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방 내어줬더니… 지구촌 가족이 생겼다

"사람 사는 세상은 다 똑같더라고요.
우리도 여행 가면 안전하고 편한 잠자리 찾게 되고 말 통하는 사람이 간절해지잖아요.
외국인 게스트들에게 저와 저희 집이 그런 역할을 해주는 거죠.”

    입력 : 2016.06.14 18:24 | 수정 : 2016.06.14 18:31

    서울에서 숙박 공유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낯선 이에게 우리 집 방을 내준다? 이방인에게 “우리 집에 와서 자고 가!”라고 말한다. 그를 또는 그녀를 ‘유인’하기 위해 집 구석구석 사진을 인터넷상에 올리고, 두 팔 벌려 환영한다. 자유롭고 개방적인 해외 얘기? 아니면 휴가 시즌을 노린 전문 숙박업체의 얘기? 아니다.요즘 국내에서 유행인 ‘홈셰어링’ ‘공유홈’ ‘숙박공유’ ‘집방(집과 방)공유’ 하는 사람들의 얘기다.
    말 그대로 집의 빈방이나 공간을 타인에게 저렴한 숙박비를 받고 공유하는 것을 말한다. 대표적인 글로벌 숙박공유 플랫폼인 ‘에어비앤비’에 따르면 집을 사적 공간으로 인식하는 한국 사회에서도 이미 빈방, 빈집을 공유하겠다고 등록한 숙소가 1만6000개(일반 개인 호스트 및 게스트하우스 포함)를 넘어섰다. 집의 빈방을 공유하는 ‘숙박공유’가 빠르게 우리 사회의 새로운 문화 현상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자녀가 떠난 방을 공유하는 은퇴자 부부부터 결혼과 출산으로 인해 경력이 단절됐다가 ‘글로벌 민박집’ 주인으로 거듭난 아이 넷 엄마까지, 남에게 ‘사랑방’ 내주는 이들의 얘기를 들어봤다.
     

    “아이들은 더 이상 영어 무서워 안하고… 난 ‘경단녀’ 탈출 성공”

    아이 넷 키우며 게스트하우스
    은평구 단독주택 성윤자씨
    “아이들을 외국에 유학 보내거나 자주 나갈 수없는 형편이니 외국인을 우리 집으로 불러들여 문화 교류라도 해보자는 생각이었어요.” 16살, 13살, 8살, 5살 2남 2녀를 키우며 외국인 대상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성윤자(42)씨가 웃었다. 서울 은평구 대조동 단독주택에 ‘엠마게스트하우스’라는 간판을 내걸고 게스트하우스를 하고 있다.
    4남매의 어머니가‘사랑방’을 내준 이유는 단순하면서도 현명하다.“영어학원에 다녀도 실생활에 쓸 수 있는 영어는 한정적이잖아요. 외국인들을 자주 접하니 아이들이 영어를 두려워하지 않고 영어 공부가 필요한 이유도 자연스럽게 느끼는 것 같아요. 저도 영어 실력이 는 것 같고요.” 사교육비를 절감하면서 남는 방을 공유해 외화까지 벌어들이고 있어 일석이조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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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독주택인 자신의 집에 ‘엠마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은평구 대조동의 성윤자(가운데)씨. /염동우 영상미디어 기자
    며칠 전 엠마게스트하우스를 찾았을 때 3층 건물 중 1층엔 중국인 가족이, 2층엔 미국인 부부가 ‘체크인’한 상태였다. 성씨의 영어는 유창하지는 않았지만 의사소통엔 무리가 없었다. 그녀는 대학에서 중국어를 전공했다. 졸업 후 직장 생활을 했지만 결혼하면서 전업 주부가 됐다. 그랬던 그녀가 2년 전 집 1~2층을 게스트하우스로 운영하면서 ‘호스트’라는 새로운 직업과 ‘엠마’라는 닉네임을 얻었다. 성씨는 “도시민박은 아이들을 키우면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라며 “투숙객의 체크인, 체크아웃 시간이나 지하철역까지 마중 가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시간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다”고 말한다. 아쉬운 점은 정작 자신은 여행 가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살림 양이 조금씩 늘어나는 것도 힘들다. 투숙객이 바뀔 때마다 수건과 이불을 교체해주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힘든 일은 꽤 있지만 성씨의 열정을 꺾진 못한다. 투숙객과 함께 북한산 둘레길을 걷기도 하고, 전통시장 나들이에 동행하기도 하면서 친구처럼 지낸다. 시내에서 조금 떨어진 이 동네만의 특색도 알리고 싶어 동네 정보도 부지런히 모은다.
    그녀의 친절함과 싹싹함은 평점과 후기를 비옥하게 했다. “첫 투숙객이 싱가포르 사람이었는데 북한산 둘레길을 함께 걸었어요. 그게 인상적이었는지 이번 휴가 때 그분이 일본으로 갈까 하다가 다시 우리 집에 오겠다고 연락이 왔어요. 투숙객 중에 해외여행할 계획이라면 꼭 자기 나라로 와서 연락하라는 친구도 생겼어요. 신기하고 보람 있죠. 적어도 몇 개국에는 제가 아는 사람들이 살고 있으니까.”
    도시민박 호스트가 준비해야 할 용품
    ▲지도, 관광책자: 해당 구청에서 도시민박업 등록을 하면 한국관광공사에서 만든 지도와 관광안내서를 제공 받을 수 있다.
    ▲콘센트와 플러그 변환기: 빌려 달라고 하는 사람들이 많다. 여분으로 넉넉하게 갖춰놓는 게 상책.
    ▲휴대용 와이파이 공유기: 2개 정도 구비해놓고 대여해준다.

