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만에 17조원 기업 된 '공유 사무실'

지난해 '가장 혁신적인 기업 50'에도 이름을 올린 '위워크'는

여러 명이 함께 쓸 수 있는 사무실을 제공하는 업체다.

하지만 공동창업자인 매즈 매켈비가 강조한 것은

공간을 넘어서는 사람 사이의 네트워크와 경험이었다.

    입력 : 2016.09.11 11:24

    [Weekly BIZ: 미겔 매켈비 '위워크' 공동 창업자]
     

    2008년 뉴욕 브루클린에서 ‘크롤러(Krawlers)’라는 작은 아기 옷 회사를 운영하던 이스라엘 출신의 젊은 사업가 애덤 노이만(Neumann)은 비싼 임차료 때문에 골치가 아팠다. 소규모 회사에 적합한 작은 사무실이 없어, 필요하지도 않은 넓은 공간을 비싸게 임차할 수밖에 없었다. 그때 노이만과 친분이 있던 건축 설계사 미겔 매켈비가 난관을 타개할 아이디어를 냈다. 노이만이 입주할 건물 일부가 비어 있으니 이를 통째로 임차해 작게 쪼갠 후 1인 창업자나 영세 사업자에게 싼 가격에 빌려줘 수익을 얻자는 것이었다. 매켈비는 노이만과 같은 건물에서 일하고 있어 건물 상황을 잘 알고 있었다. 의기투합한 둘은 ‘그린 데스크(Green Desk)’라는 회사를 설립하고, 건물 주인을 찾아갔다. 한 층을 통째로 임차하겠다는 제안에 건물주는 “부동산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군”이라며 코웃음을 쳤지만, 두 사람은 “당신 건물이 비어 있는 것을 알고는 있느냐”고 배짱 좋게 받아쳤다. 건물주는 임대료로 월 5000달러를 선불로 요구했으나, 노이만과 매켈비는 후불로 7500달러를 줄 테니 임대부터 해달라고 했다. 한 층을 사무실 공간 15개로 나눠, 사무실당 월 1000달러를 받은 다음 절반을 건물주에게 주고 나머지는 자신들이 갖는 것이 둘의 계획이었다.

    사무실 '쪼개서 임대'로 시작
    1인 창업자·영세 사업자 몰려
    2008년 금융위기 때 오히려 번창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영세 사업자들이 광고를 보고 몰려들었다. 2008년 가을 금융 위기가 터졌지만, 사업은 오히려 번창했다. 불경기로 고용 시장이 얼어붙자 1인 창업이 갑자기 늘어났다. 그린 데스크는 불과 1년여 만에 뉴욕 퀸스와 브루클린에 지점 7개를 오픈했다. 노이만과 매켈비는 이에 만족하지 않았다. 사무실 공유 시장이 엄청나게 확대될 것으로 판단해 그린 데스크의 지분을 브루클린의 건물주에게 팔고, 2010년 새로운 회사를 설립했다. 이 회사가 ‘위워크(WeWork)’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위워크는 전 세계 유니콘(기업 가치 평가액이 10억달러가 넘는 비상장 스타트업) 중 9위다. WSJ와 다우존스벤처소스가 추산한 위워크의 기업 가치는 약 160억달러(약 17조6928억원). 골드만삭스, 피델리티인베스트먼트, 하버드 매니지먼트, 티로우프라이스 그룹 등 유명 펀드와 벤처캐피털이 투자하면서, 2012년 1억달러였던 기업 가치가 4년 만에 160배로 뛰었다. 위워크는 미국 비즈니스 잡지 패스트컴퍼니가 지난해 선정한 ‘가장 혁신적인 기업 50’에도 이름을 올렸다. 여기에는 구글, 애플, 알리바바 등 대형 IT 기업들이 포함돼 있다.

    위워크는 현재 미국, 이스라엘, 영국, 독일 등 12국 33개 도시에 112개 지점을 보유하고 있다. 위워크 사무실에 입주한 기업 숫자는 1만개를 돌파했고, 회원은 6만명이 넘는다. 최근에는 미국과 유럽을 거쳐 아시아까지 세력을 확장 중이다. 지난 7월 중국 상하이에 첫 사무실을 열었고, 8월에는 한국에도 진출했다. 최근 방한한 미겔 매켈비(McKelvey·42) 위워크 공동 창업자를 서울 강남역 근처 위워크 사무실에서 만났다. 티셔츠와 청바지를 즐겨 입는 실리콘밸리의 공대생 출신 창업자들과는 다르게 하얀 셔츠와 검은색 바지를 단정하게 차려입은 모습이 오히려 눈에 띄었다.

