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로 읽는 세상] 아이폰 쇄국, 테슬라 개국

  • 김국현 IT칼럼니스트

    입력 : 2016.04.20 07:28

    김국현 IT칼럼니스트
    지난주 미세 먼지가 하늘 가득했다. 중국 탓을 해보지만, 실은 과반이 우리 스스로 내뿜은 것이다. 자동차가 상습범인데 별다른 규제도 없다. 골목이 미어터지든 말든 차는 늘어만 간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으면서 자동변속기 천국이다. 여전히 수동 차량이 대세인 실용주의적 유럽이나, 차고지 증명을 못 하면 차를 살 수도 없는 경차 대국 일본과도 다르다. 자동차는 시민의 생활을 비추는 제도이자 문화다.

    신흥 전기차 회사 테슬라가 요즘 뜨겁다. 이달 초 발표한 모델 3는 별다른 광고나 판촉 없이 40만대 가까운 사전 주문을 받았다. 잘해야 2년 뒤에 인도받을 차량에 보지도 않고 100만원씩 선뜻 입금했다. 사람들은 미래를 흔쾌히 사고 있었다.

    국내에서도 신청했다는 소식을 듣고 옛 생각이 났다. 아이폰이 태어난 지도 벌써 10여년, 한국에서는 처음 3년간 도입되지 못했다. 세계는 아이폰 쇼크에 휩싸였지만, 한국은 자기 소비자에겐 통하지 않을 것이라 고집하며 각종 규제와 독자적 표준 및 특이 사양으로 문고리를 걸어 잠갔다. 통신사와 제조사도 동참했다. 하지만 결국 문호는 개방됐고 소비자들은 속아왔음을 비로소 깨달았다. 3년간의 쇄국은 국내 제조사에는 제품을 준비할 시간을 벌어 줬다. 하지만 소비자는 세계 속에서의 3년을 놓쳤고 소비자의 후생은 그만큼 축소될 수밖에 없었다. 갈라파고스라는 자조 섞인 유행어는 그렇게 생겨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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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년 10월23일 오전 7시 애플의 신제품 스마트폰인 '아이폰 6s' 개통 시작 한 시간을 앞두고, 서울 강남역 인근의 한 통신사 매장 앞에는 새 아이폰을 개통하려는 사람들이 몰려들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조선일보 DB

    아이폰 세상에 태어나고 3년간
    한국선 규제로 문고리 걸어잠가
    전기차 테슬라3 사전주문 40만대…

    이번에도 세상 흐름에 낙오할까
    글로벌 기술 발전속도 맞춰
    미래 위한 제도 개편 서둘러야

    테슬라는 10년 전의 애플일까? 알 수 없다. 다만 테슬라는 두 가지 혁신 분야를 상징한다. 바로 신(新)에너지와 스마트카 분야. 테슬라 쇼크는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올 것이다. 이번에도 10년 전 아이폰 때처럼 변화에 문을 닫아걸었다가는 세계의 흐름에서 낙오할지 모른다.

    물론 부담스럽다. 특히 자율 운전의 경우 도로교통법을 대거 수정해야 하고, 보험 업계도 재편해야 한다. 2040년까지 교통사고가 80% 격감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자동차보험은 개인보험에서 제조물책임보험으로 이행해야 할 수도 있다. 무엇 하나 행정의 결정 없이는 움직일 수 없다. 복잡한 이면도로 운전은 인공지능으로도 힘겨울 수 있고, 어차피 미래로 갈 바에 전기는 뛰어넘고 수소로 가자며 변화를 거부할 핑계를 찾을 수도 있다.

    아이폰 쇼크에 저항할 수 있을 줄 알았지만 그리되지 않았다. 기존 질서를 와해하는 IT의 힘을 깨닫는 데 3년을 소모했다. 소프트웨어는 미국에서 만들고 생산은 중국에서 한다. 모델 3도 그 길을 걷기로 되어 있다. 위탁생산사업(EMS)의 대명사이던 폭스콘이 거꾸로 일본 기술입국의 자존심 샤프를 인수하는 세상이 됐다. 아이폰 이후 많은 것이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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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31일 공개된 테슬라의 '모델 3'./AP 연합뉴스
    미래의 차도 스마트폰처럼 소프트웨어가 핵심이다. 게다가 내연기관을 쓰는 차와 달리 진입 장벽도 낮다. 이런 변화가 산업 정책의 논리에 갇힌 한국에는 걱정되고 두려운 일일 수 있다. 쇼크가 지나간 후에는 주인공 자리를 누가 차지할지 알 수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새로운 환경에선 새로운 역할이 주어진다. GM 차를 만들던 공장을 지금 테슬라가 쓰고 있다.

    전기차가 들어서려면 정비에 판매에 충전에 전국구의 인프라가 필요하다. 이 모든 변화가 새로운 성장 기회다. 일본은 2020년 올림픽 방문객을 자율주행으로 모시겠다 하고, 중국은 2020년까지 500만대의 전기차를 받쳐줄 인프라를 마련하겠다는 신에너지 구상을 내걸었다.

    아이폰 쇄국 시절 소비자 불편이래 봐야 수준 낮은 상품을 속고 쓰는 것뿐이었다. 하지만 미세 먼지와 교통사고가 줄어든 사회를 선택하지도 대비하지도 못하는 일이야말로 소비자로서 걱정되고 두려운 일이다. 기술 발전에 발맞춰 시민 생활을 새롭게 비출 제도와 문화를 남들만큼 준비할 시간은 그리 넉넉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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