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들어 평균 수용자 8000명 늘어… 교도소·구치소가 미어터진다

지난 11월 경기도 의왕시의 서울구치소의 수용률은 158%로 대부분의 교정시설도 과포화 상태다.
과밀수용으로 재소자 사망과 같은 인권침해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입력 : 2016.12.09 08:46

    [사회]
     

    경기도 의왕시의 서울구치소에 근무하는 교도관 A씨의 눈밑에는 요즘 검은 그림자가 떠날 날이 없다. 서울구치소가 재소자로 미어터져 업무량이 폭증했지만 교도관 숫자는 제자리라서다. 20년 차 교도관인 A씨가 맡고 있는 일은 출정(出廷) 업무다. 구속된 수감자가 조사나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검찰이나 법원에 출두할 때 수감자를 데리고 다니는 일이다. 재소자가 늘면 그만큼 구치소와 법원을 오갈 일이 많아지는데, A씨가 속한 부서 직원들의 올해 평균 출정횟수는 지난해에 비해 약 40%나 급증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11월 23일 기준으로 서울구치소의 수용률은 158%였다. 쉽게 말해 1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공간에 158명이 수감돼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미어터진다. 최근에는 ‘비선 실세’ 최순실씨와 최씨의 조카 장시호씨까지 서울구치소에 수감되면서 이래저래 신경 쓸 일이 더욱 많아졌다. A씨는 “출정 담당 부서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보안과나 사무과 인력이 파견을 와 수감자들을 데리고 다닌다”며 “요즘처럼 근무하기 어려운 때가 없다”고 푸념했다.


    3년간 미결수 30% 증가


    교정당국이 교정시설 수감인원 폭증으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법무부에 따르면, 2013년부터 전국 교정시설에 수용된 범죄자와 범죄 혐의자는 매년 증가세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2013년, 전국 교정시설 1일 평균 수용인원은 약 4만8000명이었다. 하지만 집권 4년차인 올해는 2016년 10월 기준, 약 5만6000명으로 최소 17% 이상 늘었다. 형이 확정된 수형자, 형이 미확정된 미결수용자, 노역장유치자를 합친 숫자다. 이 중 미결수용자 규모는 2013년 약 1만6000명에서 약 2만1000명으로 30%가 넘게 증가했다. 이로 인해 전국 대부분의 교정시설은 과포화 상태다.

    교도소와 구치소 과밀수용으로 인한 문제 역시 심각하다. 대표적인 것이 과밀수용으로 인한 재소자 사망과 같은 인권침해다. 지난 8월 부산 강서구에 있는 부산교도소에서는 서로 다른 방에 수감된 재소자 두 명이 이틀 사이에 차례로 숨지는 사건이 터졌다. 당시 현장을 조사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따르면, 재소자 두 명의 사인은 모두 열사병이었다. 두 명 모두 교도소에서 다른 재소자와 싸운 뒤 조사수용방에 격리돼 있었는데 돌연 숨진 것. 숨진 재소자들의 유가족은 “몸이 성치 않은 이들이 40℃가 넘는 조사수용방 안에서 부채와 샤워만으로는 열을 식히지 못했다”며 “교도관이 이를 방치하는 바람에 숨졌다”고 주장했다.

    수감인원은 매년 폭증하지만 배정된 교도관 숫자는 한정돼 있으니 재소자 1인당 돌아가는 교도관의 관심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자연히 재소자의 건강상태나 심리상태를 파악하기도 어렵다. “재소자가 늘면서 과밀수용으로 인해 다툼도 잦아 사고가 발생할 확률이 높아 긴장을 풀 수 없다”는 것이 교정직 현장 근무자들의 얘기다. 특히 입소 전부터 지병을 가지고 있는 재소자는 무슨 일이 터질지 몰라 요주의 대상이다. 교도소나 구치소에 재소자를 수감하는 방은 1인실부터 8인실까지 다양하다.

    구치소 내부의 수감자들을 관리하는 교정직 공무원들은 24시간 교대근무하면서 이들을 감시한다. 하지만 현장에서 근무하는 교정직 공무원들은 교대인력 절대 부족을 호소한다. 야간에 근무할 직원 숫자가 부족할 경우 주간 근무자가 야간 근무에 추가 투입되는 일도 다반사다. 이 경우 원칙적으로는 다음날 쉬어야 하지만 교정직 공무원들은 “과중한 현장 업무 때문에 쉴 수가 없다”고 하소연한다. 

    서울구치소의 한 교도관은 “요즘은 매일매일이 비상근무”라며 “수용자를 관리하는 입장에서는 항상 사고 가능성을 안고 있어 언제나 긴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교도관도 “수용자 숫자가 적정 인원보다 많은 만큼 업무 부담이 추가로 근무자들에게 가중된다고 보면 된다”고 했다. 재소자를 감시하는 데도 힘이 부칠 정도니 재소자 교화 등은 다른 세상 얘기다.


