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에베레스트만 남았어요"

  • 한필석·월간산 편집장

    입력 : 2016.02.02 05:59

    남극 최고봉 등정 한인석 총장, 구도자 자세로 6대륙 정상 올라

    아시아인 최초로 미국 50개 주 최고봉을 모두 오른 한인석(58) 유타대학교 아시아캠퍼스(인천 송도) 명예총장이 남극 대륙 최고봉 빈슨매시프(4892m) 등정〈사진〉에 성공했다.

    빈슨매시프는 극지 특유의 악천후 때문에 접근이 쉽지 않은 만년설 산이다. 칠레 남단에서 비행기를 타고 남극 유니언빙하 캠프에 접근한 다음 경비행기로 갈아타고 베이스캠프로 이동해야 등반이 시작된다. 한 총장은 지난해 12월 28일 정상을 밟았다.
    /한인석 총장 제공
    "기적이다 싶었습니다. 매서운 추위와 고소증세, 호흡이 맞지 않는 팀원들과 함께 등반한다는 게 힘든 일이었어요. 구도자의 마음으로 한 발 한 발 올랐습니다. 원정을 뒷받침해준 분들을 머릿속에 떠올리며 '절대 포기해선 안 된다' 다짐했습니다."

    한 명예총장은 빈슨매시프 등반에 앞서 남미 아르헨티나 아콩카과(6959m)와 북미 알래스카 매킨리(6194m) 등 5대륙 최고봉을 오른 바 있다. 그럼에도 "이번 등반만큼 힘들었던 적은 없었다"고 한다.

    "키가 190㎝가 넘는 외국인들 속도에 맞추려고 애썼으면 도중에 낙오했을 거예요. 제 속도를 지키며 걸었습니다. 그런데도 정상 능선에 올라섰을 때 100m밖에 차이 나지 않더라고요. 10명이 함께 정상에 올랐습니다."
    한 명예총장은 "내 전공은 화학(한양대 화학과)이 아니라 등산이었다"고 말하는 산사나이다. 하지만 대학원 시절 미국 요세미티 등반에 나서기 몇 달 전 태어난 딸아이가 선천적으로 뼈가 잘 부러지는 장애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산과 거리를 둔 채 생업에 전념했다. 1989년 장애아동 지원정책이 자리 잡은 미국에 이민을 간 그는 3년 반 만에 워싱턴 주립대에서 생화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다시 산을 찾은 것은 미시간대학 연구원 시절이다. 1997년 아예 도시 가까이에 산이 있는 유타주 솔트레이크로 집을 옮겼다. 의료기기 벤처사업을 하다 2001년부터 화공과·재료공학과 교수로 재직한 유타대에 2008년 아시아분교 설립을 제안, 2014년 3월 유타대 아시아캠퍼스 개교 이후 지난해 10월까지 초대 총장을 지냈다.

    한 명예총장은 "이번에 빈슨매시프 정상에서 꿈을 완성해야겠다고 다짐했다"고 한다. 꿈이란 7대륙 최고봉 중 하나 남은 목표인 에베레스트 등정이다.

    "등산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인 것 같아요. 위대한 자연 앞에서 얼마나 미약한 존재인지 깨닫게 됩니다.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도 그 마음으로, 구도자의 자세로 오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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