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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핵무기는 '의지'에 의해 보유되거나 말거나 하는 것이다

입력 : 2015.05.18 08:22 | 수정 : 2015.05.18 08:30

한국, 결단을 요구받고 있다①

지난 4월 27일 미국 과학자협회 찰스 퍼거슨 회장은 미국 수도 워싱턴 DC의 한 레스토랑에서 헨리 소콜스키 등 비확산 전문가와 관료, 의회 관계자 등 1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한국이 어떻게 핵무기를 배치하고 획득할 수 있는가’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비공개로 회람했다고 한다. 문화일보 5월 4일자 보도에 따르면, 보고서는 ‘한국은 NPT(핵확산금지조약) 지지 국가로 미국의 확장 억지력을 제공받고 있지만 국가안보가 중대한 위협에 직면하면 핵무장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만약 한국이 핵폭탄을 만들겠다고 결심한다면 5년 이내에 수십 개의 핵폭탄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같은 보고서가 비밀리에 작성되어 미국의 전문가 및 관료, 의회 관계자들이 회람했다는 사실은 신문 보도가 아니라도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 한국이 5년 이내에 수십 발의 핵폭탄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보고서의 예측은 오히려 한국의 능력을 과소평가한 것으로 판단된다. 핵폭탄은 초현대식 무기가 아니다. 미국이 1945년 7월 16일 최초의 핵실험에 성공했으니 핵폭탄 제조 기술은 70년이 다 돼가는 오랜 기술이다.

러시아, 영국, 프랑스, 중국도 이미 50년 이전에 핵무장하는 데 성공했다. 한국보다 과학 및 산업 기술력이 훨씬 뒤처지는 것으로 인식되는 인도, 파키스탄은 물론 북한도 핵무기 체계의 완성을 눈앞에 두고 있는 상태다.

9·11테러 직후 미국은 테러리스트들이 MIT 대학원생들을 납치할지도 모른다고 두려워했다. 핵무기는 이제 대학원생들도 만들 수 있는 무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핵무기 제조 기술은 이미 널리 알려진 오래된 기술이라는 점과 함께, 핵무기 제조 및 보유는 결코 돈이 많이 드는 일도 아님을 알아야 한다. 미국의 경우 핵무기에 대대적인 투자를 단행했던 레이건 행정부(1981~1989) 당시, 핵무기가 미국 국방비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0% 정도에 불과했다.

1969년 UN은 히로시마급 핵폭탄 10발을 10년간에 걸쳐 개발할 경우 개발비가 총 1억8800만달러가 들 것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10년 뒤인 1979년 미국 핵이론가 볼슈테터 교수가 환산한 달러가치로는 2억6180만달러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이 금액은 당시 미국을 제외한 일반 국가들의 평균 국방비의 3% 정도에 불과했다. 당시 미국 해군이 보유한 최고급 전투기 F-14 한 대 값이 3000만달러 정도였다는 사실과 비교해 봐도 핵무장은 결코 비싸지 않다. 핵폭탄을 10개 가지고 있는 국가가 보유량을 100개로 늘리는 데 필요한 돈은 10개까지 만드는 돈의 단 두 배 정도가 더 들 뿐이라는 계산도 나왔다.
미국의 B61 핵폭탄. 폭탄 표면의 태극문양은 합성한 이미지다.
미국의 B61 핵폭탄. 폭탄 표면의 태극문양은 합성한 이미지다.
핵무기는 의지가 있는 국가는 물론 테러리스트들조차 보유할 수 있는 무기로 인식된 지 오래다. 핵무기는 ‘의지’에 의해 보유되거나 말거나 하는 것이지 다른 장애요인에 의해 보유하고 싶어도 못하는 그런 물건은 이미 아니다.

한국 사람들이 잘못 알고 있는 것 중 하나가 ‘북한이 한국을 핵무기로 공격해서 국가로서의 대한민국을 파멸시키려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북한이 결코 하지 않을 일이다. 북한이 원하는 것은 핵을 사용하겠다는 공갈, 협박을 통해 싸우지 않은 채 대한민국을 이기는 것이다. 핵무장한 북한은 우선 말로써 한국을 협박할 것이며 그 협박이 통하지 않을 경우 핵무기를 제외한 각종 무기로써 대남 무력 도발을 자유자재로 감행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때 한국은 북한의 각종 도발에 대해 적극적인 보복을 할 수 없을 것이다.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기 이전에도 대한민국은 북한의 도발에 대한 적극적인 보복을 자제했다. 확전(擴戰)을 두려워했다. 그런 대한민국이 핵무기 체계를 완성한 북한의 도발에 어떻게 과감하게 보복할 수 있을까.

북한은 보복에 대한 근심 없이, 대한민국을 향해 게릴라, 소규모 정규전, 혹은 그것보다 큰 각종 수준의 전쟁을 마음껏 벌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럴 때마다 한국은 핵전쟁을 각오해야 한다는 두려움 때문에 제대로 대응하지도 못하고 전전긍긍할 것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사정권에 들어간 일본은 물론 미국도 한국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수 없을 것이다.<②편에 계속>

이춘근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선임연구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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