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딩 사이 가로지른 ‘하늘 통로’, 1250t 끌어올리는데 꼬박 하루

최근 유행하는 '스카이브리지'는 건설 과정이 까다롭고 효율적인 공간 활용이 어려워 실용적이지는 않지만 근사한
경관을 만들어 준다는 장점이 있다. 스카이브리지 조립 방식은 크게 리프트업 방식과 상부조립 방식으로 나눌 수 있다.

    입력 : 2016.11.21 09:52

    고층 건물마다 유행처럼 등장하는 ‘스카이브리지(sky bridge)’는 사실 건축 공사 측면에서는 그다지 실용적이지 않다. 공사비도 많이 들고 건설 과정도 까다롭기 때문. 주로 커뮤니티 시설이나 라운지 바, 전망대 등으로 활용하는데 효율적인 공간 활용도 역시 떨어진다. 하지만 외부에서 보면 하늘에 다리가 떠있는 근사한 경관을 만들어 주기 때문에 지역 랜드마크로 돋보이게 하는 효과가 있다.

    대우건설은 서울 용산역 뒤편 용산 버스터미널 부지에 짓는 ‘용산호텔’에 스카이브리지를 들여놓았다. 호텔 자체도 1만4798㎡ 부지에 지하 4층~지상 최고 39층 3개 동(棟) 1710실 규모로 국내 최대 규모인데, 여기에 국내 최대 스카이브리지를 집어넣으면서 랜드마크 이미지를 극대화했다. 총 공사비는 3987억원.

    용산호텔 스카이브리지는 그 자체만으로 무게가 자동차 1200대에 해당하는 1250t이고, 길이 40m, 높이는 18.7m에 달한다. 이 스카이브리지는 ‘리프트업(lift-up)’ 방식으로 지어졌다. 스카이브리지는 상부에 철골 등 건설 부자재를 옮겨 놓은 다음, 고공에서 타워크레인을 활용해 이를 조립하는 ‘상부 조립’과 지상에서 구조물을 다 만든 뒤 통째로 들어 올려 붙이는 ‘리프트업’ 2가지 방식을 통해 완성된다. 대우건설은 용산호텔 스카이브리지에 대해선 후자를 골랐다.

    바람 영향 분석이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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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김현지 기자

    상부 조립 공법은 공사비가 적게 드는 반면, 공사 기간이 더 길고, 작업 도중 사고 위험이 상대적으로 크다. 대우건설은 이번에 상부 조립 대신 교량 등 다른 토목 공사에서 사용하던 ‘유압 리프트업(Lift-up)’ 방식을 선택했다. 지상에서 1250t ‘브리지’를 만들어 유압 방식으로 케이블에 연결된 구조물을 하루 만에 상공 120m로 끌어올리는 방법이다. 윤병은 대우건설 과장은 “리프트업 방식을 하면 공사비가 1억5000만원 정도 더 들지만 기간은 2개월 단축되고 안전하다”고 말했다.

    이 공법에서 가장 중요한 건 바람 영향을 정밀하게 파악하는 작업이다. 스카이브리지를 끌어올릴 때 바람이 세게 불면 구조물이 흔들리면서 옆에 세워진 건물을 들이받아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 대우건설은 지상에서 2달간 높이 18.7m·무게 1250t 스카이브리지 골조를 조립하며 용산 일대에 부는 바람을 정밀 분석했다. 여기에는 CFD(유체해석) 시스템이 사용됐다. 바람이 실제 구조물에 부딪히며 어떻게 흩어지는지, 어느 정도 세게 바람이 불어야 구조물에 변형이 올 수 있는지 등을 ‘풍동(風動) 실험’을 통해 가려내는 과정이다.

    바람 세기까지 계산해 공사
    골조가 30cm 이상 움직이면 안돼
    초속 8.7m 넘으면 작업 올스톱

    문제는 스카이브리지를 끌어올릴 때 건축 중인 호텔 건물과 불과 30㎝가량만 간격이 있었다는 점. 이소연 대우건설 용산호텔 현장 대리는 “바람이 불어 골조가 30㎝ 이상 움직이면 호텔 건물과 충돌할 수 있는데 분석 결과, 바람 속도가 초속 8.7m(나뭇잎이 세게 흔들리는 정도)를 넘으면 곤란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시공팀은 기상 예보 등을 정밀 분석해 9월 21일을 ‘디 데이’로 잡았다가 당일 비바람이 예상보다 거세자 닷새 후로 일정을 변경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1시간에 5m씩 하루종일 끌어올려

    /그래픽=김현지 기자

    工期단축·안전성 높은 리프트업 공법
    건물 2개동 안쪽 모서리 4군데에
    유압식 스트랜드 잭 설치 후
    각각 케이블 22가닥 고정
    하루 120m 끌어올릴 수 있어
    상부조립방식보다 2개월 단축

    리프트업 방식도 레일을 설치해 구조물을 이동하는 것과 유압식 스트랜드 잭(압력을 통해 강선 케이블을 끌어올리는 기계)을 활용하는 것으로 나뉜다. 시공팀은 레일 방식을 사용하려면 호텔 내·외부에 레일과 고정축을 설치해야 해 이번 현장에는 적절하지 않다고 보고, 유압식으로 선회했다. 서울 종로구 종로타워 스카이브리지가 레일식으로 완성됐다.

    1250t에 달하는 국내 최대 중량 스카이브리지를 공중으로 끌어올리려면 특수 장비가 필요했다. 시공팀 담당자는 “대형 크레인으로 구조물을 끌어올리려고 해도, 최고 높이 50m 이상으로는 인양할 수 없었다”며 “1개당 850t을 들 수 있는 유압식 스트랜드 잭을 네덜란드에서 개당 10억원에 4개를 공수했다”고 말했다.

    유압식 스트랜드 잭은 이미 높게 올라간 건물 2개 동 안쪽 모서리 4군데에 설치했다. 스트랜드 잭 1개에 1가닥당 15.7t 무게를 지탱할 수 있는 특수 케이블 22가닥을 고정했다. 스트랜드 잭 4개에 동일한 작업을 거쳐 총 88개 특수 케이블을 설치해 총 1381t을 들 수 있도록 했다.

    유압식 스트랜드 잭은 시간당 5m씩 구조물을 끌어올린다. 실시간 체크 시스템도 적용, 케이블과 연결된 네 모서리가 수평을 이루며 동일한 높이로 올라가는지 파악하고, 1㎝만 차이가 나도 바로 작업을 멈추고 수평을 맞췄다. 덕분에 오전 7시에 시작된 인양 작업은 24시간 만인 다음 날 오전 7시에 마무리됐고, 지상 120m 위에 국내 최대 스카이브리지가 올라섰다. 스카이브리지에는 수영장과 라운지 바, 옥상정원이 들어설 예정. 윤병은 과장은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이만한 대형 스카이브리지를 단번에 올린 사례가 거의 없다”며 “앞으로 대형 건축물과 스카이브리지 시공에서 응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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