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의 트럼프' 大選 70년만의 최대 파란

    입력 : 2016.05.10 06:29

    [로드리고 두테르테 당선 확실시]

    개표 70% 진행된 상황에서 39% 득표, 2위에 17%p 앞서
    "소수 명문가가 주도한 정치판서 힘센 지도자 이미지로 어필"
    '취임 6개월 내 범죄 근절' 공약, 치안 불안 민심도 파고들어

    9일 치러진 필리핀 대선에서 잇단 막말로 '필리핀의 트럼프'라는 말을 듣고 있는 민주필리핀당(야당) 소속 로드리고 두테르테(Duterte·71) 다바오시(市) 시장이 경쟁 후보들을 큰 표차로 앞서 당선이 확실시되고 있다. 1946년 독립 이후 70년간 이어진 필리핀 대선 사상 최대 이변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필리핀 선거 감시 단체 PPCRV와 필리핀방송인협회(KBP)의 비공식 집계에 따르면 두테르테 후보는 이날 오후 11시 10분(한국 시각) 현재 개표가 70% 정도 진행된 가운데 38.9%의 득표율(1205만표)로 2위인 집권당의 마누엘 로하스 전 내무장관(22.1%·686만표)에 크게 앞서며 승리를 굳히고 있다. 선거 초·중반 여론조사 선두를 달렸던 그레이스 포 상원 의원(21.9%·682만표)은 3위에 그쳤다. 이날 투표율은 81%를 기록했다.

    두테르테 후보는 이번 선거전에서 5월 중순까지만 해도 여론조사에서 2~3위를 오르내렸지만 이후 지지율을 30%대 중반 안팎까지 끌어올리며 선두로 나선 뒤 줄곧 승기를 굳혔다.

    막말 '필리핀의 트럼프' 두테르테, 대통령 당선 유력 - 9일 열린 필리핀 대통령 선거에서 오후 10시 10분(현지 시각, 한국 시각 오후 11시 10분) 현재 38.9% 득표율(1205만표)을 기록한 로드리고 두테르테 다바오시(市) 시장의 당선이 확실시되고 있다. 그는 선거운동 기간 내내 욕설과 여성 비하 발언 등을 쏟아내‘필리핀의 트럼프’로 불렸다. 사진은 두테르테 시장이 다바오시의 한 투표소에서 다리를 꼬고 의자에 앉아 투표용지를 작성하는 모습. 셔츠 차림인 그는 단추를 3개나 풀어 하얀색 내의가 보였고, 양말도 신지 않았다. /EPA 연합뉴스
    당선 일성으로 반대파에 화해 손짓

    두테르테 후보는 승리가 굳어진 이날 밤 기자회견에서 "나를 지지해준 유권자들뿐 아니라 반대한 유권자들까지 필리핀인들이 민주주의에 참여해준 것에 감사한다"고 했다. 또 "정치적으로 반대 입장에 있는 사람에게도 우정의 손길을 내밀고 싶다"며 "우리는 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지방검사 출신인 그는 '6개월 내 범죄 근절'이라는 단순 명료한 공약으로 이번 필리핀 대선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하지만 막가파식의 거친 언행에다 범죄 연루 의혹까지 불거져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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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멜다 마르코스도 ‘한표 행사’ - 필리핀 정·부통령, 상·하 의원, 주지사, 지방의원 등을 뽑는 선거가 열린 9일 독재자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대통령의 부인인 이멜다 마르코스(가운데)가 고급 휴양지 라왁 바딱의 한 투표소에서 딸(왼쪽)의 도움을 받아 투표용지를 작성하고 있다. 이날 부통령 선거에 출마한 마르코스 전 대통령의 아들 마르코스 주니어(무소속) 상원 의원은 오후 11시 10분 현재 1100만표(득표율 36.4%)를 얻어 당선이 유력시된다. /EPA 연합뉴스

    그는 선거 기간에 "(성폭행 살해 여성을 지칭하며) 내가 먼저 (강간)했어야 하는데" "장애인들은 자살하는 걸 고려해보라" "비아그라 없는 삶은 상상할 수도 없다" 등의 막말을 했다.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는 중국에 대해서는 "중국이 점령한 남중국해 섬으로 제트스키를 타고 가겠다"는 황당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다바오 시장 재직 22년 동안 정식 재판 없이 1000여명의 범죄 혐의자를 처형한 것을 치적처럼 내세우며 "대통령이 되어도 시장 때와 똑같이 할 것"이라고도 했다. 외신들은 막말과 좌충우돌 행보를 계속하면서도 높은 지지율을 보인 그를 '필리핀의 트럼프'라로 불렀다.

    "국민들 '강력한 지도자' 동경했을 것"

    투표소 가는 대선 3위 후보 그레이스 포 - 9일 필리핀 국민 배우인 페르난도 포의 수양딸로 무소속 후보로 나선 그레이스 포 상원의원이 9일 투표소로 가고 있는 모습. 포는 선거 초·중반 여론 조사에선 선두를 달렸다. /AP 연합뉴스

    하지만 필리핀 국민은 정치인의 '품격'과는 거리가 먼 그를 선택했다. 범죄 도시로 악명 높았던 다바오시를 맡아 강력한 치안 정책으로 이 도시의 범죄율을 크게 떨어뜨린 실적이 범죄에 시달리고 있는 필리핀 국민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그는 유세장에서 "범죄자의 시체를 빨랫줄에 널어버리겠다" "마닐라만(灣)을 범죄자의 피로 물들이겠다"고 했다. 지지자들은 그를 '더티 해리(상관의 방해에도 범인을 끝까지 추적해 사살하는 형사를 다룬 할리우드 영화)'라 불렀다. 리처드 헤이다리안 마닐라 살레대 정치학과 교수는 CNN 인터뷰에서 "소수 정치 명문가 후손들이 주도해온 필리핀 정치에 피로감을 느낀 국민에게 두테르테가 '힘센 지도자'로 어필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두테르테는 1945년 남부 마신에서 법률가 집안의 아들로 태어났다. 산베다대에서 법학을 전공하고 사법시험에 합격해 지방검사로 활동했다. 1988년 인구 150만명의 필리핀 남부 도시 다바오 시장을 맡은 이후 총 22년간 재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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