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06.11 14:00 | 수정 : 2015.06.11 16:38
최근 현대중공업 그룹은 정몽일 현대기업금융 회장을 전격적으로 퇴임시키는 인사를 단행했다. 정몽일 회장(사진)은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의 막내 아들로 현대그룹 ‘왕자의 난’ 이후 정몽준 현대중공업 대주주의 우산 속에 있었던 인물이다. 정몽준 전의원의 친동생이다. 정주영 창업주가 살았을 때 그에겐 현대종합금융을 경영하도록 ‘금융’쪽을 분가해 줬다. 바로 위의 형인 정몽윤 회장이 보험업인 현대화재해상보험을 맡겼고, 그에겐 ‘종합금융’을 독자 경영토록 하는 배려를 했다. 그러나 종합금융 사태 때 현대종금이 망가지면서 현대중공업 계열인 현대기업금융을 경영해왔다. 비록 현대중공업 계열사였지만 정몽준 대주주가 특별히 배려, 독자 경영을 하도록 했다.

그러다 이번에 경영권을 회수, 현대중공업에서 직접 경영에 나선 것이다. 이를 두고 중공업 측에선 “정 회장이 그룹의 효율적인 의사결정을 돕기 위해 스스로 물러난 것”이라고 퇴진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자신이 물러나 줌으로써 현대중공업 그룹의 사업 재편 작업이 용이할 것이라는 판단에서 물러났다는 것이다.
정주영 회장의 막내 아들 정몽일 회장이 갑자기 은퇴한 사연
이러한 그룹의 설명과 달리 형인 정몽준 전 의원이 동생을 경영에서 배제한 것이라는 얘기가 현대가 주변에서 나돌고 있다. 정몽일 회장은 1982년 미국 조지 워싱턴 대학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마치고 현대건설에 입사하면서 경영수업을 받았다. 1990년 현대종합상사 재정담당 이사대우로 승진 하는 등 정주영 창업주는 그에게 금융업을 맡겨 독립시키려고 일찍부터 마음 먹었다. 1994년 현대종합금융 대표이사 회장 자리에 임명한 것이 이를 증명한다. 현대종합금융은 한때 강원은행과 합병 하는 등 종합금융으로서 위상을 떨치는 듯 했으나 종합금융회사들이 IMF의 주범으로 인식되면서 된서리를 맡게 됐다. 현대종합금융은 이때 동양그룹의 손에 넘어갔다. 현대중공업 계열인 현대기업금융과 현대기술투자 회장직을 맡게 된 것도 이런 연유에서였다.

정몽구 현대차 회장과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이 한창 맞붙었던 ‘왕자의 난’ 때에는 현대중공업의 정몽준 전 의원 편에 섰다. 바로 위의 형인 정몽윤 현대해상화재보험 회장이 아닌 정몽준 전 의원을 택한 것에 대해 의아해 했던 것도 사실이다. 때문에 정 전 의원이 현대기업금융을 분리, 동생에게 줄 것이란 얘기도 현대가(家)에서 심심찮게 돌았다.

그러나 지난해 현대중공업이 위기에 처하면서 그를 퇴진시키고 정 전의원의 친정체제를 강화하고 나섰다. 어쩌면 정주영 창업주의 아들 중 기업 하나 물려받지 못한 경우가 될 수 있는 처지다. 정몽일 회장은 다른 형제들과 달리 대외 활동을 거의 하지 않았다. 그 흔한 가맹단체장 같은 것도 맡지 않았다. 식사 때도 혼자서 조용히 하는 ‘은둔형’ 경영인이었다. 그러다 이번에 현대중공업 불황의 여파로 유탄을 맞고 말았다.<②편에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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