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릴 땐 선생님 때리고, 이제는 온 세상을 때린다

입력 : 2015.09.18 03:07

[문제아는 어떻게 문제적 정치인이 됐나, 美 대선 뒤흔드는 트럼프 집중탐구]

최고를 향한 집착, 왜 생겼나 - 13세때 음악 교사에게 주먹질
이유는 "음악 쥐뿔도 몰라서"… 트럼프 父 "적을 깔아뭉개라"
영화도 출연, 최악의 조연상 "그는 그래도 사실을 말해"

어린 시절 트럼프 사진
어린 시절 트럼프

1959년 13세 소년 도널드 트럼프는 음악 교사에게 주먹을 휘둘러 눈에 퍼런 멍을 만들었다. 트럼프의 회고에 따르면, "그(교사)가 음악에 대해 쥐뿔도 몰랐기 때문"이다. 올해 미국 대선에 출마해 연일 '막말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69세 트럼프는 최근엔 베트남전 포로로 붙잡혔던 '전쟁 영웅' 존 매케인 상원의원을 가리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영웅이 아니라, 그냥 포로였을 뿐이다."

오는 22일 미국에서 출간되는 트럼프 전기 '결코 충분하지 않다(Never enough)'는 트럼프가 문제아 시절부터 '문제 많은' 성인으로 성장한 과정을 차근차근 짚어냈다. 언론인 출신 작가 마이클 단토니오는 트럼프 본인과 그의 적(전처 2명 포함)을 심층 인터뷰했다.

전기에 따르면, 부동산 개발업자였던 트럼프 아버지 프레드는 어린 아들을 종종 현장에 데리고 다녔다. 트럼프는 아버지에게서 몇 가지를 물려받았는데, 막대한 부와 사업 수완, 그리고 '최고가 되어야 한다'는 집념이었다. 프레드는 종종 아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너는 왕이다. 적들을 깔아뭉개라."

트럼프와 주변인물들 관계도

아버지 바람대로 트럼프는 부동산 거물로 성장했다. 뉴욕 근교에 소규모 아파트를 개발한 프레드와 달리 그는 뉴욕 한복판에 거대한 빌딩을 짓는 모험을 강행해 현재의 '트럼프 제국'을 일궜다.

최고를 향한 집착은 사생활에서도 발휘됐다. 첫째 아내 이바나와 스키 여행 갔을 때, 아내가 자신보다 앞서 활강로를 내려가자 트럼프는 격분해 스키를 내팽개쳤다. 이바나는 "그는 내가 자신보다 무언가를 더 잘할 수 있다는 사실을 용납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트럼프 프로필 정리 그래픽

협상 기술은 천부적이었다. 그의 난폭한 행동을 고치기 위해 아버지가 강제로 입학시킨 뉴욕 군사학교 시절에도 마찬가지였다. 국경일 '콜럼버스 데이'에 군사학교 학생들의 거리 행진이 예정돼 있었는데, 가톨릭 여학교 학생들의 행진이 바로 앞에 잡혀 있다는 것을 임박해서 알게 됐다. 여학생들에게 관심이 집중될 것을 동기들이 걱정하자, 트럼프는 여학생 대표와 협상에 들어갔고 몇 분 뒤 행진 순서를 바꿨다. 트럼프의 협상 비결은 1987년 자신이 저술한 책 '협상의 기술'에도 소개됐는데, 그는 이 책을 "성경 다음으로 좋아하는 책"이라고 말했다. 그가 밝힌 협상의 비법은 크게 생각하고, 선택지를 다양화하며, 당한 대로 갚아준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2004년 TV리얼리티쇼 '어프랜티스'에 출연하면서 더 유명해졌다. 회사에 갓 입사한 젊은이들의 직장생활을 담은 이 쇼에서 트럼프는 "너는 해고야(You're fired)"라는 유행어를 남겼다. 하지만 그가 연예계에 데뷔한 것은 사실 훨씬 전이다. 1990년 트럼프는 흥행에 참패한 영화 '귀신은 사랑 못 해(Ghost can't do it)'에 카메오로 출연, 이듬해 최악의 배우를 뽑는 '골든 라즈베리 시상식'에서 남우 조연상을 탔다.

영화 ‘나홀로 집에 2’에 카메오로 출연한 트럼프 사진
영화 ‘나홀로 집에 2’에 카메오로 출연한 트럼프.
1992년 '나홀로 집에 2'에서는 주인공 꼬마에게 길 안내하는 호텔 투숙객으로 나왔다.

트럼프의 언행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이들도 있다. 진보 잡지 '뉴리퍼블릭'은 "(공화당 대선주자) 젭 부시나 벤 카슨의 화법은 '맥 빠져' 보이는 반면, 트럼프의 '유치한' 화법은 유권자들로 하여금 확신을 갖게 한다"고 보도했다. 지난 1일 블룸버그가 트럼프의 매력을 묻는 설문조사에서 37%가 "사실 그대로를 말한다"고 답했다.



권순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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