    미갤 매캘비 '위워크' 공동 창업자

    ―창업 6년 만에 큰 성공을 거뒀다. 비결이 무엇인가.

    “처음 사업을 시작한 이유를 잊지 않았기 때문이다. 애덤과 나는 누구든 창업을 하려면 진짜 하려고 하는 일과는 관련 없는 까다로운 일까지 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많은 이가 뚜렷한 목표가 있고 그 분야에 재능이 있어도, 이와 전혀 관련이 없는 일에 많은 시간을 허비하는 것이 안타까웠다. 그래서 우리는 창업가들이 사업할 때 맞닥뜨리는 실질적인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자 했다. 비싼 임차료가 부담스러운 영세 사업자들을 위해 공간을 작게 나눠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임차할 수 있게 하는 비즈니스 모델도 이런 고민에서 출발했다.”

    ―단순히 사무실을 쪼개서 빌려주는 것만으로 위워크가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을까.

    부동산 회사 아닌 IT 서비스 기업
    공간 임대뿐 아니라
    입주 기업 간
    교류·소통 공간으로

    “당연히 아니다. 분명히 밝혀둘 것이 있는데 위워크는 부동산 회사가 아니라 IT 서비스 기업이다. 공간을 임대하는 것도 결국 서비스의 일부다. 위워크가 제공하는 사무실에 입주한 이들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해주는 것이 위워크의 핵심 비즈니스다. 회의실을 빌려주고, 커피와 맥주를 무료로 제공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공간만 빌려주는 것이 아니라 창업에 필요한 다른 서비스도 같이 제공하기에 입주자들이 위워크를 매력적으로 느끼는 것이다.

    위워크는 물질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대다수 창업자는 사생활 없이 늦게까지 일하는데 그 과정에서 큰 소외감을 느낀다. 사회적, 정신적 지지대가 필요하다. 그래서 같은 공간에 있는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과 교류하고 소통하는 것을 매우 좋아한다. 사업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바를 존중해주는 다른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이 위워크의 큰 장점이다. 창업 초기부터 위워크는 회원들 간의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데 많은 공을 들였다. 그리고 운 좋게도 전 세계 각국에서 이를 필요로 하는 이들을 많이 찾을 수 있었다.”

    디지털 네트워크가 경쟁력
    전 세계 회원 간 24시간 연결
    구인공고·아이디어 피드백 활용

    ―위워크의 경쟁력이 네트워크에서 나온다는 이야기인가

    “그렇다. 네트워크가 형성되는 방식은 다양한데, 이를 위해 여러 수단을 쓴다. 첫째는 같은 위워크 사무실, 그리고 가까운 지역의 위워크 사무실에 있는 사람들을 적극적으로 연결해 주는 것이다. 둘째는 같은 물리적 공간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네트워크다. 회원들이 서로 어울리면서 기분 좋게 커피나 맥주를 마시고 점심을 먹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났을 때 편안하게 대화를 하며 교류를 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려고 한다. 그래서 사무실 공간을 특이한 색깔과 디자인으로 꾸민다. 사람들이 좀 더 마음을 열도록 하기 위해서다. 셋째는 디지털 네트워크로, 가장 핵심이다. 위워크 사무실에 입주하면 위워크의 회원이 되고, 회원들끼리 교류하는 커뮤니티에 가입하게 된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만 설치하면 언제 어디서나 접근이 가능하다. 물리적인 공간의 제약 없이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다. 전 세계 위워크 회원들을 상대로 구인 공고를 낼 수도 있고, 사업 아이디어에 대한 피드백을 다른 국가의 회원들로부터 받을 수 있다. 때로는 기업에 필요한 사람을 전 세계 위워크 회원들 중에서 찾아 고용할 수도 있다.”

