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 '高架 정원' 이 남자 손에서 나왔다

    입력 : 2016.06.24 06:03

    ['서울역 7017 프로젝트' 설계… 네덜란드 건축가 비니 마스]

    "10여 년 전 서울은 콘크리트 '몬스터(monster·괴물)'였습니다. 녹지는 없고 차만 달렸죠."

    네덜란드 출신 건축가 비니 마스(Winy Maas·57)는 서울을 처음 방문했던 2003년 첫인상을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비니 마스는 세계적 건축·도시 설계 회사인 MVRDV의 창립자이자 대표다. 2000년 독일 하노버 엑스포의 네덜란드관을 디자인해 세계인의 주목을 받았고, 지난해 '서울역 7017 프로젝트'의 밑그림을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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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일 서울 중구 만리동 스카이1004빌딩 옥상에 마련된 '서울역 7017 전망대'에서 네덜란드 건축가 비니마스가 서울역 고가도로를 배경으로 활짝 웃고 있다. '서울역 7017 프로젝트'의 국제 현상 설계 공모 당선자로 노후한 이 공간을 각종 식물과 카페 등이 들어선 도심 속 정원으로 바꾸겠다는 구상이다. /장련성 객원기자

    1970년에 지어진 고가도로의 변신
    "도시가 놓쳤던 녹지·인간성 채워
    사람·식물·음악 어울린 공간으로"

    '서울역 7017프로젝트'는 낡고 위험한 서울역 고가도로(高架道路)를 시민이 걸어 다닐 수 있는 공중 정원으로 탈바꿈시키는 사업. 1970년대 만들어진 서울역 고가도로를 2017년 공중 정원으로 조성하겠다는 뜻에서 7017이란 숫자를 붙였다. 마스는 '서울역 7017 인포가든' 개관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22일 내한했다. 23일 개관한 인포가든엔 내년 4월 완공될 서울역 공중 정원의 3D 조감도 등이 전시돼 있다. 이날 인포가든을 찾은 마스는 "머릿속에만 있던 이미지가 실물로 구현된 것을 마주하는 느낌"이라며 "고가도로 위가 휑해 보이지 않으려면 나무가 좀 더 풍성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서울역 고가도로 공원화를 두고 논란이 많았다. 고가도로 폐쇄가 부른 교통 체증, 노후 고가를 철거하지 않고 공원화하는 데 따른 안전성 우려 등이 제기됐다. 지난해 1월 이 프로젝트를 발표한 서울시가 2년 4개월 만인 내년 4월에 공사를 끝내겠다고 하자 사업 진행이 너무 빠른 것 아니냐는 지적도 받았다.
    '서울역 7017 프로젝트' 조감도. /서울시
    마스는 이런 논란을 모두 알고 있다고 했다. 그는 "사업을 찬성하는 사람이 절반만 넘는다면 속도가 빠른 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사람들은 기껏해야 80년을 사는데, 이들에게 역동적으로 변하는 도시를 경험하게 해주려면 (프로젝트를) 빠르게 추진하는 게 맞지 않느냐"고 했다.

    마스는 서울역 고가도로 위에 각종 수목이 식재된 화분과 벤치, 장미·목련 광장 등을 조성해 콘크리트 구조물인 고가도로를 녹지로 전환하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또 서울역 고가 주변에는 고가로 연결되는 접근로 17곳을 새로 만들어 시민이 걸어 다니면서 서울 곳곳을 감상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고 했다. 마스는 "건축가는 사람들 삶의 양식을 바꾸는 사회적인 직업"이라며 "이 공중 정원이 시발점(Starting Point)이 되어 서울 시민이 차 대신 자전거나 걷기를 즐기게 되기 바란다"고 했다.

    마스는 약 20차례 한국을 방문했다. 그는 "발전을 위해 외국인에게도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하는 서울 특유의 에너지에 매료됐다"고 했다. 그간 동대문, 용산부터 부산, 광주까지 다양한 지역을 다니며 새로운 한국의 모습을 구상했다고 한다. 그는 "한국은 산과 언덕, 한강과 바다 등 뛰어난 자연환경을 갖추고 있지만 이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는 것 같다"며 "특히 한강 주변을 도로가 둘러싸고 있어 시민의 접근성이 떨어지는 게 가장 아쉽다"고 했다.

    마스는 서울이 놓치고 있는 '녹지'와 '인간성(humanity)'을 건축가인 자신이 채워주고 싶다고 했다. "서울역 7017 프로젝트로 삭막한 도시 서울에 녹색 씨앗을 뿌리겠습니다. 이후 공원을 음악과 식물, 사람이 어우러지는 공간으로 키우는 것은 서울 시민의 몫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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