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에서] 갖고 놀기 좋은 나라

    입력 : 2016.08.10 07:40

    정우상 정치부 차장 사진
    정우상 정치부 차장
    2010년 11월 연평도 포격 직후 중국 다이빙궈(戴秉國) 외교 담당 국무위원이 1박2일 일정으로 방한했다. 서해에서 한·미 연합 훈련을 앞둔 전날이었다. 다이빙궈 일행은 11월 27일 오후 3시 "한국에 갈 테니 서울공항을 비워 달라"고 통보하고 15분 뒤 중국 공항을 이륙했고, 도착 직후 이명박 대통령 면담을 요구했다. 한국 외교장관이 방중(訪中) 직전 이를 통보하고 시진핑 주석 면담을 요구하는 상상을 해보면 중국의 '무례'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갈 것이다. 다음날 이명박 대통령을 만난 다이빙궈는 한 시간 동안 역사 이야기 등 잡담을 이어가다 불쑥 북핵 6자 회담을 제안했다. 다이빙궈는 지난 4월 낸 자신의 회고록에서 김정일 위원장을 '우정을 나눈 친구'로 표현하며 '그와 쌓은 우정을 평생 잊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다이빙궈를 통해 중국의 '실재'를 봤다면 중국 언론의 모습은 천안함 폭침 직후 한국 외교부 청사에서 만난 중국 언론인들을 통해 읽을 수 있었다. 이들은 인민일보, 청년보 등 소속 매체가 다양했다. 그러나 한국 언론인들이 유엔의 대북 제재에 반대하는 중국을 비판했더니 이들은 "긴장 유발은 미국과 한국이 하고 있다"며 반발했다. 인민일보 기자가 가이드라인 성격의 발언을 하니 다른 기자들도 비슷한 의견으로 거들었다. 언론인이라기 보다 정부 입장을 대변하는 공보 담당 공무원 같았다.

    2010년 11월 28일 이명박 대통령이 청와대를 방문한 다이빙궈 중국 국무위원과 만나 환담을 나누고 있다./조선일보DB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이라는 북한의 연쇄 도발은 동북아시아 안보의 '속살'을 드러냈다. 국제사회는 미국과 G2로 불리던 중국에 책임 있는 행동을 요구했지만, 중국은 응징도 아닌 '제재' 수준의 요구마저 외면과 방해로 일관했다. 중국은 천안함 관련 대북 제재 요구에는 "북한이 했다는 증거가 없다"고 했고, 한·미 연합 훈련에는 "역내(域內) 긴장을 불러온다"며 극렬히 반대했다.

    중국이 오만한 태도로 일관할 수 있었던 것은 한국 내부의 분열이라는 '믿는 구석'이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일부 정치 세력과 언론은 끊임없이 천안함 음모론을 제기했고, 연평도 포격 이후에도 대북 대응을 놓고 사분오열했다. 야당에선 '전쟁이냐, 평화냐'는 논리로 북한보다는 우리 정부를 겨냥했고, 정부·여당은 야당 설득보다는 "어느 나라 정당이냐"며 안보 문제를 내정(內政)에 이용했다. 전직 외교 당국자는 "중국 입장에선 자기들끼리 치고받는 한국만큼 '가지고 놀기 쉬운 나라'도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로부터 6년이 지났다. 그러나 사드 배치 결정을 두고 벌어지는 국내 상황과 중국의 모습은 지난 6년의 시간이 무색할 정도로 닮았다. 자국(自國) 이익만 좇는 중국에는 당분간 강대국으로서의 책임 있는 행동을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그렇다면 변화는 중국이 한국을 '갖고 놀기 좋은 나라'로 여기지 못하게 하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한·중 관계에서 중국을 오만하고 무책임하게 만든 책임의 상당 부분은 우리가 제공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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