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서 킥보드 질주, '톡의보감'선 비만 치료

'국민어플'로 통하는 '카카오톡'을 만든 회사의 풍경은 남달랐다.
킥보드를 탄 채 복도를 달려가는 직원들, 사장에게 스스럼없이 "지미!"라 외치는,
이 요상한 풍경이 어색하지 않은 곳, '카카오'를 찾았다.

    입력 : 2016.09.27 18:13

    [남의 회사 구경하기: <4> 카카오톡 개발한 '카카오']
     

    수직 싫어하고 수평(水平)에 목숨 거는 기업이 있다. 직무(職務)는 있지만 직위(職位)가 없다. “부장님” “차장님” 부르면 위화감 조성될까 봐 영어 이름을 지어 부른다. 상하 관계 뚜렷한 대한민국 기업 문화에서 다소 불경해 보이는 이 기업은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을 개발한 벤처기업 ‘카카오(KAKAO)’다. 지난 8일 찾은 카카오 판교 사옥은 모바일 세상을 오프라인으로 구현한 듯했다. 건물 곳곳 비치된 캐릭터 ‘카카오 프렌즈’ 때문. 입구부터 사람 키만 한 ‘라이언(RYAN)’과 ‘무지(MUZI)’가 사람들을 반겼다.

    '카카오'의 캐릭터 '카카오 프렌즈'의 '라이언'(왼쪽)과 '무지'.

    ‘킥보더’ 한 명이 복도 카펫 위를 부드럽게 질주하며 지나갔다. 층마다 5대씩 비치된 킥보드는 폭이 좁고 가로(120m)가 긴 이 건물에 마침한 이동수단이다. 다리 통증을 호소하던 한 사원이 집에서 킥보드를 가져와 타기 시작한 게 시초. 카카오 크루(Crew·부서원) 최초의 킥보더로 추정하는 박승기씨는 “사내 킥보드 문화 조성과 카카오 크루들의 다리 통증 감소에 기여해 기쁠 따름”이라며 웃었다.

    "대표님" 대신 "지미"…
    직위 없이 수평과 소통 강조

    업무 공간에 들어서니 자리마다 노란 도화지를 접어 만든 팻말이 눈에 띄었다. ‘Jin’ ‘Hugh’ ‘Kane’. 대외적인 직함은 두지만, 사내에선 서로 영어 이름을 부르는 것이 이곳의 원칙. 김범수 의장은 ‘Brian’, 임지훈 대표는 ‘Jimmy’로 불린다. “카카오에 입사하기 전 유일한 준비물 하나가 있다면 ‘영어 이름’이에요. 직장 막 옮긴 분은 적응 못 하고 이름 뒤마다 ‘님’이나 ‘씨’를 붙이는데, 우리는 이 증상을 ‘이직병’이라 부르죠. 평생 해온 존칭 습관도 2~3주면 고쳐져요.”(커뮤니케이션팀 이슬기)
    ①킥보드를 타고 사무실과 사무실을 이동하는 카카오 크루들. ②직위와 본명 대신 부르는 '영어 이름' 팻말.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8·9층은 콘셉트가 명확하다. ‘소통 공간’인 8층엔 ‘화이트보드 벽’이 있다. 출시를 원하는 서비스나 ‘알뜰폰 팔자’ 따위 아이디어, 좋아하는 카카오 프렌즈 그림 등이 낙서하듯 적혀 있다. 바로 옆 ‘포스트잇 게시판’엔 최근 출시한 ‘카카오톡 치즈’에 대한 사원들의 품평(品評)과 임지훈 대표에게 보내는 질문 ‘TO. 지미’가 수십 개 포스트잇 위에 적혀 붙어 있다. 익명의 ‘자유 발언대’ 역할인 셈. 9층은 ‘복지 공간’이다. ‘톡테라스’는 매일 오전 카카오 사원들이 15분씩 명상하는 곳. 전문 상담가에게 심리 상담도 받을 수 있다.

