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05.06 09:37 | 수정 : 2015.05.06 09:40
<①편에서계속>

죽은 남편에게 보낸 편지

원이엄마의 한글편지는 1586년 아내가 죽은 남편에게 쓴 것으로, 조선중기 사람들의 부부사랑이 얼마나 각별하고 애절했는지 잘 나타나 있다. 이 편지는 1998년 경북 안동시 정상동 일대의 택지조성 공사 도중 이응태의 묘에서 발굴되었다. 이응태(1556~1586)는 군자감 참봉을 지낸 이요신의 2남 2녀 중 둘째 아들로, 31살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원래 그는 일명 ‘원이엄마’와 결혼하여 처가살이를 하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두 사람은 평소에도 자연스럽게 사랑을 표현하며 다정다감하게 살았다. 특히 그들은 말이 잘 통해서 밤마다 잠자리에 누워 수없이 많은 얘기를 나누었다. 어쩔 때는 밤을 꼬박 지새우고 아침이 된 적도 있었다. 밤새도록 무슨 할 말이 그리 많았는지. 그때마다 원이엄마는 남편의 품속에서 이렇게 말하곤 했다. ‘이보소! 남들도 우리처럼 서로 어여삐 여기고 사랑할까?’. 그럼 이응태도 ‘둘이 머리가 하얗게 새도록 살다가 함께 죽자’고 말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이응태는 31살에 일찍 세상을 떠나고 말았고, 원이엄마는 그 슬픈 마음을 구구절절이 한글편지로 써서 관속에 넣어주었던 것이다.

“원이 아버지에게,
자내 항상 내게 이르되 ‘둘이 머리가 세도록 살다가 함께 죽자’ 하시더니, 어찌하여 나는 두고 자내 먼저 가시는가? 나와 자식은 누구에게 기대어 어찌 살라 하고, 다 버리고 먼저 가시는가? 자내는 나에게 마음을 어떻게 가졌고, 나는 자내에게 마음을 어떻게 가졌던가? 함께 누우면 내 언제나 자내에게 이르되 ‘이보소! 남들도 우리처럼 서로 어여삐 여기고 사랑할까?’ 어찌 그런 일을 생각하지 않고 나를 버리고 먼저 가시는가? 자내 여의고는 아무래도 나는 살 힘이 없네. 빨리 자내한테 가고자 하니 나를 데려 가소. 자내를 향한 마음을 이승에서 잊을 길이 없네. 아무래도 서러운 뜻이 그지 없네. 내 마음 어디에 두고 자식 데리고 자내를 그리워하며 살려고 하겠는가. 이 편지 보시고 내 꿈에 와서 자세히 이르소. 내 꿈에 이 편지 보신 말 자세히 듣고자 하여 이리 써서 넣네. 자세히 보시고 내게 이르소. 자내 내 뱃속의 자식 낳으면 보고 말할 것이 있다 하고서 그리 가시니, 뱃속의 자식 낳으면 누굴 아버지라 하라 하시는고. 아무리 한들 내 마음 같을까. 이런 슬픈 일이 하늘 아래에 또 있을까. 자내는 한갓 그곳에 가 계실 뿐이지만, 아무리 한들 내 마음 같이 서러울까. 하고 싶은 말이 끝이 없어 다 못쓰고 대강만 적네. 이 편지 자세히 보시고, 내 꿈에 와 자세히 보이고, 자세히 이르소. 나는 꿈에 자내를 보려 믿고 있다네. 몰래 와서 보여 주소서. 하고 싶은 말이 끝이 없어 이만 적나이다.”
원이엄마의 한글편지.
원이엄마의 한글편지.
이 편지에서 인상 깊은 점은 먼저 ‘자네’라는 표현과 하소체이다. ‘자네~하소’라고 표현하는 것을 보면 두 사람은 평소 사이가 매우 좋았을 뿐 아니라 서로 동등하게 차별 없이 지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남편이 먼저 세상을 떠난 특수한 상황에서 쓴 편지이기는 하지만, 두 사람의 관계가 매우 각별하고 애절하다는 것이다. 특히 ‘이 편지 자세히 보시고, 내 꿈에 와 자세히 보이고, 자세히 이르소. 나는 꿈에 자내를 보려 믿고 있다네. 몰래 와서 보여 주소서.’의 대목은 너무 애절하고 슬프다. 남편을 향한 원이엄마의 사랑이 가장 드러나는 대목이 아닐까 한다. 그래서인지 이 편지를 토대로 소설이나 영화, 뮤지컬, 애니메이션, 다큐멘터리, 테마파크 등 각종 문화콘텐츠들이 계속해서 만들어지고 있는 듯하다.

이상과 같이 한글편지들 속에는 부부사랑이 매우 진솔하게 담겨 있다. 우리도 가끔씩 아날로그적 감성을 발휘하여 아내 혹은 남편에게 손편지를 써보면 어떨까? 그럼 누군가 잘 보관해서 후대에게까지 전해져 역사에 길이 남는 편지가 될 지 누가 알겠는가? 사랑은 시공간을 초월하는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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