립한 유나이티드 론치 얼라이언스는 우주호텔을 쏘아 올리는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우주호텔은 2020년 시작될 전망이다.

    박정호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일본·인도·중국 등 아시아 국가와 미국·유럽 등 세계 각국에서 기존 IT업체와 벤처기업을 중심으로 다양한 우주 사업 모델이 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 세계의 스타기업인들은 우주 벤처 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인 빌 게이츠와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조스,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 CEO 래리 페이지, 텐센트 마화텅 회장도 우주 벤처기업에 투자했다. 지난 한 해 우주산업 스타트업(신생기업)에 투자된 자금만 해도 18억달러(약 2조원)에 달한다. 이는 이전 15년 동안의 투자액을 모두 합친 것보다 많다.

    이들 국가나 기업들이 우주개발에 나선 표면적인 이유는 인류의 거주 공간을 지구 밖으로 넓히기 위해서다. 각국 우주탐사가 화성에 집중된 것도 지구 인근 행성 중 생명체 거주 가능성이 그나마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주개발 이면에는 이권 경쟁도 있다. 화성 식민지 건설은 어렵다 하더라도 이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얻게 될 기술을 토대로 군사 무기 개발이나 첨단 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다.


    15년간 6조원 우주 기술 민간에 이전

    미국과 유럽, 러시아와 중국이 정치·경제·군사적으로 대립하는 신냉전 체제가 우주과학 개발 경쟁을 가속화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중국의 우주개발은 1950년대 시작 때부터 ‘양탄일성(兩彈一星·원자·수소폭탄과 인공위성)’이라는 군사적 목적에서 출발했다.

    우주 탐사를 위해 개발된 기술은 많은 분야에 응용되고 있다. 미국은 1961년부터 유인 우주 비행탐사를 위한 ‘아폴로 계획’을 추진하면서 그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여러 가지 새로운 기술을 개발했다. 이렇게 확보된 기술은 컴퓨터, 환경 및 농업, 건강 및 의약품, 공공 안전, 운송수단, 산업 생산성 등의 분야에서 획기적인 발전을 이룬 계기가 됐다. 아폴로호가 촬영한 우주 사진을 처리하기 위해 나사가 개발한 디지털 화상처리 기술은 이후 인체 내부를 보는 컴퓨터 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에 적용됐다. 로켓 발사 때 충격을 흡수하는 패딩을 활용한 메모리폼 베개와 매트리스, 우주인의 식량을 위해 개발한 냉동건조식품, 전자레인지, 가스탐지기 등도 우주기술을 활용해 개발된 제품이다. 지금도 첨단 항공우주기술이 기술혁신을 견인하고 있다. 나사는 2000년대 이후 우주기술의 민간 이전 경제효과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52억달러(약 6조1400억원)가 넘는다고 추산한다.

    스콧 페이스 조지워싱턴대 교수는 “우주산업은 다른 분야의 첨단 기술과 결합해 기업들에 전에 없던 기회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그는 “많은 나라와 기업들이 발사체를 보유하고 위성을 쏘아 올리는 것은 고부가가치상품을 만들거나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원천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주산업은 그 어떤 산업보다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고 실패도 뒤따른다. 제프 베조스는 적자인 블루오리진을 계속 운영하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우주항공은 새로운 사업에 뛰어들 후배 사업가를 위해 인프라를 깔아주는 것”이라고 답했다. 다음 5차 산업혁명의 핵심에 우주산업이 있다는 것이다.

    <본 기사는 이코노미조선 177호에서 발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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