    장시간 컴퓨터 앞에서 일하는 IT 업무 특성상 목·어깨 건강에 취약한 사원들을 위해 운영하는 ‘톡클리닉’, 비만·금연 등 건강관리를 해주는 ‘톡의보감’도 있다. 중앙엔 비행기 일등석을 모티브로 만든 ‘1인 업무실’이 있다. 한 사람 꼭 들어갈 1인용 소파에 스탠드와 테이블이 있는 ‘나 홀로 업무 공간’이다. 일등석에서 업무를 보고 있던 한 사원은 “지난해 이직한 후 이곳에서 곧잘 업무를 본다. 기업 문화가 수평하다 보니 상사의 업무를 대신하는 일이 없고, 업무량과 책임 사이에 균형이 잘 잡혀 있다”며 웃었다.

    ③화이트보드 벽. 카카오프렌즈 캐릭터와 말풍선이 주를 이룬다. ④카카오 크루들의 적극적인 의견 개진이 이루어지는 ‘포스트잇 게시판’. ⑤비행기 일등석을 모티브로 만든 ‘1인 업무실’.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2016년 9월 기준 대한민국 인구는 5164만명. 카카오톡 국내 이용자는 4117만명이다. 산술적으로 한국인 다섯 명 중 네 명이 카카오톡을 사용한다는 얘기다. 정작 카카오 직원들은 ‘국민 앱(App)’을 어떻게 이용하고 있을까. ‘카카오게임 서포터스’에 가입한 정성열씨는 커뮤니케이션팀이다. “카카오 사원들은 저마다 본인 직무와 무관한 ‘프로젝트 단톡방(단체 카톡방)’이 여럿 있어요. 게임광이 모인 게임 서포터스는 출시 앞둔 게임을 사전 테스트해 개선 사항을 전달하거나, 시판된 게임의 반응을 모아 피드백하는 역할을 해요. 사원끼리 ‘교차 피드백’ 하는 거죠.”

    ‘국민 앱’ 만드는 회사라 지인들의 잦은 불평에 시달리기도 한다. “한번은 동창회에 갔다가 친구들이 카카오택시에 불만을 표한 적이 있었어요. ‘근거리 가려고 하면 아무리 기다려도 택시가 안 잡힌다’ ‘카카오택시 생기고서 택시가 손님 가려 태운다’ 등 서비스센터에 곧잘 올라오는 컴플레인이 저한테도 떨어지는 거예요. ‘카카오택시 이용자가 많아지면서 특정 시간대에 가까운 거리 배차가 어려운 경우가 있다’ 등 ‘준비된 답변’을 항상 들고 다녀야 하지요.”(커뮤니케이션팀 김요한)

    직원 요구 적극 반영해
    어린이집 문 연 지 1년 만에
    120→300명 수용토록 확장

    퇴근 시각인 오후 7시가 되자 옆 건물을 향해 분주히 걷는 사원들이 보였다. 이들이 도착한 곳은 카카오가 운영하는 어린이집 ‘늘예솔’. 100여 명의 아이가 엄마 아빠 손을 잡고 하원했다. 1150㎡(약 350평) 규모로 지난해 9월 문을 연 어린이집은 사원들의 요구로 곧장 확대 공사에 들어가 다음 달 2800㎡(약 850평)로 넓어진다. 수용 인원도 120명에서 300명으로 늘어난다. 사원 평균연령이 33.8세로 젊어 미취학 자녀가 많아서다.

    배은재 어린이집 태스크포스 팀장은 “카카오 크루 한 명 한 명의 구체적인 요구사항도 소중하게 여기고 반영하려고 노력하려는 것이 카카오의 장점”이라고 했다. “소통이 원활하다 보니 사원들에게 필요한 ‘복지’가 도입되는 속도도 빨라요. 개원 1년밖에 안 된 어린이집이 한 해 만에 2배 이상 규모로 커진 것도 사원들 요구를 회사가 빠르게 수용했기 때문이죠. 내 목소리가 언제든 회사 생활에 반영될 수 있다는 믿음이 있기에 소통도 적극적으로 이뤄지는 것 아닐까요. 사람들의 의사소통으로 먹고사는 회사인 만큼 조직 내부 의사소통도 신경 쓴다는 것이 카카오의 매력입니다.”


