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됐던 국왕모독 전시 보류… 미술관 보호 위한 결정"

    입력 : 2015.11.26 17:21

    [국립현대미술관장 유력 후보 바르토메우 마리 인터뷰]

    국립현대미술관장 유력 후보 바르토메우 마리  1년째 공석인 국립현대미술관의 새 관장으로 유력한 바르토메우 마리(49·사진) 전(前) 스페인 바르셀로나 현대미술관(MACBA) 관장이 입을 열었다. "한국 미술을 대표하는 문화기관에 외국인 수장(首長)이 적절한가"라는 지적부터 지난 3월 후안 카를로스 1세 스페인 전 국왕을 풍자한 작품을 검열했다는 논란까지, 마리 전 관장에게 이메일로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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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르토메우 마리. /조선일보 DB
    [기관정보]
    1년째 관장 공석인 국립현대미술관은?

    韓미술 전문가는 아니지만
    현지 전문가와 협력할 것

    ―한국 미술계 일부 인사는 한국 미술을 모르는 외국인의 관장 선임에 반대한다.

    "네덜란드 미술 전문가라서 로테르담 현대 미술관(Witte de With) 관장을 맡은 게 아니고, 벨기에 예술 전문가라서 브뤼셀의 건축 재단에서 일한 게 아니었다. 현지 전문가들의 식견을 믿고 협력해 좋은 전시를 열려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본다. 한국 미술 전문가는 아니지만, 한국을 여러 번 방문했고 유럽과 미국에서 한국 작가 전시도 많이 봤다. 서울, 그리고 한국을 아시아의 역동적인 예술 현장으로 만들고 싶다."

    ―미술관 직원들과는 어떻게 소통할 것인가.

    "언어 소통을 해결하는 게 우선일 것이다. 한국어로 시를 쓸 순 없겠지만 일상 대화가 가능할 정도로 배우겠다. 가능한 한 빨리. 네덜란드에서 일할 때도 네덜란드어를 배웠다. 미술관 큐레이터들을 믿고 예상 가능한 갈등에 대해 면밀히 얘기하겠다."

    바르토메우 마리. /조선일보 DB

    ―지난 3월 MACBA 재직 당시 열린 '짐승과 주권'전이 검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국내에서도 지난 12일 국내 미술인 500여명이 성명서를 내고 당신에게 전시 파행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라고 요구했다. (그는 후안 카를로스 1세 스페인 전(前) 국왕이 볼리비아의 한 노동운동가, 개와 성행위를 하는 형상의 조각이 포함된 사실을 알고 전시를 취소하려고 했지만, '검열' 논란에 부딪히자 결국 전시를 열었다. 이와 관련, 그가 회장을 맡고 있는 세계현대미술관협의회(CIMAM) 이사회 멤버 3명이 최근 그의 사퇴를 요구하며 사임했다).

    "(미술관이 소속된) 카탈루냐 정부가 스페인 국왕을 희롱하는 작품 전시에 세금을 쓴다는 정치적 논란에 휩싸일 수 있어 미술관을 지키기 위해 한 결정이었다. 카탈루냐주의 분리 독립이 이슈로 떠오르는 상황에서 전 국왕을 모독하는 작품은 내가 고소당하는 걸 넘어 카탈루냐주 정부 대표가 소송당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 전시를 여는 게 곤란하다고 봤다. 권한을 행사해 전시 내용을 바꾸려고는 하지 않았다. 그 작품이 전시됐을 때 미술관이 어떤 피해를 입을지 큐레이터와 작가에게 설명했지만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과정이 검열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미술관을 보호하기 위해 한 선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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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시 검열은 아니었지만
    실수 인정해 관장직 사퇴

    ―결국 관장직을 관뒀다.

    "미술관이 모독의 메시지를 보내는 장(場)으로 이용되는 걸 막기 위해 전시를 취소하려 했지만 이 내용이 보도되면서 그 작품에 대한 기사가 쏟아졌다. 결과적으로 전시를 취소하려 했던 게 실수였단 걸 알았다. 관장직을 사퇴함으로써 잘못을 인정해야 했다."

    ―한국 미술계 일각에선 이런 사건이 재현될지 우려한다.

    "나는 작가들의 동반자이자 친구이지 적이 아니다. 나를 반대하는 한국의 작가들과도 대화하고 싶다. 나는 원칙적으로 검열에 대해선 반대 입장이다. 25년간 작가, 큐레이터와 협력하며 그들의 표현의 자유를 존중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만약 관장으로 선임돼 정치적으로 민감한 작품을 마주한다면.

    "같은 선택은 하지 않겠다. 신뢰가 무너지면 미술관엔 치명적인 타격이 온다는 걸 이번 사태로 깨달았다. 큐레이터와 사전에 많은 대화를 해서 미술관의 책임, 사회의 공동 이익을 위해 생각할 시간을 많이 가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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