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천안함 음모론은 모두 허위 사실"

    입력 : 2016.01.26 04:24 | 수정 : 2016.01.26 06:46

    ["정부 조작" 주장한 신상철 유죄]

    인터넷 매체 서프라이즈 전 대표 신상철씨. /이태경 기자
    서울중앙지법 형사36부(재판장 이흥권)는 2010년 천안함 폭침(爆沈) 사건에 대해 "정부와 군 당국이 침몰 원인을 조작했다"며 허위 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기소된 인터넷 매체 서프라이즈 전 대표 신상철(58)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일부 네티즌이 아직도 '좌초설' 등을 주장하는 상황에서, 법원이 신씨가 제기한 '천안함 음모론'은 모두 허위이고 천안함은 북한 어뢰에 의해 침몰한 것이 맞다고 다시 한 번 확인한 것이다.

    재판부는 이날 선고에 앞서 "명예훼손 사건이지만 천안함의 사고 원인과 항간에 떠돌던 여러 의혹에 대해 과학적 근거에 따라 철저히 조사했다"고 밝혔다.

    신씨는 2010년 3월 31일 천안함 합동조사단이 발족한 이후 야당 추천으로 민간위원으로 참여했다. 그러나 신씨는 "(군이) 다 조작하고 있다는 걸 알았다"며 합조단을 떠난 뒤 자신이 운영하는 인터넷 매체 서프라이즈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음모론을 주장했다. 천안함 침몰의 1차 원인은 '좌초'이고, 선박이나 미군 군함과의 충돌이 2차 원인이라는 것이다.

    '구조 원치않아' '장관이 증거인멸'
    게시글 2건, 軍명예훼손 인정

    검찰은 2010년 8월 신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했다. 하지만 이날 1심 판결이 내려지기까지 5년 5개월이 걸렸다. 법정에 출석한 증인만 57명이나 됐고, 검찰이 제출한 수사 기록도 5000쪽을 넘었다. 신씨가 암 치료를 받느라 상당 기간 공판이 중단되기도 했다. 50회 넘는 공판이 열리는 동안 재판부는 6번, 공판 검사는 5번 바뀌었다.

    재판부는 이날 핵심 쟁점인 천안함 침몰 원인에 대해 "천안함은 수중 폭발에 따른 충격파와 버블 효과에 의해 절단돼 침몰했고, 사용된 무기는 북한 어뢰 'CHT-02D'나 그와 유사한 어뢰"라고 밝혔다. 신씨가 주장해 온 음모설을 일축한 것이다.

    또 신씨가 인터넷에 올리거나 언론 인터뷰를 통해 유포한 주장을 하나하나 반박하면서 천안함이 폭침됐다는 판단의 근거를 일일이 제시했다. 재판부는 "선체 밑바닥에 강한 압력이 작용한 사실, 폭발로 인한 물기둥과 섬광이 있었다는 사실 등을 확인했다"며 "신씨가 주장한 '좌초 후 충돌설'은 사실이 아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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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침몰한 천안함의 함수 인양 작업이 진행된 2010년 4월24일 백령도 사고해역에서 아픔을 간직한 천안함 함수가 바지선에 안착되어 있다. /이덕훈 기자

    '1번표기 조작' 등 나머지 32건,
    비방 목적 없어 처벌은 안해

    재판부
    신씨는 폭발이 있었다면 어뢰에 '1번' 표기가 남아있을 리 없고, 동해에 서식하는 붉은 멍게 유생이 붙어 있다는 등 어뢰 자체에 대한 의혹도 제기했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서도 "폭발이 있었다고 해서 '1번' 글씨가 녹아 없어지지는 않는다는 것이 설명됐고, 국립수산과학원 분석 결과 붉은 멍게 유생이 있다는 주장도 근거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다만 신씨의 주장이 대부분 허위이지만, 문제가 된 게시글 34건 중 32건은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라고 봤다. 재판부는 "천안함 침몰 원인을 밝히는 것은 공익과 관련된 사항으로, 표현의 자유로서 보호돼야 할 영역"이라고 밝혔다.

    유죄로 인정된 부분은 'MB(이명박) 정권은 생존자 구출을 원치 않았다' '김태영 국방장관이 (선체) 스크래치를 지워 증거를 인멸했다' 등 특정인을 비방하는 내용의 글이다.

    재판부는 "신씨가 허위 사실임을 알면서도 자극적이고 경멸적인 표현을 사용해 군과 국방장관 개인의 명예를 심하게 훼손했다"고 지적했다. 또 "신씨의 허위사실 유포로 사회적 파장이 작지 않았고, 지금까지도 잘못을 인정하지 않은 채 무고함을 강변하고 있어 죄질이 가볍지 않다"고 밝혔다.

    신씨는 선고 직후 "사법부가 천안함의 진실을 종합적으로 밝혀내는 것은 현재 여건상 가능하지 않다는 판단이 들었다"면서도 "진실 규명을 목적으로 새로운 공방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해 항소 의사를 밝혔다.

    [음모론 퍼뜨린 신상철은 누구]

    진보 온라인매체 대표 지내… 세월호 때도 '음모론' 제기


    신상철씨는 2005년부터 인터넷 정치 토론 사이트인 서프라이즈의 대표로 활동했다.

    서프라이즈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친노 성향으로 분류됐다. 그는 2010년 4월 당시 민주당(더불어민주당의 전신) 추천으로 천안함 침몰 원인 규명을 위한 민군합동조사단에 민간위원으로 위촉됐다. 그러나 곧바로 "조사의 객관성을 믿지 못하겠다"며 떠났다.

    이후 각종 천안함 관련 음모론을 펴 왔다. 2014년 세월호 참사 직후에는 "바닷속은 파도도 치지 않고 비도 오지 않는다. (정부가) 실종자를 안 구하는 것"이라고 천안함 때와 비슷한 음모론을 제기해 논란을 빚었다.

    앞서 2006년 황우석 교수 줄기세포 파문 당시에는 TV와 라디오에 출연해 황 교수를 옹호했다. 한국해양대를 나와 해군 중위로 전역했고, 이후 조선사에서 선박 건조 관련 업무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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