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08.17 15:57 | 수정 : 2015.08.17 16:16
이미 여러 해전에 소고기를 비롯한 육류수입의 제한이 풀리고 가격도 상당히 떨어진 것으로 알고 있는데, 한국 소비시장에서의 체감가격은 별로 떨어지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우리나라 식당의 고기인심은 예전과 마찬가지로 매우 야박하다. 7000원짜리 찌개나 탕 한 그릇 시키면 아직도 양념과 국물뿐이고 고기는 서너 점이 전부다. 반대로 끝없이 펼쳐진 초원에 가축 떼들이 즐비한 유라시아 국가들에서는 고기 인심만큼은 얼마나 후한 지 만두에도 느끼할 정도로 고기만 잔뜩 들어 있다. 고기 인심에 비해 신선한 야채라든가 산뜻한 양념 인심은 야박하다. 나라마다 지형과 기후가 다르고 삶의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풍요로운 것과 부족한 것의 차이가 큰 법이다. 그래서 예로부터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서로 부족한 것을 채워 주는 교역이 자연스럽게 생겨났던 것이다.

동양과 서양을 잇는 실크로드 역시 두 세계 간의 부족함과 풍족함을 채워 주는 자연발생적 교역로 역할을 톡톡히 했다. 중국은 고대 실크로드를 현대적으로 복구하기 위해 “일대일로(一帶一路)”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리가 수출활로를 튼 경부고속도로를 건설했듯이 중국은 일대일로를 통해 유럽으로 가는 고속도로를 건설하겠다는 요량이다. 그러면 일대일로 선상에 있는 유라시아 투르크 국가들도 자연스레 중국의 영향권 안에 들어올 수 있다는 속셈도 깔린 것이다. 이점에서 중국과 러시아는 유라시아 대륙을 두고 소리 없는 각축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천여 년 이상 실크로드를 왕래하던 대상들을 “빨가벗겨” 왔던 유라시아 투르크인들이 강대국들이 생각하는 만큼 그리 호락호락하게 무역통로를 내줄 것 같지는 않다.
투르크인들에게 '공짜는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조선닷컴
투르크인들에게 '공짜는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조선닷컴
여행 자유화로 한국인들도 유라시아 국가들을 찾는 횟수가 잦아졌다. 그러나 유럽에 가까운 터키를 빼놓고 유라시아 투르크 국가들을 개별적으로 여행하기는 아직도 편하지 않다. 여행객들에게 아직까지 관료주의적 통제가 심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외국인들을 대하는 그들의 태도가 그리 투명하지 않아 겪게 되는 고충이 많다. 우즈베키스탄에서 타쉬켄트-사마르칸트 행 기차를 탔을 때의 일이다. 차장이 와서 승객들에게 “차를 마시겠는지, 커피를 마시겠는지” 선택 여부를 물었다. 질문이 주는 뉘앙스 때문에 당연히 공짜라고 생각했다면, 그것은 우즈베크인들을 아직 충분히 겪어보지 않았다는 뜻이다.

외국인들을 “봉”으로 아는 이 지역에서 공짜란 없다. 택시를 타기 위해서 항상 흥정해야만 되는 것도 그렇다. 행선지를 알려줘도 운전수는 외국인 손님에게 먼저 얼마 줄 것인 지부터 물어보고 시작한다. 손님이 얼마나 정보를 잘 알고 있는지 떠본 뒤 손님이 부르는 가격보다 몇 배를 더 부르는 방식이 그들의 상술이다. 비단 택시요금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관공서에서 서류 한통 처리할 때도 투명하게 대답하는 공무원은 드물다. 처리결과 여부를 알려준다 해도 중간에 꼭 바뀌기 때문에 소용이 없다. 데드라인이 닥쳐서 민원인이나 수요자가 급히 사정을 하면 그때부터 진전여부가 결정된다. 그들과의 협상에서 급하게 굴다가는 절대적으로 불리하게 되어 있다.

이들이 은밀하게 감춰두고 있는 것 중에는 화장실도 빠지지 않는다. 그래서 낭패를 보는 외국여행객이 적지 않다. 전반적으로 유라시아 인들에게 화장실 인심은 무척 야박하다. 야박한 이유는 화장실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장거리 여행을 하면서 중간 휴게소에서 물건을 사고 화장실을 물으면 마치 무슨 보물단지라도 된 듯이 육중한 자물쇠를 채워놓았던 화장실을 열어준다. 그나마 화장실이 있다는 것만으로 감사해야 한다. 극단적인 경우지만 타지키스탄의 수도 두샨베에서 유명한 관광지가 있는 쿨럅 성까지 왕복 400㎞ 거리에 화장실이 하나도 없을 정도이다. 유목민들의 후예다 보니 드넓은 초원이 모두 화장실이라 생각하면 차라리 속이 편하다. <②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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