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바퀴 달린 사업은 다 먹는다

택시·지하철·주차장 등 카카오가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하고 있다.
IT 업계 관계자는 "모바일과 오프라인의 ‘혈관’을 모두 장악한 셈"이라고도 했다.
카카오 측은 당장 수익을 내는 것보다 시장을 장악하는 것이 먼저라는 입장이다.

    입력 : 2016.03.05 07:56

    교통은 국가와 사회의 핏줄이다. 교통 수단과 인프라가 잘 구축될수록 생활 반경과 경제활동 영역이 넓어진다.

    최근에는 이런 교통망을 장악한 기업들이 급성장세다. 세계 각지에서 택시를 대체하고 있는 미국의 우버(Uber)가 대표적이다. 또 인도네시아의 고젝, 말레이시아의 그랩택시, 중국의 디디콰이디 등 최근 주목받는 스타트업(창업 초기 벤처)은 대부분 우버와 비슷한 교통 서비스와 관련돼 있다.

    한국에서도 이런 모습을 보여주는 기업이 있다. 바로 카카오다. 해외 기업들보다도 교통 서비스 장악력이 훨씬 강하다. 카카오는 작년 출시한 앱택시(택시 호출 앱) 서비스인 ‘카카오택시’를 포함해 시내버스, 지하철, 내비게이션(길 안내), 주차장 안내, 지도까지 사업 영역을 확대했다. 상반기 중으로는 대리운전 시장에도 진출할 예정이다. 국가 기간산업으로 분류되는 철도와 대(大)자본이 필요한 항공 등을 제외하고는 거의 전 교통수단에서 카카오가 사업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바퀴 달린 것은 다 먹은 카카오

    2014년까지만 하더라도 카카오가 운영했던 교통 관련 서비스는 지도와 버스 안내뿐이었다. 심지어 두 서비스 모두 다음커뮤니케이션이 카카오와 합병하기 전부터 운영해온 것이다. ‘다음 지도’는 자체 서비스였고, 버스 안내 앱(응용 프로그램)인 ‘서울 버스’는 2014년 9월 인수해 운영해왔다.

    하지만 최근 1년 사이에 “발(바퀴) 달린 건 전부 먹고 있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교통 관련 사업을 급속히 확장했다. 자체 개발, 인수 합병 등 사업 방식도 다양하다. 우선 전국 지하철 노선표와 지하철이 언제 도착하는지 보여주는 ‘지하철 내비게이션’ 앱을 운영하던 회사 ‘오리지날(OriZnal)’을 작년 1월에 인수했다. 이 서비스는 실제 지하철 운행 시간에 기반해 최적화된 길 안내 서비스까지 제공한다.

    그래픽=양인성 기자

    또 작년 5월에는 스마트폰용 무료 내비게이션(길안내) 앱 ‘김기사’를 운영하는 록앤올을 626억원에 인수했다. 김기사는 SK플래닛의 T맵에 이어 국내 2위 내비게이션 앱이다. 현재 월 평균 250만명 이상이 사용한다. 카카오는 지난달 김기사의 업그레이드를 진행하면서 ‘카카오내비’로 이름을 바꿨다. 온전히 카카오의 서비스로 정체성을 확립하겠다는 의도다.

    여기에 지난달에는 서울 시내 주차장 안내 서비스 ‘파크히어’를 운영하는 회사 ‘파크스퀘어’도 인수했다. 인수 대금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약 100억∼200억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파크히어는 서울, 경기 일대의 복잡한 시내에서 저렴한 주차장을 안내해주고 예약도 해주는 서비스다. 주로 자동차를 운전하는 사람들은 카카오내비로 길 안내를 받아 목적지까지 가고 파크히어를 이용해 주차하면 된다.


    택시·지하철·주차장·대리운전 등 교통 서비스 확장

    이렇게 인수한 서비스를 활용해 카카오는 새로운 비즈니스를 만들어내고 있다. 작년 3월 출시한 앱택시 서비스인 카카오택시가 대표적이다. 스마트폰 앱으로 택시를 부르는 카카오택시는 모바일 메신저인 ‘카카오톡’과 내비게이션 서비스인 ‘카카오내비’(옛 김기사)를 결합한 것이다. 택시기사는 카카오내비로 길 안내를 받는다. 현재 한국 택시 기사의 86%인 21만명이 카카오택시에 등록했고 하루 평균 70만건의 호출이 이뤄진다.

