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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베 정권 압력에 방송 퇴출됐지만 일본 시민 위한 목소리 계속 낼것"

입력 : 2015.05.04 03:05

[방송 해설자 고가 시게아키]

관료 출신 방송 해설자 "난 아베가 아니다"며 항의
"아베, 웃으며 의미심장한 말… 자신 비판하면 소송도 불사
언론사 사장들을 親정권 인사로 채워 통제"

지난 3월 27일 TV해설가 고가 시게아키씨가 생방송 도중 “방송사 압력으로 오늘 그만두게 됐다”며 “나는 아베가 아니다(I am not Abe)”라고 적힌 종이를 들어보이고 있다.
지난 3월 27일 TV해설가 고가 시게아키씨가 생방송 도중 “방송사 압력으로 오늘 그만두게 됐다”며 “나는 아베가 아니다(I am not Abe)”라고 적힌 종이를 들어보이고 있다. /TV아사히

평화로운 봄밤, 메이저 방송국 뉴스에 출연한 엘리트 해설자가 갑자기 "정권 압력으로 방송을 못 하게 됐다"면서 '나는 아베가 아니다(I am not Abe)'라고 쓰인 종이를 카메라 앞에 세웠다. 당황한 사회자가 "아니 잠깐만, 잠깐만" 하고 말리는 장면이 고스란히 전파를 탔다. 지난 3월 일본 민방 뉴스 시청률 1위인 TV아사히 '보도스테이션' 생방송 때 일이다. 그 방송을 끝으로 물러난 고가 시게아키(古賀茂明·60)씨를 지난달 30일 인터뷰했다.

―피켓 문구는 무슨 뜻인가.

"지난 1월 방송 때 처음 언급했었다. 이슬람국가(IS)가 일본인 인질을 잡고 있는데, 아베 신조 총리가 중동 순방을 하면서 'IS와 싸우는 나라에 2억달러를 지원하겠다'고 했다. 사태를 악화시킨 결정타였다. '이건 아니다' 싶어 '일본인은 아베와 다르다'는 생각을 전달하려고 이 문구를 사용했다. 방송 후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이 기자들에게 '(고가가) 터무니없는 소리를 한다'고 했다. TV아사히가 당황해서 나를 3월까지만 출연시키기로 결정했다. 조용히 물러나면 아베 정권이 뜻대로 됐다고 좋아할 게 눈에 보여서 나도 메시지를 전달하기로 결심했다. 출연 전날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편의점에서 300엔 내고 피켓을 출력했다."

―그 일로 담당 PD가 징계당하고, 고가씨와 친한 아사히 논설위원도 해설자를 관뒀는데.

"다들 '비판할 것은 제대로 비판하자'고 의욕적으로 일했는데 안타깝다."

―아베 정권이 산케이 사건과 관련해 한국을 비판해왔는데.

"2013년 대북 협상을 주도했던 일본 외무성 간부가 일본 언론에 '일본이 우경화되고 있다'고 말했다가 곤욕을 치렀다. 아베 총리가 직접 페이스북에 장문의 반박 글을 올린 것이다(이후 언론 보도로 논란이 되자 삭제). 박근혜 대통령은 누가 자길 비판한다고 SNS에서 일일이 맞대응하지는 않지 않는가. 아베 총리는 웃는 얼굴로 의미심장한 말을 하는 무서운 사람이다. 자신을 비판하면 소송도 불사한다. 언론사 사장들을 친정권 인사로 채우고, 같이 밥 먹자고 빈번히 불러낸다. 얼마 전 독일 언론 도쿄 특파원이 '일본에 비판적 기사를 쓰자 일본 외무성이 본사에 압력을 넣었다'고 폭로했다. 일본 언론을 통제하는 방식 그대로 외신을 다루려다 망신당한 것이다."

―아베 정권 행보에 비판적인데.

"그는 냉전 시대 같은 발상을 가지고 있다(매사에 편을 가른다는 의미). 중국과 한국을 싫어한다. 중국 주도로 창설된 AIIB에 미국의 최우방인 영국도 들어갔는데 일본은 안 들어갔다. 그는 개헌을 추진해 전후 70년 역사를 단 몇 년에 바꾸려 든다. 지금까지의 일본과 완전히 다른 나라를 만들 위험이 있다. 특별한 정의감이 있어서가 아니라 개개인이 소중하다고 믿기 때문에 '일본 시민'을 위한 목소리를 앞으로도 계속 내겠다. 난 아베가 아니니까."

☞고가 시게아키

도쿄대 법대를 졸업하고 통상산업성(현 경제산업성)에 최우등으로 들어가 요직을 거쳤다. 2011년 "구조 개혁은 안 하고 증세만 하면 그리스처럼 된다"며 상부와 대립하다 사직했다. 이후 방송 해설자로 인기를 모았다. 29만부가 팔린 책 '관료의 책임'을 포함해 베스트셀러를 여러 권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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