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03.27 09:43 | 수정 : 2015.03.27 10:02
내가 서울고등검찰청 검사로 있을 때 지방검찰청 검사가 기소유예한 사건을 처리한 일이 있다. 과거 나와 검사생활을 같이한 A라는 사람이 자기 집 옆에 있는 테니스 코트에서 회원들이 테니스를 하면서 떠들고 불고기 파티를 하는 등 소란을 피워 일어난 사건이었다. A는 가족들이 고통을 당하자, 시정 요구를 했으나 달라지지 않았다. A는 자기 동서인 B를 시켜 포크레인을 사용해 테니스장 두 면을 파헤치고 담벼락 등을 파손해 고소당했다.

지방검찰청 검사의 기소유예 결정 요지는 “피의 사실은 인정되나 피의자 A는 전과가 없는 자이고, 같은 B는 동종 전과가 없는 자로서 본건에 이르게 된 경위가 비록 법에서 정한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점은 있으나 (해당)테니스장은 1969년 쯤 피의자 A가 당시 토지 소유자인 조모씨와 합의해 공동으로 테니스장을 조성했다. 이후 약 2년 동안 사용을 한 후 방치했다. 그것을 C 테니스클럽에서 위 소유자로부터 땅을 임대받아 새로이 테니스장을 조성하고 이후 소유권을 취득한 김모씨에게서 재임대 받아 회원들이 테니스장으로 사용했다.

테니스장의 위치가 피의자 A의 집 바로 옆에 있어서 회원들이 새벽부터 수시로 테니스를 하면서 떠들고, 심지어는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그곳에서 불고기 파티를 하는 등 너무나 소란스러워 가족들이 많은 고통을 당했다. A가 테니스 클럽과 관계 기관에 수차례 시정을 요구했으나 이뤄지지 않던 중 피의자 B가 북한산국립공원 동부관리사무소에 진정했다.
일러스트=김성규 기자
일러스트=김성규 기자
관리사무소는 피의자 A에게 테니스장의 조성 행위자고 해당 테니스 코트 일부가 국립공원 구역에 속해 무단형질 변경이 됐다는 점을 지적했다. 관리사무소는 A가 현 소유자인 김모씨와 공동으로 원상 복구해 나무를 조림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공문에 따라 이번 일이 발생한 점을 참작해 엄히 훈계를 하고 이번만 유예함이 상당하다”고 결정했다.

나는 테니스 코트는 22년 전 A도 관여해 테니스 코트를 만들어 테니스를 하다가 그만둔 코트로서 테니스를 치면서 아주 조용할 수는 없지만, 이웃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견디기 어려울 정도로 소란스러운 것은 아니라고 봤다. 또한 A가 자기 동서 B의 이름으로 북한산 동부관리사무소장에게 진정서를 제출해 북한산 동부관리사무소장이 현지 조사도 없이 아무런 권한이나 연고권이 없는 A가 무단형질 변경에 대한 원상복구 통고 공문을 받았다는 점도 인정했다. 그렇기에 어찌 보면 포크레인으로 테니스 코트를 파손한 행위는 경미한 사건으로도 볼 수 있다.

하지만 나는 A라는 사람이 과거 검사를 지낼 정도로 학식과 덕망을 갖췄고, 무엇보다 사회적 지도자 위치에 있기에 자기 권리 못지않게 남의 권리도 존중해 주어야 할 책임이 있다고 생각했다. 또 자기가 겪는 불편은 남을 위해 희생하거나 참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분이 자기가 테니스 코트를 만들어 테니스를 하다가 그만두고 테니스 코트가 다른 사람으로 넘어가자 단지 시끄럽다는 이유로 자기가 가진 법률지식과 지위를 활용해 지능적인 방법으로 이런 범행을 한 점은 결코 가볍게 보이지 않았다. 나도 이 사건을 조사하면서 A나 검찰을 떠난 변호사 두세 명으로부터 선처를 부탁받았으나, 내 양식으로 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어 재기 수사를 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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