    “처음엔 두려움 반, 호기심 반… 지금은 이걸 안 했으면 어쩔 뻔했나 싶어”

    5년 전 남편 잃고 홀로서기에 성공
    옥상정원으로 소문난 김향금씨
    ‘심지어 세 마리 개와 한 마리 고양이마저도 매너 있게 훈련이 잘돼 있었다’ ‘아침마다 옥상에서 바로 수확한 채소를 곁들여 밥을 먹을 수 있어서 좋았다’… 숙박공유 플랫폼인 ‘에어비앤비(www.airbnb.co.kr)’에 올라온 서울 송파구 삼전동 한 도시민박집의 후기다. 외국인 게스트들이 이구동성 호스트 ‘Hyang’의 친절에 감동했고, 옥상에 감탄했다.
    주택가 평범한 5층짜리 빌라 꼭대기 층. 헉헉대며 계단을 올라가니 개 세 마리와 함께 앞치마를 두른 50대 여성이 이방인을 반겼다. ‘Hyang’이라는 호스트 닉네임을 쓰는 이 집 주인 김향금(56)씨다.
    “5년 전 남편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후 두 아들과 살았는데 아들들이 각각 대학 진학과 조종사의 꿈을 위해 독립하면서 집에 덩그러니 홀로 남았어요. 외롭고 공허했죠. 두 아들이 쓰던 방을 놀리기 아깝기도 해서 2014년 10월에 도시민박업 등록을 하고 도시민박을 시작했어요.” 그녀는 “현행법상 도시민박은 외국인만을 대상으로 할 수 있기 때문에 영어를 전혀 못했음에도 외국인을 대상으로 할 수밖에 없었다”며 “처음엔 두려움 반, 호기심 반이었지만 지금은 이걸 안 했으면 어쩔 뻔했나 싶다”고 했다.
    자신이 사는 빌라 최상층을 도시민박으로 꾸민 송파구 삼전동의 김향금씨. 숙박하는 외국인들을 위해 옥상은 한국식 정원으로 꾸몄다.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그간 다녀간 팀은 100여 팀. 국적도 중국부터 캐나다·미국·이탈리아·러시아·일본·말레이시아까지 다양하다. 짧게는 2일, 길게는 일주일 정도 ‘거쳐’ 가지만 김씨의 따뜻함을 잊지 않고 이후 다시 이 집을 찾는 외국인들도 있단다.
    투숙객들이 최고로 꼽는 이 집의 장점은 옥상 정원. 생활공간은 일반 가정집과 별 차이 없지만 옥상에 올라가면 빨간 열매 주렁주렁 달린 앵두나무, 아담한 연못에 텃밭까지 있다. “원예 치유에 관심이 많아 우리 집에 오시는 손님들을 위해 한국식 정원으로 꾸몄어요.” 투숙객들은 옥상에 올라와 책을 읽고 담소도 나눈다. 김씨가 취미 삼아 만든 도자기 찻잔에 차도 담아 마신다. 텃밭에서 나는 작물로 매일 아침상을 차려준다. 감동적인 후기가 자연스레 따른다.
    “남편을 잃고 한동안 방황했는데 도시민박을 하면서 다시 삶의 재미를 찾았어요. 큰돈 버는 건 아니지만, 낯선 이국 땅에 온 누군가에게 편안하고 안전한 잠자리를 내주고 그들은 잠시나마 내 가족이 되어주니 이보다 더 좋은 게 어디 있겠어요!”
    도시민박 초보자를 위한 Tip
    ▲한국적인 소품을 적당히 배치하라: 외국인들은 이국적인 인테리어보다 직접 만든 홈메이드 제품을 더 좋아한다. 전통 자수, 조각보 등으로 집안을 꾸며보자.
    ▲집주인의 취향을 반영해라: 한국식 정원, 텃밭, 도자기 그릇, 반려동물 등으로 우리 집만의 개성을 만들어보자.
    ▲영어가 능숙하지 않다면 ‘번역 앱’을 활용하자: ‘구글 번역’ ‘번역 어플’ ‘플리토’ 등 번역 앱을 활용하면 어느 정도 의사소통할 수 있다.

