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이 사드 반대한다고 과민반응도 위축돼서도 안돼"

    입력 : 2016.02.25 07:07

    ['한반도 외교' 새 판을 짜자] [11] 김덕 前 통일 부총리
     

    김덕 전 통일 부총리가 24일 서울 개포동 자택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 전 부총리는 “지금의 위기를 북한의 근본적 변화를 조성할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이진한 기자

    김덕(81) 전 통일 부총리는 24일 본지 인터뷰에서 "중국도 북한에 대한 국제 여론이 악화되는 와중에 언제까지나 북의 후견인 역할을 할 수 없다는 점을 잘 알 것"이라며 "당장은 사드 배치나 대북 제재에 반대하고 있지만, 우리는 이에 과민 반응하거나 위축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국제정치학자인 김 전 부총리는 김영삼 정부 시절 안기부장과 통일원 장관 겸 부총리, 한·중포럼 회장을 지냈다. 그는 "이번에 북한 핵과 장거리 미사일 능력이 입증되면서 그간 한·미 공조 저하와 국론 분열 등 대북 제재를 제약하던 상황들이 대변환을 맞게 됐다"며 "지금의 위기를 북한의 근본적 변화를 조성할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 한·미 안보 동맹의 수위를 높여 북한의 도발 위협을 제압하되 통일 추진에 대한 끈은 절대 놓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안기부장, 부총리 재직(93~95년) 당시 북한의 핵무장을 예견하지 못했나.

    "90년대 초는 동서(東西) 냉전이 끝나고 자유주의의 승리에 대한 자신감이 팽배할 때였다. 1992년 한반도 비핵화 협정도 타결됐다. 정부는 북한이 핵 개발을 완전히 포기할 것이라곤 기대하지 않았지만, 경제가 취약한 만큼 완전 무장엔 한계가 있다고 봤다. 미국도 20여년 만에 북핵이 이 정도가 되리라곤 예상 못 했을 것이다."

    韓·美동맹 강화로 北위협 제압,
    통일 추진의 끈은 놓지 말아야

    한국은 외로운 核 보유보다는
    국제사회의 非核유대가 낫다

    국민들 '원칙 없는 포용' 거부…
    安保 허무주의 치유할 기회

    김덕 前 부총리

    ―결국 미국과 한국이 모두 장기 대북 정책에서 실패한 셈 아닌가.

    "미국은 내내 중동 문제에 관심이 쏠려 있었고 북핵에 대해선 최근까지도 긴박한 의식이 없었다. 우리 역시 진보 정권을 거치면서 북한의 위협에 대한 감각이 떨어져 있었다. 그러나 이번 북의 4차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로 한·미 정부나 국민의 위험 인식 수준이 매우 가깝게 접근했다. 또한 미국은 향후 아시아 중심으로 회귀, 대(對)중국 전략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올해 미 대선에서 누가 집권하든 북 비핵화에 대한 입장은 이전보다 강력해질 것으로 본다."

    ―최근 국내에서 나오는 전술핵 배치나 핵무장론에 대한 견해는.

    "그런 주장을 하는 이들의 애국심은 이해한다. 그러나 한국의 핵 보유 시 미국은 물론 중국과의 협력 관계가 손상되는 등 안보 조건이 심각하게 악화될 것이다. 외로운 핵 보유보다는 국제사회의 성원이 있는 비핵(非核) 유대가 낫다. 영국 전략문제연구소 등은 이미 한국을 단기간에 핵 개발이 가능한 '잠재적 핵보유국'으로 평가하고 있다. 우리가 실력과 자신감이 있음을 보여준 만큼 최종 결단은 좀 더 거시적 관점에서 해야 한다."

    ―미국의 핵우산과 한·미 공조를 전적으로 믿어도 되나.

    "미국의 정보력이나 한국에 대한 책임감은 신뢰해도 된다고 본다. 북한이 미국에 평화협정을 제의하는 등 통미봉남(通美封南)을 시도해도 미국이 '비핵화 협상이 먼저'라며 한국과 보조를 맞추고 있지 않은가. 다만 우리도 한·미 동맹의 기축을 유지하기 위해선 일본과의 안보 협력 등에 최대한 협조해줘야 한다. 미국의 아시아 정책 기본 틀은 '한국과 일본이 협력하라'는 것이다."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중국이나 러시아는 어떻게 극복해야 하나.

    "기본적으로 우리가 미·일과 공조한다고 해서 중국·러시아와의 잠재적 협력 관계를 희생시켜야 한다는 냉전적 발상을 할 필요가 없다. 우선 중국엔 '사드 배치는 우리의 자위적 조치일 뿐 중국을 자극할 의도가 아니다'란 점을 명확히 알려야 한다. 중국은 오랜 역사와 전통이 있어 공식 입장을 쉽게 바꾸지 않는데, 지금 하는 말과 그 속내를 혼동하지 말아야 한다. 러시아도 한국과의 관계에서 자국의 이해가 뭔지 냉정하게 판단할 것이다."

    ―개성공단 중단으로 남북 교류와 통일 준비의 장이 완전히 닫힐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개성공단 중단은 불가피한 조치였다. 실질적 문제 해결을 담보하지 않는 한 과거처럼 대화를 위한 대화는 재개할 필요가 없다. 지금 김정은의 강경 일변도는 허세의 측면이 크므로 두려워할 이유도 없다. 다만 김정은 체제가 언제 무너질지, 통일이 언제 올지 알 수 없다는 게 관건이다. 우리는 우리대로 '하나의 가치로 결속된 새로운 국민 재형성'이란 측면에서 통일을 계속 추진하고 있어야 한다."

    ―향후 대북 정책은 어떤 점에 주력해야 하나.

    "그간 대북 정책을 둘러싼 국내의 이념적 분열이나 안보 허무주의가 치유될 기회가 모처럼 찾아온 상황이다. 지금 국민의 공통된 정서는 '압박 일변도도, 원칙 없는 포용도 거부한다'는 것이다. 이때를 놓치지 말고 국내 제(諸) 세력들이 토론을 통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보수·진보를 떠나 정권 간 통일 정책의 연속성을 갖추도록 해야 한다. 무엇보다 남북 주민 간 이질감을 해소할 여러 방안을 빨리 실행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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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보와 自由의 바람 불어넣어야 北체제 무너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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