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레터] ‘다른 삶’에 대한 존중과 배려

    입력 : 2016.08.16 19:18

    [The 테이블]
     

    어릴 적 살던 시골집에 셰퍼드가 있었습니다. 가난한 살림에도 아버지는 개를 무척 좋아했지요. 지금 생각하면 출장 잦은 아버지 대신 엄마와 어린 자식들을 지켜주던 든든한 보호자였습니다. 낯선 사람 어른대면 사납게 짖어대고요, 아이들 학교에서 돌아오면 다정하게 꼬리를 흔들었지요.

    그러던 어느 여름날, 집 마당에 뱀 한 마리가 나타나 일대 소동이 벌어졌습니다. 어찌어찌 뱀을 쫓아내긴 했는데, 그날 밤이 문제였습니다. 그 듬직했던 셰퍼드가 몹시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며 우는 겁니다. 불을 켜고 달려나가 보니 낮에 나타났던 그 뱀에 물려 사경을 헤매고 있었지요. 아버지는 “목줄만 매 놓지 않았어도…” 하시며 눈물을 글썽였습니다. 세월이 오래 흐른 요즘도 엄마는 그때 그 개가 주인네를 지켜주고 대신 죽었다며 안타까워합니다.

    아무리 기력이 달려도 보신탕을 먹지 않는 이유는 어릴 적 기억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그렇다고 애견인은 아닙니다. 알레르기가 심해 털 달린 동물은 질색이니까요. 개 유치원, 개 호텔, 개 해수욕장까지 생겼다는 뉴스엔 “세상 말세”라며 혀를 끌끌 차는 쪽입니다. ‘개’ 자를 접두사로 넣으면 모든 단어가 욕이 되는 한국 사회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습니다. ‘다른 삶’에 대한 존중과 배려, 에티켓이 필요한 세상입니다.

    그나저나 ‘대통령 휴가지’가 아주 매력적으로 읽힙니다. 폭염 한풀 꺾이면 저도 KTX 타고 울산 대나무숲으로 힐링 여행 떠나야겠습니다.

     
    [The 테이블] 멍비치·개캉스… 견공님, 어서옵쇼
    [The 테이블] 대통령 다녀간 십리대숲… “이리 가가꼬 절로 돌았다 아입니꺼”
  • Copyright ⓒ 조선일보 & Chosun.com
  • 이전 기사 다음 기사
    기사 목록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