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U 탈퇴가 살길? 그리스 현실 모르는 소리"

입력 : 2015.07.08 03:08

[그리스 '대외정치연구소' 위기관측소장 카치카스]

"수출비중 매우 적은 그리스, 자체통화 써도 효과 제한적… 수입품 값 상승만 부추겨"

디미트리오스 카치카스.
"일부에선 긴축 정책 대신 유로존 탈퇴가 부채 문제 해결을 위해 낫다고 주장하지요. 하지만 그리스 현실을 보면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그리스 유럽국제대외정치연구소(ELIAMEP·엘리아멥)의 디미트리오스 카치카스(Katsikas·42·사진) 위기관측소장은 6일 본지 인터뷰에서 "그렉시트(Grexit: Greece+ exit·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만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는 게 향후 협상의 기준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엘리아멥은 그리스에서 가장 권위있는 싱크탱크로 꼽힌다. 카치카스 소장은 그리스 명문 아테네대학의 정치행정학과 교수도 겸임하고 있다. 그는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의 국민투표 제안은 애초부터 잘못된 접근법이었다"며 "국민의 마음이 '반대' 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것을 느꼈지만, 이렇게까지 압도적인 반대 결과가 나올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반대표가 이렇게 많이 나온 이유는 무엇인가?

"치프라스가 연설에서 국민의 자존감을 강조했다. 많은 그리스 국민이 이성적 판단을 하기보다는 이런 총리의 화법에 감정적으로 매료된 것으로 보인다. 또 치프라스는 '반대 결과'가 나와도 유로존에 남을 수 있다고 했다. 부동층이 이 말만 믿고 대부분 '반대표'를 찍었다. 부채 탕감이 필요하다는 국제통화기금(IMF) 내부 보고서가 투표 전에 공개된 것도 영향을 끼쳤다."

―치프라스 총리가 앞으로 어떻게 나올 것으로 보나?

"사실 잘 모르겠다. 그가 어떤 명확한 전략을 갖고 행동하는 것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국민투표를 하겠다고 선언한 과정을 봐도 그렇다. 그 제안은 아주 잘못된 것이었다. 무엇을 위해 투표해야 하는지도 불분명하고 시점도 부적절했다. 협상 테이블에서 명백한 약자였음에도 불구하고 상황을 벼랑 끝까지 몰고 갔다. 국제 채권단의 신뢰를 잃게 만들었다. 잘못된 국민투표로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가 더욱 가까워지게 된 것이다."

―폴 크루그먼 교수 같은 사람은 그리스를 위해선 긴축보다 유로존 탈퇴가 낫다고 주장한다.

"그리스 안팎에서 유로화가 아닌 드라크마화(그리스의 옛 화폐)를 써야 부채의 늪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는 그리스 현실을 잘 모르기 때문에 나오는 소리다. 드라크마화가 평가절하되면 당장 수출에서 가격 경쟁력이 생기긴 할 것이다. 그런데 그리스 경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적다. 때문에 드라크마화 평가절하가 그리스 경제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고통이 따르더라도 오랜시간 공들여 기존 경제구조를 개혁하지 않는다면 아무 소용없다. 대신 부정적인 효과는 뚜렷하다. 수입 상품 가격이 급격히 올라가 서민을 지금보다도 더한 곤궁에 빠뜨릴 것이다."

―그리스 경제 위기의 원인은?

"정치가 문제의 출발점이다. 표를 얻기 위해 연금을 올렸지만 세금은 적게 걷었다. 사회 복지도 교육·환경 등 미래를 위해 투자한 게 아니라 연금을 통해 직접 돈을 나눠줬다. 부패와 탈세, 지하경제를 걸러내지 못했다. 국내 소비 중심으로 경제가 돌아가니, 밖에서 돈을 끌어와도 그리스 안에서만 돌았다."

―IMF 외환위기 당시 금 모으기 운동을 펼친 한국처럼 그리스 국민도 힘을 합쳐야 하는 것 아닌가.

"그리스는 경제 사정이 좋지 않아 한국처럼 모을 금도 없는 상황이다. 다만 우리는 작은 것이라도 주변에 나누어 주는 문화를 가지고 있어 개인적으로 서로를 돕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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