    “집으로 찾아오는 세계 젊은이들… 관광사절단이 뭐 따로 있나요?”

    방 3개짜리 아파트 홈스테이로
    韓·中 문화교류 넓히는 이명희씨
    서울역 부근 중구 만리동의 한 아파트 현관문으로 들어서니 중국어 대화가 오간다. 집주인으로 보이는 50대 중년 여성이 젊은 말레이시아 여성에게 명동으로 가는 법과 주변 가볼 만한 곳을 메모해가며 가르쳐준다. 메모에는 한국어로 ‘길을 잃었으니 아래 주소로 안내 부탁드립니다’라고 적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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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학과 독립으로 비어있는 두 아들의 방을 도시민박으로 활용하는 중구 만리동의 이명희(오른쪽)씨. /염동우 영상미디어 기자
    “방금 체크인한 게스트인데 바로 명동으로 가보고 싶다고 해서 길을 알려줬어요.” 이층 침대가 놓인 작은 방에는 다른 중국인 게스트가 나갈 채비를 하고 있었다. 109㎡(33평) 아파트, 방 3개짜리 이 집은 ‘한국과 중국 문화를 교류하는 집’으로 소문날 만큼 중국인 관광객들 사이에서 꽤 유명한 집이다. ‘호스트가 중국어를 잘해 의사소통하기에 전혀 불편함이 없었다’ ‘이 집에 간다면 무료 관광가이드를 덤으로 받을 수 있다’ ‘문화를 나눌 수 있는 민박집’이라는 후기가 여러 숙박공유 사이트를 장식하고 있다.
    이 집 주인 이명희(58)씨는 중견회사에서 사장 비서로 25년간 일했고, 퇴직 후 한동안 중국어 통역 가이드를 했다. 메르스 때문에 일이 끊기면서 무엇을 할까 고민하던 중 남편이 “관광 가이드 재능 봉사 겸 집에서도 잘할 수 있는 홈스테이가 어떻겠냐”고 제안을 한 게 도시민박을 시작한 계기다.
    “마침 두 아들의 방이 유학과 독립으로 비어있었어요. 홈스테이는 다양한 관광객들을 만날 수 있어서 좋고, 제 중국어 실력 향상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어요.” 이씨의 중국어 실력은 6개월간 독학하고, 중국 상하이 단기 어학 연수 6개월 다녀와 쌓았다는 말이 믿기 어려울 정도로 유창했다. 의사소통이 잘 되고, 전문적인 관광 안내도 받을 수 있으니 이 집 방은 비어 있을 틈이 없다. 여러 사이트에서 예약을 동시에 하는 바람에 안방을 내주고 남편과 거실에서 자야 할 때도 있었단다.
    이씨는 “내 나이가 되면 자녀가 독립하거나 출가해 ‘빈 둥지 증후군’을 느끼는 주부들이 많은데 아들 또래 게스트들이 꾸준히 찾아와주니 허전함을 느낄 틈이 없다”고 했다. “어떤 사람은 ‘내 집에 어떻게 다른 사람을 들이느냐’고 하는데 사람 사는 세상은 다 똑같더라고요. 우리도 해외여행 가면 안전하고 편한 잠자리 찾게 되고 말 통하는 사람이 간절해지잖아요. 외국인 게스트들에게 저와 저희 집이 그런 역할을 해주는 거죠.” ‘즐거운 여행하고 간다’ ‘꼭 다시 오겠다’는 인사를 들으면 관광사절단이라도 된 듯 보람 있단다. 이씨는 호스트를 꿈꾸는 이들에게 한 가지 당부 말을 남겼다. “아파트에서 도시민박을 하려면 공동주택관리규약이 있어서 그 규약에 따라 운영해야 해요. 게스트들에게도 공동주택 생활법을 숙지시켜야 한다는 것 잊지 마세요! 안 그러면 이웃들에게 미운털 박히기 십상이니. 하하.”
    다국적 게스트를 위한 조식 노하우
    ▲홈스테이는 현지 생활을 체험하는 게 매력. 주인이 먹는 현지식 그대로 같이 먹는다는 개념으로 제공하면 좋아한다. 단, 게스트가 특정 식재료에 알레르기 반응이 없는지 미리 확인한다.
    ▲3박 이상할 경우 한 끼, 한 메뉴라도 게스트의 자국 음식을 만들어보자. 자연스레 이야기꽃을 피울 수 있다.
    ▲빵 한 조각, 우유 한 컵이라도 보기 좋은 그릇에 담아 정성스럽게 내면 ‘후기’가 달라진다.
    ▲조식 외에 ‘삼겹살데이’ ‘김밥 말아 먹는 날’ 등 저녁 이벤트를 정하는 것도 재미있다.

