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05.14 03:07

유죄 판결은 먼 훗날 얘기
구속을 수사 성공으로 여겨… 집착하다 생사람 잡을 수도

구속영장 신청 건수 그래프

"법원이 수사의 방해꾼 같다." "영장이 무슨 복권도 아니고 예측할 수가 있어야지…."

검찰이 법원에 청구한 구속영장이 기각되면 검사들은 원색적인 용어로 법원을 비난한다. 검찰은 영장판사를 비난한 뒤 영장을 재청구하는 고집을 부리기도 한다. 특히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피의자에 대한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될 경우, 불만을 쏟아내고 영장을 재청구하는 일이 다반사다.

검찰은 횡령·배임·도박 등 혐의로 청구한 장세주(62) 동국제강 회장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이 기각되자 "유전(有錢) 불구속, 무전(無錢) 구속"이라며 법원을 비난했다. 검찰은 기각 후 불과 사흘 만인 지난 1일 장 회장에게 12억원대 횡령과 6억원대 배임 수재 혐의를 추가해 결국은 영장을 발부받았다. 지난해 4월 신헌(61) 롯데쇼핑 전 대표에 대한 1차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검찰은 두 달 뒤 혐의를 추가해 그를 구속했다. 지난 2006년에는 외환은행 헐값 매각 의혹 사건과 관련해 론스타코리아 유회원 대표에 대한 영장이 기각되자 이후 3차례나 더 청구했다가 기각당했다. 당시 두 번째로 기각됐을 때에는 한 글자도 고치지 않고 영장을 재청구하기도 했다.

대부분의 사람은 '구속은 유죄, 불구속은 무죄'라고 오해(誤解)한다. 하지만 구속됐다고 유죄를 의미하지 않고, 반대로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를 받거나 재판을 받는다고 무죄는 아니다. 그런데 문제는 검찰 내부에도 구속을 '골인'으로 표현하면서 마치 수사의 성공으로 여기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는 것이다. 재경 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성과를 내야 하는 수사 검사 처지에서 최종 유죄판결은 먼 훗날 얘기"라며 "일단 피의자 구속 여부가 수사 진행이 잘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척도이기 때문에 무시할 수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구속에 목매는 상황이 되면 그 폐해는 고스란히 피의자 본인과 가족에게 돌아간다고 지적한다. 법무법인 가율의 양지열 변호사는 "검찰에 대해 '밀어붙이기 수사' '강압 수사' 논란이 이는 원인은 결국 구속에 집착하는 검찰 내부 분위기 때문"이라며 "검찰 스스로 최대한 절제하면서 영장을 청구하는 원칙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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