    올 상반기에는 ‘카카오 드라이버’라는 이름의 대리운전 서비스도 나온다. 이 서비스도 역시 카카오내비를 이용해 길을 안내하고 카카오톡으로 안심 메시지 등을 보낼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카카오는 ‘국민 메신저’로 불리는 카카오톡을 갖고 있다. 국내에서 월 평균 사용자가 4000만명에 달하는 독보적인 모바일 서비스다. 여기에 카카오택시·서울버스·지하철 내비게이션·카카오내비 등 오프라인 교통망과 관련된 서비스도 착착 확보했다. IT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가 모바일과 오프라인의 ‘혈관’을 모두 장악한 셈”이라고 말했다.

    운전자가 ‘카카오내비’를 이용해 목적지를 검색해 운전하고 있다. /카카오 제공

     

    왜 교통 서비스인가

    카카오는 왜 유독 교통 서비스에 집중하는 것일까. 이 회사의 정주환 최고사업책임자(CBO·부사장)는 “한국인의 하루 일과를 분석해보니 깨어 있는 16시간 중 11%인 1시간 50분 정도를 이동하는 데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동할 때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시간을 흘려보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시간에 카카오 서비스를 쓰도록 유도하면 나머지 14시간도 카카오의 게임, 메신저, 검색, 쇼핑 등으로 끌어들이기에 유리하다.

    카카오가 미래 성장 동력으로 꼽은 온디맨드(on demand·주문형) 산업과도 교통이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온디맨드란 사용자가 원할 때 서비스를 주문하면 곧바로 이를 제공해주는 것이 핵심 경쟁력이다. 이런 서비스를 하려면 스마트폰(모바일) 앱으로 서비스를 신청했을 때 오프라인으로 재빨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위해 온·오프라인의 교통망을 확보해가는 것이다.

    왼쪽부터 주차장 확인·예약 앱 ‘파크히어’, 택시앱 ‘카카오택시’, 시내버스 안내 앱 ‘서울 버스’의 실행 화면.

    하지만 카카오는 교통 사업을 통해 아직까지 별다른 수익은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모든 서비스가 무료로 제공되기 때문이다. 사용자가 많은 만큼 이를 관리하고 운영하는 비용도 계속 늘고 있다. 이렇다 보니 작년 영업이익은 2014년보다 57.7%나 줄어든 상태다. 수익성 악화는 주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때 14만원을 호가하던 주가는 현재 10만원대를 오르락내리락하는 중이다.


    선제 투자로 시장 장악하고 수익 노려

    이에 대해 카카오 측은 “메신저인 카카오톡 역시 성장하는 과정에서 수익을 내지 못했다”며 “투자를 통해 시장을 장악할 수만 있다면 나중에 수익을 내도 늦지 않다”는 입장이다. 초반에 들어가는 비용은 손실이 아니라 투자라는 것이다.

    이미 교통 서비스를 활용해 다양한 사업으로 확장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카카오 내부에서는 음식이나 신선식품 배달, 유통 서비스를 시범적으로 운영하거나 검토하는 중이다.

    단순히 예약 대행, 온라인 주문 등을 넘어서 실제 오프라인에서 이뤄지는 대부분 상거래 행위에도 발을 들이겠다는 것이다. 이를 준비하는 태스크포스(TF)까지 운영하면서 본격적인 사업화를 진행할지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흐름은 해외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우버는 ‘5분 내 배달’이라는 목표 아래 식사를 배달해주는 ‘우버 프레시’, 자전거를 이용한 택배 서비스인 ‘우버 러시’ 등을 시험했다. 우버의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 트래비스 칼라닉은 “사람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를 옮기는 실험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단순히 교통 서비스뿐만 아니라 유통, 배송 등으로 사업을 확장할 뜻을 보인 것이다.

    차량 공유 서비스 우버, 택배·음식배달 사업 진출

    교통망을 장악하면 미래 산업으로 각광받는 자율주행자동차(무인차) 산업 진출도 유리해진다. 구글은 지도와 내비게이션 서비스를 이용해 도로상의 실제 교통 데이터를 모으고 이를 무인차 실험에 이용 중이다. 미국 애플과 독일 BMW·아우디·메르세데스벤츠 역시 지도를 활용해 교통망 정보를 수집하고 무인차 개발에 활용 중이다. 카카오가 무인차 사업에는 아직 별다른 움직임이 없지만,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진출할 역량이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한양대 한상린 교수(경영학)는 “카카오는 IT를 활용해 기존 산업에 진출하고 이를 연결해 새로운 산업을 만들면서 지형을 흔들고 있다”며 “지도, 내비게이션 등 교통 서비스를 결합하는 것은 이런 흐름을 보여주는 첫 번째 사례”라고 말했다. 카카오 임지훈 대표는 “카카오는 사람과 모든 서비스를 연결해주는 매개체 기업으로 성장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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