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남북] 중국이 '사드 논쟁'에서 진짜 노리는 것

  • 지해범 동북아시아연구소장

    입력 : 2016.02.26 09:08

    지해범 동북아시아연구소장
    '한 국가가 자신의 안전을 도모할 때는 반드시 다른 국가의 안전 이익과 지역의 평화 안전을 고려해야 한다.' 사드 문제와 관련해 중국이 내세우는 명분이다. 이 주장이 그럴듯했는지 한국의 일부 지식인과 좌파가 동조하고 있다. 그런데 중국은 이런 주장을 할 자격이 있을까? 1980년대 초 중국은 자국 내에 미국 군사시설을 끌어들여 소련을 감시한 적이 있다. 카터 정부가 제안한 이 비밀 프로젝트는 중국 지도자 덩샤오핑(鄧小平)의 동의로 추진됐다. 미국 탐지기지는 중·소 국경에서 300㎞ 떨어진 신장(新疆)위구르 지역에 건설돼 소련 미사일의 성능과 탄두 분리 과정을 모두 관찰했다. 당시 뉴욕타임스는 이 활동에 중국인도 참여해 미·중이 정보를 공유했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자신의 안전'을 도모하면서 '소련의 안전 이익'은 무시했다. 중국은 지금도 주변국을 작전 범위로 하는 핵미사일, 항공모함, 고성능 레이더를 배치하면서 주변국 안전 이익은 고려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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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23일 오후 국회에서 추궈홍(邱國洪) 주한중국대사와 만나 얘기를 나누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제공
    중국이 알래스카·일본에 이어 한국으로 좁혀오는 미국 레이더망을 경계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중국이 북핵 위협에 놓인 한국의 안보 우려는 외면한 채 '한국 사드는 미국의 중국 감시용'이라고 단정 짓고 온갖 협박을 하는 것은 책임 있는 국가답지 못하다. 중국은 사실 수년 전 자국 안보를 크게 위협하는 일본의 레이더 배치 때는 '조용'했다. 미·일(美日)이 2006년과 2013년 아오모리와 교토에 설치한 AN/TPY-2레이더는 탐지 범위 2000㎞로 중국 헤이룽장성~내몽골~산시~광둥성까지 감시할 수 있다. 반면 한국이 검토 중인 종말단계 레이더는 탐지 범위 800㎞로 압록강~두만강이 한계다. 게다가 중국은 이 레이더가 중국 쪽으로 방향을 틀었는지 자국 위성으로 확인할 수 있다. 중국의 한국 압박이 위협을 과장한 '할리우드 액션'임을 전문가들은 다 안다.
    중국의 거친 행동은 명분도 논리도 약한 '대국(大國)의 소국(小國) 윽박지르기'다. 이로 인해 한국 내 반중(反中) 정서가 비등할 것을 알면서도 중국이 강하게 밀어붙이는 데는 '사드 저지' 이상의 '전략적 노림수'가 있다고 봐야 한다. 그 노림수는 한국을 '미국 사드냐, 중국의 경제 이익이냐'는 고민에 빠뜨려 '한·미 동맹' 고리를 약화시키고 나아가 주한 미군 철수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왕이(王毅) 외교부장이 '한반도 평화협정'을 들고나온 것도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북·중이 '주한 미군 철수'를 요구할 명분이 생기기 때문이다. 동북아에서 중국의 전략적 목표는 미·일 동맹에 대항하기 위해 한반도 전체, 즉 남북한을 중국 영향권에 넣는 것이다. 중국이 핵 도발국인 북한의 숨통은 조이지 않으면서 한·미 동맹의 군사력 강화를 막는 데 온 힘을 다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중국이 강화된 대북 제재를 제대로 실천할지도 지켜봐야 한다.

    한국 정부는 중국의 사드 우려를 해소하는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하지만 중국이 다른 전략적 목표를 가지고 한국을 압박한다면 원칙과 논리로 당당하게 대응해야 한다. 한국이 중국에 굴복해 사드 선택권을 포기한다면 과거 '조공·책봉 관계'로의 회귀가 시작되고 한·미 동맹은 해체의 길로 접어들게 될 것이다. 사드 문제는 한국의 운명에 중대한 고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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