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11.04 11:30 | 수정 : 2015.11.04 11:36
오랜 형사 생활을 한 인사가 최근 들려준 이야기다.

“음주폭력 사건 발단의 50% 이상이 뭔지 아십니까? 바로 ‘왜 쳐다봐’ ‘뭘 봐’로 시작합니다. 상대가 나를 쳐다보았다는 게 말싸움의 시초가 되는 나라는 아마도 우리나라밖에 없을 겁니다.”

이렇게 시비가 붙은 두 사람이 나이 차가 날 경우엔 사태는 대개 이렇게 전개된다. 감정이 격해지면 대개 나이 많은 쪽이 반말을 한다. 그러면 나이 어린 쪽이 “왜 반말을 하세요”라고 반박한다. 그러면 공식처럼 나오는 말이 있다.

“어, 어린 놈이 대드는 것 좀 봐라. 이마빡에 피도 안 마른 게. 너 나이 몇 살 먹었어?”

이렇게 나오면 또다시 공식처럼 답변이 나온다. “여기서 나이가 왜 나옵니까?”

“하, 이 자식 봐라. 지 애비 같은 사람한테 눈을 부라리고. 얌마, 내가 너만 한 자식이 있어.”

이런 거리도 안 되는 시비가 주먹다짐으로 번지고 끝내 파출소를 거쳐 경찰서까지 간다.
나이 타령. /일러스트 이경국
나이 타령. /일러스트 이경국
기자는 주말 아침 종종 바깥에서 들리는 소란에 잠을 깨는 경우가 있는데, 시비의 대부분은 역시 나이 문제로 끝나곤 했다. 한번 나이가 거론되고 나면 애당초 잘잘못을 구분하는 게 무의미해진다. 원인 제공자의 책임은 유야무야된다.

알려진 대로 마이크로소프트 창립자 빌 게이츠는 1975년 하버드대를 중퇴하고 컴퓨터 사업을 시작했다. 그의 나이 스무 살이었다. 컴퓨터 사업 아이디어를 갖고 있던 빌 게이츠는 과감하게 하버드대학을 때려치웠다. 1997년 케임브리지대 강연에서 빌 게이츠는 이와 관련 이런 말을 했다.

“저는 다른 사람이 먼저 첫 컴퓨터 소프트웨어 회사를 시작할까봐 두려워 하버드대를 중퇴했습니다. 내가 변호사나 수학자가 되려 했다면 하버드대학이 좋은 곳이었겠지만 내 꿈은 컴퓨터 사업이었습니다.”

빌 게이츠, 마이클 델, 저커버그 등은 모두 20대에 창업해 부호가 된 사람들이다. 영국, 미국, 프랑스, 독일 등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20대 창업이 하나도 새로울 게 없다. 그러니까 빌 게이츠가 대학을 중퇴하고 스무 살에 컴퓨터 소프트웨어 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 20대 사업가, 심지어는 고교생 사업가를 누구도 이상하게 보지 않는 문화가 선진국에는 자리 잡고 있다. 그들은 나이와 상관없이 아이디어와 상품의 질만을 평가하고 판단할 뿐이다.

한국의 사정은 어떤가.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를 갖고 있어도 상대가 20대이면 대기업에서 사업파트너로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일부에서는 세상 물정 모르는 학생을 속여 제 뱃속 채울 궁리만 한다. 설령 사업파트너로 인정한다고 해도 정당하게 대우하지 않는다. 만일 20대 사업가가 정당한 대가를 요구하면 이런 반응이 나온다.

‘(건방지게) 젊은 사람이 벌써부터 돈이나 밝히고 ….’

그들은 젊은 사람은 돈을 밝혀서는 안 된다는 해괴한 논리를 편다. 최근 취업난이 가중되면서 등장한 신조어 ‘열정페이’가 바로 이 같은 기성세대의 의식을 반영한다. 법이 정한 최저임금을 주지 않거나 훨씬 못 미치는 월급을 주면서 노동력을 착취하는 것을 가리켜 ‘열정페이’라고 한다. 이것이 바로 나이 어린 사람의 노동력을 제대로 인정하지 않는 데서 기인한다. <②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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