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07.02 16:59
지난 6월 23일은 세계 사별여성의 날(International Widows’Day)이었다. 유엔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2억5900만 명의 여성이 남편과 사별 후 빈곤과 차별, 편견과 소외 속에서 5억8500만 명의 어린 자녀를 키우며 살아간다

유엔은 대부분 국가에서 여성의 지위는 남편의 지위에 따르게 되는데 남편이 사망하는 순간 미망인이 된 여성의 사회적 위치가 나락으로 떨어진다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남편이 남긴 재산에 대한 상속권이 없는 경우가 많아 집에서 쫓겨나 노숙자가 되는 일이 부지기수고 일부 지역에서는 자신의 뜻과 상관없이 남편의 형이나 동생과 결혼하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사별여성을 뜻하는 미망인(未亡人)이라는 말에는 남편과 함께 죽어야 하나 아직 죽지 못한 사람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살아남은 이에게 붙여진 호칭 중에 이만큼 가슴 아리고 절절한 것이 또 있을까.
/조선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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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과 격동의 현대사를 겪은 우리나라에도 미망인의 가슴 아픈 가정사와 눈물겨운 홀로서기가 있었다. 박경리씨의 소설에선 전쟁 중에 남편을 잃고 홀어머니와 아이를 부양하는 여성 가장이 집안일과 바깥일을 함께 해내는 슈퍼우먼이면서도 주변의 응원을 받기는커녕 뭔가 비도덕적인 짓을 하지는 않나 하는 감시의 눈초리를 받는다. 때로는 멸시받으면서도 꿋꿋이 살아가는 여성의 모습이 미망인으로 그려지는 것이다.

현재 우리가 그들의 삶을 과연 제대로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그런데 이런 소설 속 여성은 허구의 인물이 아니다. 실제로 당시 살아가야 했던 미망인이 처한 현실이었다. 미망인의 삶은 과거형이 아닌 현재진행형일 뿐만 아니라 모든 한부모가족의 공통된 이야기다. 2015년 현재 사별로 인한 한부모가족은 47만4000 가구다. 이 외에도 이혼, 별거 등으로 인해 홀로 자녀를 기르는 한부모가족이 159만 가구나 된다. 전체 가구의 9.2%에 달하는 것이다.

2005년 3월 호주제가 폐지될 때까지 호주제 존폐를 두고 우리 사회가 얼마나 큰 홍역을 치렀는지 기억할 것이다. 필자 역시 행자부, 여성부, 서울시에서 여성정책을 담당하였기에 수년간 지속된 호주제 존폐 논의에 직ㆍ간접적으로 참여했다. 당시 가장 가슴 아프고 마음으로 와 닿았던 것은, 사별이든 이혼이든 홀로된 이후 여성 가장으로 아이를 키우며 생계를 이어가는 것조차 버거운 현실을 버티다 재혼을 했는데, 아이가 아빠와 성이 달라 친구들에게 따돌림당하는 것을 목격한 엄마들의 이야기였다.

그렇다. 우리 사회는 미망인과 한부모가족에게 폭력을 행사해왔다. 이제는 그만해야 할 때다. 색안경을 벗어던지고, 나와 다르지 않았을 따가운 시선 속에서 그들이 겪어온 고통을 우리 사회가 어루만져 주어야 한다. 더욱이 오는 6월 25일은 한국전쟁 발발 65주년 되는 날이다. 전사자뿐 아니라 꽃다운 나이에 남편을 잃는 비극을 겪고, 자식을 위해 희생한 이 땅의 어머니, 그 어머니와 비슷한 삶을 살아가는 한부모가족을 함께 생각하는 하루가 되기를 가슴으로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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