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原電 사고 5년… 日로봇산업 일어났다

일본은 임무에 맞춰 다양한 모양의 원전 로봇을 개발했다.
원전 사고 당시 가장 시급한 것은
내부가 어떤 상황인지 파악하는 것이었다.

    입력 : 2016.03.11 10:30

    2011년 3월 11일 일본 동북지방을 강타한 규모 9.0의 지진과 지진해일(쓰나미)로 후쿠시마(福島) 제1 원자력발전소의 원자로 1~4호기에서 엄청난 방사능 누출 사고가 일어났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난 지금, 일본은 후쿠시마 사고를 교훈 삼아 다양한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이 가운데 가장 주목을 받는 것이 로봇이다. 로봇 최강국을 자처하던 일본은 사고 당시에 원전 내부로 들여보낼 로봇 하나 없다는 데 충격을 받고 대대적인 기술 개발에 나섰다. 최근에는 위기를 기회로 삼아 원전 사고에 대응하는 로봇 시장을 선점하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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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로봇은 사고 한 달 뒤 현장 진입

    사고 났을 땐 투입할 로봇 없어
    '로봇 최강국' 체면 구겨져

    3개월 뒤 탱크형 로봇 투입
    내부 촬영하고 방사선량 측정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발전기가 멈추고 냉각수 공급이 되지 않으면서 일어났다. 열을 식힐 물이 바닥나자 핵연료봉이 녹아내렸고, 원자로 건물에서 수소 폭발까지 일어났다. 몇 분 안에 사람을 죽일 만한 엄청난 양의 방사성 물질이 발생했다.

    해외에서는 당연히 로봇을 투입할 것으로 생각했다. 일본은 두 발로 걷는 로봇 '아시모'를 개발한 세계 최강의 로봇 국가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본에는 방사능을 이기며 원전 안으로 들어갈 로봇은 없었다. '아시모'는 매끈한 복도에서나 걸을 수 있지, 사고 현장에서는 제대로 설 수도 없었다.

    원전 안팎의 상황은 미국의 지뢰탐지 로봇 '팩봇'과 무인기 '글로벌 호크'가 확인했다. 일본 로봇이 원전 내부로 간 것은 사고가 난 지 세 달이 지나서다. 지바 공대와 도호쿠 공대가 지진 구조 로봇으로 개발한 '퀸스'는 팩봇처럼 탱크형 무한궤도로 이동하며 카메라로 내부를 촬영하고 방사선량을 측정했다.

    제학술지 '사이언스'는 "일본 로봇이 사고 당시 무력했던 것은 원전에 사고가 일어날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일본은 1980년대에 방사능에 견디면서 계단을 오를 수 있는 로봇을 개발했지만, 실험용으로만 간주했다. 1999년 도카이무라 핵연료 재처리 공장에 사고가 났을 때도 로봇을 쓰지 않았다.


    현장 확인에서 폐로 작업까지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일본은 임무에 맞춰 다양한 모양의 원전 로봇을 개발했다. 원전 사고 당시 가장 시급한 것은 내부가 어떤 상황인지 파악하는 것이었다. 후쿠시마 원자로 내부는 냉각수로 가득 차 있다.

    도시바가 개발한 보트형 로봇은 2013년 11월 원자로 1호기의 격납용기가 새고 있는 것을 처음으로 확인했다. 혼다는 아시모에 쓰인 관절 안정 기술로 7m 길이의 로봇 팔을 뻗어서 원전 내부 외진 곳을 조사했다. 히타치는 원자로의 배관 속을 이동하며 누수 여부를 확인할 뱀 모양 로봇을 개발했다.

    지금은 원자로 폐기 작업할
    폐연료봉 제거 로봇도 개발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난 지 5년이 흐른 지금은 로봇의 임무가 내부 상황 확인에서 원자로 폐기, 즉 폐로(廢爐)로 바뀌고 있다. 도시바는 최근 냉각수로 가득 찬 원자로 내부를 잠수하면서 두 팔로 잔해와 폐연료봉을 제거하는 로봇을 발표했다. 이 로봇은 2017년부터 실제 임무에 투입될 것으로 알려졌다.

    후쿠시마 현지 기업 기쿠치제작소는 지난해 와세다대와 함께 개발한 로봇 '옥토퍼스(Octopus·문어)'를 발표했다. 이 로봇은 무한궤도와 4개의 팔을 갖췄다. 팔 하나는 200㎏ 무게까지 들 수 있으며, 네 팔로 지탱하면 로봇 몸체도 들어 올릴 수 있다. 다리가 8개인 문어와 같이 다리와 팔 모두를 이동에 쓸 수 있는 것이다.

    일본은 '원전 로봇 2세대'를 통해 새로운 기회를 기대하고 있다, 일본 신에너지산업기술개발기구의 유미토리 슈지 로봇기계시스템기술국장은 재팬타임스 인터뷰에서 "일본이 '후쿠시마 스탠더드(기준)에 맞는 로봇을 개발하면 글로벌 시장에서 일본산 로봇이 최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원전 작업용 로봇은 여러 대 개발했지만 사고에 대응할 로봇은 작년부터 개발하기 시작했다. 당장 사고가 나도 내부로 투입할 로봇이 없다고 원자력계의 로봇 전문가는 밝혔다. 그나마 후쿠시마 사고를 계기로 만들어진 미국의 국제 재난수습 로봇대회에서 작년 6월 KAIST의 휴보가 우승한 게 위안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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