    '다음'과 합병으로 사원 2500명으로 늘어
    공채 없고 '자기 주도 능력' 있는지 평가

    카카오는 공채가 없다. 타 업계보다 턴오버(Turnover·이직률)가 높아 ‘상시 채용’이 일반적인 IT업계 특성도 반영됐지만, 결정적인 이유는 2014년 5월 진행된 포털 다음(Daum)과의 합병 때문이다. 600명 안팎이던 사원 규모가 단기간에 2500여 명까지 불어나면서 대규모 신규 채용의 동기가 사라지고 상시 채용이 주(主)가 됐다.

    2016년 9월 현재 카카오 제주도 본사엔 기술·연구직 사원 400여 명이, 판교 사옥엔 전(全) 부서 사원 2100여 명이 근무하고 있다. 카카오는 공채가 없는 만큼 뚜렷한 인재상(像)을 따지기보단 학력·전공 상관없이 채용 공고가 난 파트에 맞춤한 인력을 선호하는 편. P&C팀(People and Culture·인사팀)은 “‘자기주도성’ 유무가 관건”이라고 했다. “어떤 팀 시니어는 신입 크루에게 일주일간 일을 시키지 않았던 적도 있어요. 대신 사내 아카이브를 찾아보면서 스스로 어떤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지 찾아보라는 지시를 했지요. 스스로 문제를 찾아서 해결해본 ‘자기 주도 능력’을 보여준다면 입사 시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습니다.” 진행 중인 채용 공고는 카카오 공식 홈페이지 내 ‘입사지원’에 들어가면 수시로 확인할 수 있다.

    회사 경영정보 全사원에게 공개...
    "함께 현재 공유하고 미래 고민, 이것이 카카오 동력"

    모든 사원 참여하는 공론의 장 'T500'

    ‘T500’은 카카오 전(全) 사원을 대상으로 열리는 비(非)정기 회의의 명칭이다. 화요일(Tuesday) 오후 다섯 시(5:00)에 열린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인데, 이달부터 날짜가 목요일(Thursday)로 변경됐다. 판교·제주 사옥을 합해 2500여 명에 달하는 사원이 온·오프라인으로 이 회의에 참석한다.
    8일 카카오 판교 사옥 타운홀에서 열린 ‘T500’ 오프라인 회의에 참석한 크루 300여 명이 임지훈 대표의 발표를 경청하고 있다. /카카오

    지난 8일 카카오 판교 사옥을 찾았을 때 복도 곳곳엔 ‘T500’이라고 쓰여 있는 포스터가 붙어 있었다. 8층 타운홀과 자율도서관 천장에 달린 TV 모니터에선 임지훈 대표가 직접 출연한 ‘T500’ 홍보 영상이 3~4분 간격으로 반복 재생됐다. ‘9월 8일 T500 현장에서 답해 드려요!’란 제목이 달린 게시판엔 “자율 출·퇴근제 해주시면 안 되나요?” “우리도 알뜰폰 사업 시도하면 좋을 것 같아요” 등 20여 개 포스트잇이 나붙었다. “라 상무님(카카오 프렌즈 ‘라이언’의 별칭)으로 얼마나 벌었나요?” 란 포스트잇 아래엔 “궁금해요” “꼭 답변해주세요”란 댓글성 포스트잇이 여럿 달렸다.

    T500은 일종의 공론장(公論場)이다. 이날 열린 회의에서 임 대표는 신규 서비스 출시 과정과 진행 현황을 비롯해 경영과 관련된 회사 정보를 전 사원에게 공개했다. 미리 받은 ‘포스트잇 질문지’를 비롯해 현장 거수(擧手)와 모바일 오픈채팅방을 통해 사원들의 궁금증도 실시간으로 해결했다. T500엔 수평과 소통을 핵심 가치로 둔 카카오의 기업문화가 깃들어 있다.

    “T500의 핵심은 ‘투명성’과 ‘신뢰감’ 확보입니다. 사원은 누구나 자신이 몸담고 있는 조직의 ‘현재’를 알 권리가 있어요. 함께 현재를 공유하고, 미래를 고민하는 문화가 ‘Connect everything(모든 걸 연결한다)’을 꿈꾸는 카카오의 동력입니다.”(이수진 이사)


    [The 테이블]사무실서 '노잼'은 죽음 "잡담이 경쟁력이다"
    4년 만에 17조원 기업 된 '공유 사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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