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10.26 09:57
오는 10월 말 제주~일본 간 마지막 직항노선의 운항중단을 앞두고 관광제주의 한 축이 무너지고 있다. 한국공항공사 제주지사에 따르면, 현재 제주~일본 간 직항편을 운항하는 항공사는 제주~나리타(도쿄)와 제주~간사이(오사카) 구간에 각각 주 4회, 주 7회씩 운항하는 대한항공이 전부다. 이마저도 대한항공은 오는 10월 말부터 내년 3월까지 제주~나리타, 제주~간사이 구간의 동계운휴에 들어갈 예정이다. 마지막 남은 제주와 일본을 잇는 직항편이 완전히 끊기는 것이다.

양대 국적항공사 가운데 아시아나항공은 제주~일본을 잇는 직항편이 아예 없다. 제주공항을 모항으로 하는 제주항공도 제주~일본 간 직항노선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진에어, 에어부산, 이스타항공, 티웨이항공 등 나머지 저가항공사 역시 마찬가지다.
제주도를 뒤덮은 중국 관광객. /조선일보 DB
제주도를 뒤덮은 중국 관광객. /조선일보 DB
제주~일본 노선을 외면하기는 일본의 국적항공사도 매한가지다. 일본항공(JAL)과 전일본공수(ANA)도 제주로 곧장 들어오는 직항편이 없다. 도쿄에서 일본항공을 타고 제주도로 들어오려면 인천이나 부산을 거쳐 들어와야 한다. 전일본공수 역시 제주로 들어오려면 환승해야 하는 불편이 뒤따른다. 한국공항공사 제주지역본부 운영계획팀의 관계자는 “오는 10월 말부터 대한항공의 운휴가 확정됐다”며 “현재로서는 변동될 여지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제주~일본 간 직항노선 운항 중단은 제주와 중국의 지방도시를 연결하는 직항편이 수십 개에 달하는 것과도 대조된다. 현재 제주공항에서 취항하는 중국 도시는 베이징, 상하이를 비롯해 모두 24개 도시에 달한다. 대부분이 중국 2~3선 지방도시들로, 중국 국내에서 가는 것보다 제주도에서 가는 것이 더 편할 정도다.

게다가 제주~중국 간 노선을 취항하는 항공편은 중국국제항공, 중국동방항공, 중국남방항공 등 3대 국유항공사를 비롯해 쓰촨항공, 샤먼(廈門)항공, 톈진항공, 셔우두(首都)항공 등 지역항공사, 춘추(春秋)항공, 오케이항공 등 저가항공사를 모두 망라한다. 같은 중화권인 홍콩, 마카오, 타이베이(대만)까지 포함하면 취항도시만 27개 도시에 달한다. 내륙에서 중국 지방도시로 이동하는 경우 제주도에서 환승하는 것도 가능할 정도다.

제주도는 오픈스카이(항공자유화) 지역이다. 항공사는 양국간 항공협정 체결여부에 상관없이 비행기를 자유자재로 투입할 수 있다. 그래도 항공사들이 제주~일본 간 직항노선에서 속속 발을 빼는 것은 일본 관광객들이 제주를 외면하면서다. 이같은 추세는 관광 통계수치로 명확히 드러난다. 제주도청의 입도(入島) 관광객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제주도를 찾은 일본인 관광객은 3256명. 이는 전년(5740명) 대비 43.3%나 추락한 수치다. 같은 기간 중국인 관광객이 6만7168명(2013년)에서 14만2529명(2014년)으로 112.2% 폭증한 것과 극명히 대비된다. 일본 관광객은 지난 한 해 누적수치로도 9만659명으로, 2013년(12만8879명)에 비해 25.1% 감소했다.

일본인 관광객들의 제주도 외면 흐름은 올해 들어서도 마찬가지다. 이는 중국 관광객 증가폭과 비교해 보면 명확하다. 일본인 관광객은 지난 1월 3749명에서 3855명(2월), 5651명(3월)으로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다. 반대로 중국 관광객은 같은 기간 11만7179명(1월), 19만8196명(2월), 17만2100명(3월)으로 일본인 관광객과는 비교조차 안 될 정도로 엄청난 숫자로 폭증했다.<그래프 참조> 사실상 제주 관광을 지탱해온 양대 축인 중국과 일본 중 한 축이 완전히 무너져 버린 것이다.
일본관광객 감소에 제주~일본 직항노선 줄어들어
항공노선 감축으로 인한 일본 관광객 감소는 제주 호텔 업계에도 파장을 미치고 있다. 513개 객실을 갖춘 제주 최대 규모 호텔인 제주 메종글래드제주(옛 제주그랜드호텔)의 경우도 일본인 투숙객이 급감했다. 이 호텔은 외국인 전용 카지노를 갖추고 있어 과거 일본인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는 호텔 중 하나였다. 호텔 관계자에 따르면, 불과 2~3년 전만 해도 호텔 객실 예약의 50% 이상을 차지하던 일본인 관광객은 현재 20% 선으로 떨어진 상태다. 지금은 내국인 관광객이 40%, 중국인 관광객 30~40%, 나머지를 일본인 관광객이 채우는 실정이다. 익명을 요구한 이 호텔의 관계자는 “한·일 관계도 안 좋았지만, 중·일 관계도 나쁘지 않았느냐”며 “일본인이 중국인이 많이 찾는 곳을 좀 꺼리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일본인이 많이 찾는 제주롯데호텔의 경우도 사정이 비슷하다. 500개 객실을 갖춘 제주롯데호텔은 서귀포 지역 최대 호텔이다. 롯데호텔 홍보팀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제주롯데호텔에 투숙하는 일본인 관광객의 비율도 전년 대비 40% 정도 감소했다. 다만 영업비밀인 관계로 구체적인 국적별 투숙 비율은 공개를 꺼렸다. 이 관계자는 “제주롯데호텔은 리조트 형태로 돼 있어 그나마 내국인 고객들의 투숙 비율이 높은 편”이라며 “일본인 관광객 감소는 제주 외에 다른 체인호텔들도 비슷한 상황”이라고 했다.

2012년 MB 독도 방문 이후 급감

여행업계에서는 일본인 관광객의 제주 외면 현상이 일본 관광객의 전반적인 한국 관광 외면과 맥락을 같이한다고 분석한다. 한국여행업협회(KATA)에 따르면, 제주도뿐만 아니라 방한 일본인 관광객은 급락세다. 2012년 한 해 351만명으로 정점을 찍은 후에 지난해에는 228만명까지 추락했다. 2년 새 130만명 가까이 빠져 버린 것. 여행업협회의 최창욱 부장은 “2012년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과 일왕 사과 요구 이후 급감하기 시작했다”며 “실제 줄어든 수치는 20% 정도라지만 주로 회사나 수학여행 등 단체관광을 취급하는 여행사들이 체감하는 것은 40~50% 이상”이라고 말했다.

국내 여행시장은 내국인 송출(아웃바운드) 시장 위주로 짜여 있어 대개 대형 여행사들은 ‘인바운드’를 전담하는 자회사를 두고 있다. 국내 최대 여행사인 하나투어는 ‘하나투어ITC’란 이름의 인바운드 100% 출자 자회사를 두고 있다. 롯데관광개발은 ‘롯데관광’이란 인바운드 전담 자회사를 두고 있다. 주로 대형 일본 여행사의 하청을 받아서 한국으로 오는 일본인 관광객을 처리하는 구조다.<②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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