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10.04 11:33 | 수정 : 2015.10.04 11:34
서울 용산전자상가, 흘러간 한국의 IT 메카에서 시작된 제조 창업 부활의 움직임. 그 중심에 ‘하드웨어 전문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Accelerator, 초기 창업자를 발굴해 짧은 기간에 집중적으로 지원, 육성하는 기관 또는 프로그램)’ N15(엔피프틴)이 있다. 미국과 유럽, 아시아를 잇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드론, 3D프린터, 사물 인터넷, 로봇, 웨어러블 등 미래 우리의 먹을거리 산업을 이끌어갈 스타트업 키우기에 나선 이들의 목표는 미국 애플과 중국 샤오미(小米)의 뒤를 잇는 하드웨어 스타트업 신화의 주인공을 바로 한국에서 탄생시키는 것이다.

창조경제대상의 주인공들, 용산에 모이다

서울 용산전자상가 나진 15동. 전자부품이라면 없는 게 없어 도깨비상가라는 이름으로 유명세를 떨쳤던 이곳이 N15의 둥지다. 826㎡(약 250평) 규모의 옛 지하주차장, 3D프린터와 레이저커터 등 소형 제조시설과 책상마다 눈에 띄는 전자부품들은 한눈에 봐도 이곳이 ‘뭔가를 만들기 위한’ 공간임을 말해준다.
허재 N15 대표. /하지영
허재 N15 대표. /하지영
“뜯고, 조립하고, 납땜하고, 두드리며 일하기에 가장 편한 곳이죠. 한두 걸음만 가면 필요한 전자부품을 모두 구할 수 있으니까요. 이곳은 최고의 제조 창업 기반을 갖춘 곳입니다.”

하드웨어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 N15의 허제(31) 대표는 용산전자상가의 인프라야말로 N15의 강력한 경쟁력 중 하나라고 말한다. N15이 나진상가 15동을 의미하는 것도 한국의 제조 창업문화를 이곳 용산에서 만들어가겠다는 큰 꿈에서 비롯되었다.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란 우수한 스타트업의 빠른 성장을 위해 창업 전반에 도움을 주는 조력자를 말한다.

자금을 직접 투자하는 VC(벤처캐피털)와 달리 이들은 투자유치를 비롯해 입주 공간, 디자인 및 기술 자문, 시제품 제작에서 더 나아가 양산, 유통까지 폭넓은 전문 서비스를 제공한다. N15은 여기에 스타트업의 글로벌 시장 진출을 지원하는 ‘특화된’ 프로그램을 강화하면서 최근 정부기관과 기업의 뜨거운 관심과 러브콜을 받고 있다.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와 MOU를 맺고 하드웨어 스타트업의 글로벌 진출을 돕고 있으며, 그린칩스, 네패스, 휴맥스 등 굵직한 기술 중심 기업들과 오픈 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을 비롯한 협력도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N15 브랜드 맵. /N15 제공
N15 브랜드 맵. /N15 제공
창업한 지 1년이 채 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믿기 어려울 만큼 역동적인 활동 뒤에는 오랫동안 제조 분야에서 창업을 꿈꾸며 준비해온 치밀함이 있다. 허 대표는 대학에서 화공학을 전공했지만 미국회계사(USCPA)를 공부하고, 삼일회계법인에서 감사와 컨설팅 업무를 담당한 이력을 갖고 있다. 회계는 오로지 훗날 창업을 했을 때 경영자로서 ‘수’에 대한 감각을 익히기 위한 공부였다. 이 시기 그는 저서 《3D프린터의 모든 것》도 출판했다.

“대학시절, 미국에서 교환학생 연수 중 보잉사를 견학했는데, 그때 3D프린터라는 걸 처음 봤어요. 일부 비행기 부품을 3D프린터로 만든다는 설명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귀국 후 수년간 3D프린터에 대한 해외 선진국의 모든 정보를 수집하고 차곡차곡 정리했다. 3D프린터의 등장으로 세계 제조환경은 이미 놀라운 변혁의 시대로 접어들었지만, 당시 한국에서 3D프린터는 여전히 낯선 용어에 불과했다.

낮에는 회계사로 근무하고, 밤부터 새벽까지 잠을 줄여가며 쓴 그의 책은 이 분야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이후 비영리 창업지원기관 타이드 인스티튜트에서 본격적으로 하드웨어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로서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그는 이때 엑셀러레이터가 심장을 펄떡이게 할 만큼 재미있고 보람 있는 일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2014년, 프로젝트의 성공적 기획과 운용으로 창조경제대상을 수상했고, 같은 팀에서 함께 상을 수상한 동료들은 N15의 공동 창업자가 되었다.<②편에 계속>
김미량 톱클래스 객원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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