    공유 사무실 4년 새 6배...글로벌 기업들도 네트워크 참여

    공유 사무실 서비스는 건물 전체 또는 몇 개 층을 빌린 뒤 이를 여러 개로 나누어 소규모 기업이나 1인 창업자에게 재임대하면서 업무에 필요한 다양한 편의 시설을 제공하는 사업이다. 소기업 입장에선 대형 빌딩을 소유하는 부담이 없고, 개인 창업자는 저렴하게 사무실을 빌릴 수 있어 공유 사무실의 인기는 높아지고 있다. 공유 경제 전문 사이트 데스크매그(Deskmag)에 따르면 공유 사무실 이용자는 2011년 약 4만3000명에 불과했으나 2015년에는 51만여명으로 급증했다. 공유 사무실 숫자도 2011년 1130곳에서 2015년 7800여곳으로 6배 가까이 늘어났다. 매켈비 공동 창업자는 “(소규모) 공유 사무실 서비스 기업과 경쟁하기보다는 사무실 임대 시장이라는 큰물에서 경쟁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고 강조했다.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 서비스가 입주자들에게 그렇게 매력적인가.

    “네트워크 구축 단계부터 고객 요구 사항을 충분히 반영했다. (스마트폰을 꺼내 위워크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하면서) 예를 들어 (위워크 앱) 검색창에 ‘브랜드(brand)’라는 단어를 입력하면 이와 관련된 기업이 160개나 나온다. 위워크 네트워크 안에서 브랜드 전문가를 찾거나, 브랜드 전문 기업과 협업할 수 있는 것이다. 입주자는 작은 사무실을 하나 빌렸을 뿐인데 위워크 네트워크에서 사업에 필요한 다양한 정보를 얻고 사람도 만날 수 있다. 네트워크 서비스를 더 유용하게 만들기 위해 위워크는 거점 도시 선정에 매우 신경 쓴다. 서울의 경우 창업 열기가 뜨겁고 계속해서 발전하는 도시라고 들어서 진출을 결정했다.”

    ―위워크의 핵심 고객은 누구인가.

    “매우 다양하다. 처음 이 사업을 시작할 때만 해도 협업(coworking)이라는 개념은 주로 IT 기업들이 사용했다. 그때 협업은 프로그래머 여러 명이 한 공간에서 함께 일하는 것을 뜻했다. 스타트업이 많았다. 그런데 생각보다 많은 이가 협업 환경을 원하고 있었다. 비슷한 직종에 있는 사람들과의 교류를 원했다. 이런 사람들은 패션, 법, 회계, 마케팅 등 여러 분야에 걸쳐 있었다. 이런 필요는 소규모 기업에 국한되지 않는다. 규모가 큰 기업들도 포함된다. 그래서 글로벌 기업들도 위워크 사무실을 활용하기 시작했다. 특정 부서나 팀이 독립해 위워크 사무실을 이용한다. 델, IBM,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에어비앤비,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등이 그렇다.”

    새로운 경험을 제공
    델·IBM·아마존·MS도
    부서나 팀이 독립해
    사무실 활용

    ―대형 글로벌 기업들까지 위워크를 찾는 이유는 무엇인가.

    “위워크가 사람들이 원하는 ‘경험’을 주기 때문이다. 이것이 위워크의 핵심 가치다. 위워크의 커뮤니티는 각자 인생과 사업에서 무엇인가를 이루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공동체다. 그리고 비슷한 처지인 사람들을 만나 경험과 정보를 나누고 위안을 느낀다. 모여 있으면 더 큰 시너지가 나는 것이다.”

    ―커피부터 건강보험 가입까지 다양한 서비스를 추가 요금 없이 제공하고 있어 비용 부담이 클 것 같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어떤 서비스를 얼마나 제공해야 하는지 적정선을 찾았다. 게다가 위워크 회원들은 대부분 사업자고, 평판을 매우 신경 쓴다. 자신이 위워크라는 공동체의 일부라고 항상 인지하고 있다. 무료 커피나 맥주 때문에 파산할 일은 없을 것 같다(웃음).”

    ―위워크의 비즈니스 모델은 공유 경제 선두 기업으로 불리는 에어비앤비와 닮은 점이 많아 보인다.

