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11.19 06:01 | 수정 : 2015.11.19 11:50
근정전(勤政殿)은 조선 최초의 궁궐인 경복궁(景福宮)의 정전(正殿) 건물이다. 이곳은 국가의 중요한 의식을 거행하거나, 외국사신을 접견하던 궁궐 내 가장 중요한 건물이기도 하다. 오늘날 우리가 보는 근정전은 임진왜란때 화재로 소실되어 폐허상태로 거의 270년간 방치되어 오던 것을 흥선 대원군(고종5년, 1868년)때 중건한 건물이다. 근정전 정면 계단에는 상하에 봉황을 새긴 답도(踏道)를 두었다. 이 계단을 오르면 화강암을 다듬어 2단으로 설치한 댓돌이 넓게 펼쳐져 있는데 위의 것을 상월대, 아래의 것을 하월대라 부른다. 상하 각 월대의 가장자리에는 돌난간을 사방에 둘렀다. 그리고 그 돌난간 기둥과 층계 좌우의 돌기둥의 머리 위에는 동물조각을 새겼다. 월대 난간에 새긴 동물조각 가운데 가장 주목받는 것은 사신상과 십이지상이다. 사신(四神)상은 동서남북의 네 방위를 다스리면서 우주의 질서를 받쳐주는 상징적인 동물이며, 십이지상은 시간과 방위 개념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상징물이다.

사신도(四神圖)는 고구려 고분벽화 속에서 많이 등장하며, 십이지신상은 통일신라 이후 조선시대까지 왕릉이나 석탑의 기단부에 조성하였는데, 사신상과 십이지신상이 동시에 궁궐의 정전 주변에 배치된 예는 근정전이 유일하다.
경복궁 근정전에 놓여있는 사신상. 좌청룡(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순으로), 우백호, 남주작, 북현무. /조훈철
경복궁 근정전에 놓여있는 사신상. 좌청룡(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순으로), 우백호, 남주작, 북현무. /조훈철
사신상과 십이지신상은 근정전 주변에 어떻게 배치가 되었을까? 그 배치의 기준은 근정전 내부 천장에 조각된 황룡에서 찾을 수 있다. 황룡은 근정전의 동쪽 출입문에서 보면 가장 잘 보인다. 이 곳을 기준으로 전후좌우 연장선을 그어보면 상월대의 계단위 돌기둥 머리 위에 조각되어 있는 동물을 발견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상상의 동물인 사신상이다. 즉, 동의 청룡(靑龍), 서의 백호(白虎), 남의 주작(朱雀), 마지막으로 북의 현무(玄武)상이 상월대 계단위 돌기둥 머리위에 자리하고 있다. 이어서 바로 아래 계단으로 내려가면 하월대의 돌기둥 머리위에서 동서남북을 가리키는 십이지신상을 만날 수 있다. 바로 토끼(동),닭(서), 말(남) 그리고 쥐(북)의 조형물이다. 결국 상월대에는 하늘을 다스리는 사신상이, 하월대에는 땅을 다스리는 십이지신상을 각각의 방위에 맞게 배치한 것이 근정전 동물 조각상의 기본 원리이다. <②편에 계속>
근정전의 답도 및 상하월대 전경. /조훈철
근정전의 답도 및 상하월대 전경. /조훈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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