    수용자 규모 늘어나는 이유

    교정시설의 수용자 규모가 크게 늘어난 이유는 세 가지 정도로 꼽힌다. 먼저 검찰과 경찰 조직 확대에 따라 검거 인원 자체가 늘어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2012년 대선 출마 당시 ‘4대 악(성폭력·가정폭력·학교폭력·불량식품) 척결’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공약 실현 방안으로는 집권 기간 동안 경찰공무원의 수를 순차적으로 2만 명까지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이후 실제로 집권 4년 동안 약 1만2000명 이상의 경찰공무원이 증원됐다.

    가정폭력 대책반, 성폭력 대책반 등 4대 악 척결 전담 부서를 신설하면서 검찰 조직 역시 커졌다. 정권 차원에서 범죄자 척결을 천명하면서 실제로 범죄자 검거율도 꾸준히 높아졌다. 경찰의 ‘범죄 발생 및 검거 현황’ 통계에 따르면 전국 평균 범죄자 검거율은 2013년 76.5%에서 2014년 78.3%, 2015년 80.6%로 꾸준히 상승했다. 검거인원 역시 2013년 약 196만명에서 2015년 약 200만명으로 소폭 증가했다. 반면 늘어난 검거인원을 수용할 교정시설 확충은 뒷전이 됐다.

    두 번째로는 박근혜 정부의 ‘사정 드라이브’가 수감자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는 관측이 있다. 검찰과 법원 등 형사사법체계가 보수화되면서 피의자에 대한 인신구속률이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대검찰청에 따르면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인원은 2013년 3만3000여건에서 2014년 3만6000여건, 2015년 3만8000여건으로 현 정부 들어 매년 상승했다.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율 역시 2013년 79.14%에서 2014년 81.6%, 2015년 81.9%로 같은 기간 매년 상승했다.
      
    형사사건은 불구속수사가 원칙이다. 증거인멸이나 도주 우려가 있는 등 구속 사유가 인정될 경우에만 법원은 구속영장을 발부한다. 구속영장은 피의자를 심리적으로 압박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는 측면 역시 존재한다. 이에 형사소송법 제70조는 구속의 요건으로 ‘주거가 일정하지 않거나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을 때, 도주의 우려가 있을 때’로 제한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등 박근혜 정권 사정라인이 구속수사를 강화하면서 사정정국을 조성한 결과”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2007년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강화된 피의자 불구속수사 원칙은 되레 점차 약화되는 추세다. 박근혜 정부 들어 가석방 심사 기준이 강화된 것도 같은 맥락에서 가능한 분석이다. 지난 이명박 정부에서는 형 집행률이 80% 이상인 수형자를 대상으로 가석방을 실시했다. 하지만 현 정부에서는 형 집행률이 90% 이상인 수형자 대상으로만 가석방을 실시하는 등 기준을 강화했다. 이 때문에 재소자 숫자가 더 늘자 법무부는 올해부터 형기를 90% 이상 채운 수형자만을 대상으로 실시하던 가석방을 70~80% 수준의 수형자에게도 실시하기로 했다.

    세 번째는 경제 침체의 장기화로 생계형 경제사범이 늘어났다는 시각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5년간 발생한 100만원 이하 소액 절도 사건은 2011년 약 16만건에서 2015년 약 19만건으로 17%가량 증가했다. 특히 피해금액이 미미한 사건일수록 건수 기준으로 큰 폭으로 늘었다. 2015년 발생한 10만원 이하 절도 사건은 2011년에 비해 32%, 1만원 이하 사건은 40%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소액이라도 절도죄로 검거된 피의자는 원칙적으로 검사가 기소하기 때문에 수용자 규모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 법무부의 한 관계자는 “구속 기소를 담당하는 건 검찰이라 수형자가 늘어난 이유를 다른 부서에서 설명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문제는 역시 돈이다. 최근 법무부 교정본부 측은 “약 180억원의 예산을 전용해달라”고 기획재정부의 예산담당 부서에 요청했다고 한다. 재소자들을 먹여살리기 위해 국민이 부담해야 하는 몫이 더욱 커지는 셈이다. 법무부는 이에 대해 “수용인원이 급증해 관련 경비를 메우기 위해 최근 160억원을 추가로 신청했고, 이 중 예비비 117억원을 지난 11월 8일 배정받아 사용했다”고 알려왔다. 서울구치소의 한 교정직 공무원은 “매년 구치소에 들어오는 인원은 늘어나는데 그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교정시설에 대해서는 관심이 부족하다”며 “전체적인 국가 사법절차 프로세스 측면에서 교정시설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천주교인권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과밀수용 여부는 재소자 인권을 위해 중요한 문제”라며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구속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본 기사는 주간조선 2434호에서 발췌했습니다.>

    서류전형·면접 거쳐야 들어가는 '로또 교도소'
    "정문 문지기가 수용자… 그들의 얼굴서 진정한 敎化를 봤죠"
     
  • Copyright ⓒ 조선일보 & Chosun.com
  • 이전 기사 다음 기사
    기사 목록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