    그냥 빌려주면 불법, 구청에 도시민박 등록하면 합법

    대중적으로 우리나라에 숙박공유가 확산된 결정적 계기는 2013년 세계 최대 숙박공유 플랫폼인 미국의 에어비앤비(www.airbnb.co.kr)의 국내 진출이다. 이와 유사한 토종 숙박공유 사이트인 코자자(www.kozaza.com), 비앤비히어로(www.bnbhero.co.kr) 등도 활성화되면서 빈방을 전 세계인과 공유하기가 한결 쉬워졌다.
    국내에도 ‘호스트’들이 늘면서 불법 민박 형태의 숙소가 생기거나 안전사고, 주거 불안 등 갖가지 부작용도 생기고 있다. 정부는 ‘공유민박업’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민박업과 관련된 법을 만들기로 했지만 아직 전면 시행까지는 시간이 걸릴 듯하다.
    지난 9일 서울 송파구청 대강당에서 열린 ‘외국인 관광 도시민박업 창업설명회’에는 350여 명의 시민이 몰렸다. /송파구청 제공
    당장 이번 휴가부터 우리나라를 찾는 여행객들에게 내 집의 빈방을 합법적으로 공유하고 싶다면 조건부터 확인하자. 도시 지역의 단독·다가구·아파트·연립·다세대 주택, 연면적 230㎡ 미만에 살거나 소유하고 있을 경우엔 거주지 관할 구청 관련 과에 가서 ‘외국인 관광 도시민박업’으로 등록하면 된다.
    등록절차는 간단하다. 주택 평면도와 시설 배치도 또는 사업계획서, 주택 소유권이나 사용권 증명서류(자치구에 따라 주민등록등본 필요)를 준비해 가 별도의 관광사업등록 신청서를 작성한 후 수수료(2만원)와 함께 제출하면 된다. 큰 문제가 없으면 등록까지 최대 14일 정도 소요된다. 이후 관할 세무서에 가 사업자등록을 완료한다.
    다음은 우리 집 빈방을 알릴 차례. 구석구석 사진을 찍어 대표 숙박공유 사이트에 안내에 따라 호스트 등록 후 소개 글과 함께 올린다. 호스트를 등록할 때 프로필에 집주인의 얼굴 사진을 올리면 게스트들에게 신뢰를 줄 수 있다. 질문이나 후기에 꼼꼼하게 답변을 달아주면서 자연스레 숙소를 알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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