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한 아마존 나비

    입력 : 2016.07.07 06:19

    애벌레 시절 자신을 보호해 준 개미의 먹이 빼앗는 모습 발견

    꽃을 찾아다니는 나비는 늘 부드럽고 연약한 이미지로 다가온다. 하지만 아마존 정글의 나비는 다르다. '빼앗긴 만큼 빼앗는다'가 신조인 냉혈한에 가깝다. 미국 라이스대와 플로리다대 공동연구진은 '미국 인시류학회 저널' 최신호에서 "페루의 정글에서 나비가 애벌레 시절 자신을 보호하던 개미의 먹이를 빼앗는 모습을 처음으로 발견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이 관찰한 나비는 부전네발나비과(科)다. 이 종류의 나비 애벌레가 개미와 공생(共生) 관계를 맺는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개미가 애벌레의 등에 난 촉수를 건드리면 단백질과 당분이 풍부한 액체가 흘러나온다. 개미는 꿀물을 먹고 대신 애벌레를 천적으로부터 보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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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미의 먹이인 죽순 수액을 빼앗는 나비. /미 라이스대
    라이스대 필 토레스 교수는 아마존 정글에서 성충이 된 나비가 죽순(竹筍)의 수액(樹液)을 빨아먹는 모습을 관찰했다. 수액은 원래 나비 애벌레를 보호하던 개미들이 독차지하던 먹이였다. 나비는 개미들이 다가와도 아랑곳하지 않고 수액을 먹었다. 연구진은 나비 성충과 개미의 관계는 숙주가 구해온 먹이를 빼앗는 '도적 기생'이라고 설명했다. 개미는 입으로 죽순의 끝을 핥아 수액이 마르지 않고 잘 흐르도록 하는데, 나비가 이를 가로챈 것이다.

    나비는 심지어 개미가 수액을 먹으러 오지 못하게 막았다. 개미는 그런 나비를 그대로 뒀다. 연구진은 "애벌레 시절 체취가 남아있어 개미가 꿀물을 주던 애벌레로 착각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실제로 개미 일부가 나비의 등을 더듬이로 건드리는 모습이 관찰됐다. 애벌레에게 같은 행동을 하면 촉수에서 꿀물을 분비한다. 나비는 개미를 철저히 이용했다. 나비는 연한 갈색 날개에 개미의 몸 색깔과 같은 주황색 반점들이 있다. 새들은 이런 나비를 맛도 없고 잘못하면 침에 쏘이기도 하는 개미로 착각해 멀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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