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强震 잇따르는 '불의 고리'… 한반도, 안심 못해

입력 : 2015.05.08 03:06

수천명 사망한 네팔에 이어 뉴질랜드·대만·남태평양도 최근 잇따라 강한 지진 관측
한국도 역사에 수차례 기록… 내진 설계율 높여 대비해야

전 세계 지진·화산대가 몰려 있는 환태평양 '불의 고리'가 최근 들썩이고 있다. 7일 남태평양 파푸아뉴기니 인근 바다에서는 규모 7.2의 강진이 발생했다. 이곳에서는 최근 8일 새 규모 7 안팎의 강진만 네 차례 발생했다. 인도판과 유라시아판이 충돌하는 네팔에선 지난달 25일 규모 7.8의 강진이 일어났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규모 6이 넘는 여진까지 이어져 사망자만 7000명을 넘겼다. 이외에도 뉴질랜드·대만·남태평양 섬 지역 등 '불의 고리' 지역에선 최근 잇따라 땅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최근 전 세계 강진 발생 지역
◇대규모 재앙의 시작인가

강진이 이어지자 '불의 고리'를 틀어막던 봉인이 풀린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지진 전문가들 사이에선 2004년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섬 인근에서 대지진(규모 9.1~9.3)이 발생한 것을 계기로, 전 세계적으로 강진 빈도가 잦아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는 "마치 도미노 현상처럼 수마트라 대지진이 다른 불의 고리 지역에 충격을 줘 연쇄적으로 지진이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유례없는 대규모 재앙이 잇따라 발생할까봐 우려할 수준은 아직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지헌철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진센터장은 "파푸아뉴기니 인근 해역은 원래 지진 빈발 지역이라 최근 강진이 크게 특이할 만한 현상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반도는 지진 안전지대?

한반도는 더구나 지각판끼리 만나는 '불의 고리'에서는 다소 떨어져 있어, 경계선에 있는 일본 등에 비해서는 지진 횟수가 적은 편이다. 그래도 안심할 수는 없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우리나라는 판의 내부에 있어 지진을 일으킬 수 있는 힘이, 경계부 지역보다는 상대적으로 조금씩 누적된다. 이에 지진 발생 주기는 길어질 수 있지만, "강진이 안 난다"고 장담할 수도 없다는 것이다.

한반도 지진 발생 횟수
지진은 주기적·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경향이 있는데, 역사적으로 따져도 우리나라에서 강진이 발생한 적이 있어 언제든 또 발생할 수 있다. 삼국사기 등 역사 기록에 따르면, 서기 779년 경주에 지진이 발생해 가옥이 무너져 100여명이 사망했다는 기록이 있고, 1643년에도 울산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땅이 갈라지고 물이 솟구쳐 나왔으며 바다에서 큰 파도가 밀려왔다가 나갔다는 기록이 나온다. 조선왕조실록에도 큰 지진이 났다는 기록이 여럿 남아 있다. 1978년 속리산 부근과 홍성에서도 각각 규모 5.2와 5.0 지진이 발생해 많은 건물에 균열이 가고 부상자가 났다.

한반도에서 지진이 계속 잦아지고 있다는 점도 우려된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진 정밀 관측을 시작한 1978년 이래 규모 2.0 이상 지진이 1980년대엔 연평균 15.7회, 1990년대 25.5회, 2000년대 43.6회 발생했다. 2010년 이후에도 해마다 평균 58.4회 지진이 났다. 상황이 이런데도 서울의 아파트 등 공동주택의 내진 설계율은 37%에 그치고 있다. 이진한 고려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는 "수도권에서도 10년이나 100년 뒤가 아닌 당장 내일 강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열려 있다"며 "전국적으로 활성 단층을 조사하고 지진 재발(再發) 주기를 예측하며, 내진 설계율을 높이는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불의 고리(Ring of Fire)

세계 주요 지진대와 화산대가 집중되는 환태평양 지역을 일컫는 말. 태평양판이 다른 지각판과 충돌하는 과정에서 지진과 화산활동이 활발해진다. 주요 활화산과 지진대가 원 모양으로 분포해 '불의 고리(Ring of Fire)'란 이름이 붙었다.

  • Copyright ⓒ 조선일보 & 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