    “많은 면에서 비슷하다. 에어비앤비는 항상 고객 경험에 가치를 두는데, 우리도 그렇다. 에어비앤비 공동 창업자 3명 가운데 2명이 산업디자인을 전공했다. 나 역시 건축과 인테리어 디자인 일을 했다. 다만 위워크는 일하는 사람들의 공간을 직접 조성하고, 에어비앤비는 여행객들을 위해 세계 각지의 공간을 연결한다. 위워크가 회원들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처럼, 에어비앤비의 호스트(집주인)도 여행자에게 편의를 제공한다. 핵심은 네트워크와 서비스다. 두 기업 모두 물리적인 공간, 네트워크, 서비스가 결합된 새로운 경험을 고객에게 주는 데 성공했다.”

    ―세계 각지 회원들에게 모두 가치 있는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가능한가.

    “현지 상황을 고려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기업이 직원들에게 의료보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의료보험 가입 절차가 까다로워 많은 스타트업이 어려움을 겪는다. 위워크는 회원사를 대상으로 의료보험을 제공할 수 있는 파트너를 소개하고 있다. 미국과 달리 한국에서는 의료보험 이슈가 중요하지 않다고 들었다. 결국 국가나 지역에 맞는 서비스를 찾는 것이 필요하다.”

    ―한국에서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나.

    위워크가 연결고리 역할
    회원사가 원한다면
    정부·지자체와 만남 주선

    “한국 정부와 지자체가 스타트업 지원에 적극적이라고 알고 있다. 위워크 회원사들이 정부가 연계된 프로그램에 관심을 가지면 위워크가 나서서 연결해 주는 방안도 모색 중이다. 이번에 서울시와 양해각서를 체결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 외에도 카카오택시, 쏘카, 그리고 사무실 주변의 레스토랑과 파트너십을 맺어 회원들이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했다.”

    불황 덕에 성공?
    경기 좋아져도 바뀌는 건 없어
    위워크식 사업환경 매력적

    ―부동산 시장 상황에 영향을 많이 받을 것 같다. 이와 관련된 리스크는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이 질문을 정말 많이 받는다. 돌이켜보면 처음 이 사업을 시작한 시기는 어마어마한 불경기였다. 글로벌 금융 위기로 부동산 가격이 폭락했다. 그때 사람들이 말했다. 불황 탓에 아무도 장기 임대를 하려고 하지 않아 위워크가 성공했다고 말이다. 경기가 회복되면 위워크는 계속 성장하기 힘들 것이라는 이야기도 들었다. 기업들이 과거처럼 다시 건물을 사리라 예상한 것이다. 그런데 경기가 좋아져도 위워크는 여전히 성장하고 있다. 경기가 예전보다 좋아졌지만, 기업들은 과거의 위기를 반면교사로 삼아 어떤 상황에서든 유연하게 대처할 재무적 능력을 갖추려고 한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위워크의 비즈니스 모델은 여전히 매력적이다. 게다가 게임의 법칙이 바뀌고 있다. 수많은 스타트업이 거대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창업 시장에 많은 사업가가 뛰어들고 있다. 이들에게 위워크는 꼭 필요한 존재다.”

    ―향후 목표는 무엇인가.

    “나는 나이키 창업자인 필 나이트(Knight)가 태어나고 자란 오리건 출신이다. 나이키는 디자인과 브랜드의 역할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보여줬다. 스포츠와 피트니스가 삶의 방식을 바꾸는 수단으로 여겨지게 된 것은 나이키 덕분이다.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는 것이 바로 혁신이라고 생각한다.

    공유 사무실 사업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도 빠르게 바뀌고 있다. 소수의 스타트업이 작은 규모로 시작하던 시기를 지나 이제는 투자자들이 이 분야에 뭉칫돈을 투자하고 있다. 공유 사무실 사업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혁신’을 일으키는 것이 내 목표다.”

    ―창업 꿈꾸는 젊은이들에게 조언한다면

    “실패를 무릅쓰고 도전하는 의지가 매우 중요하다. 기업가 중에는 서너번 연속 실패를 겪고 난 후에야 비로소 성공을 거두는 경우가 많다. 실패를 편하게 받아들이고 실패를 통해 배우는 것에 익숙해져야 한다. 위워크에 온 수많은 창업가에게 강조하는 것도 바로 이 부분이다.”

    배달 사업에 IT를 결합하니 새 세상이 열렸다
    "공유경제에 미래가 달려…'사드' 배치로 서울 관광 타격 우려"
     
  • Copyright ⓒ 조선일보 & Chosun.com
  • 이전 기사 다음 기사
    기사 목록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