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03.16 15:11 | 수정 : 2015.03.16 16:02

한국과 미국의 웃기는 이름이야기

재미있는 미국인 이름 이야기

피(皮)씨 성을 가진 독자 한 분이 이메일을 보내왔다. 미국에 이민 올 때 한국 여권에 자기 성(family name) "피"를 Pi라고 썼더니 미국인들이 자꾸 "파이"라고 부른다면서 Pee라고 쓰면 어떻겠냐고 묻는 편지였다. 그래서 나는 Pee는 영어로 "오줌싼다"는 뜻이므로 좋지 않으니 Peah라고 쓰는 게 낫겠다고 회답했다. Peah도 발음은 여전히 "오줌싼다"와 같지만 글자는 그렇지 않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사실 미국에도 Peed란 성이 있다. pee의 과거형 "오줌쌌다"는 뜻이라 역시 웃긴다. 워싱턴 동포사회 한글신문에 가끔 광고를 내는 미국인 변호사에 Sobral이란 분이 있다. 그런데 이 변호사 이름을 한글로 "소브랄"이라고 써놓아서 이 광고를 볼 때마다 나는 웃음을 터뜨린다. 미국식 발음으로 "싸브럴" 이라고 쓰면 우습지 않을텐데 굳이 "소브랄"이라 쓴 이유는 아마도 한인들이 기억하기 좋게 하느라 일부러 그랬을지 모른다.

지난주 한 한국 방송사 보도를 보니까 2014년 한 해 동안 한국인 약 16만명이 개명신청서를 제출하고 법적으로 이름을 바꿨다고 한다. 수수료 2만원만 내면 하루 만에 개명을 할 수 있다 한다. 이름 바꾸는 게 너무 쉬워 혹시 범죄 등 나쁜 목적으로 개명하는 경우가 많아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다 한다. 미국에서는 주마다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대체로 법원의 판결을 받아야 합법적으로 개명을 할 수 있고 시간도 꽤 걸린다. 단, 미국에서는 성(last name)까지 바꿀 수 있다.

미국은 세계 각처에서 이민 온 사람들이거나 그들의 자손으로 이루어진 나라다. 그래서 그런지 별의별 last name이 다 있고 웃기는 이름도 많다. 당장 생각나는 것만 적어봐도 Butts는(엉덩이), Coffin(시신 넣는 관), Crapper(화장실 변기), Roach(바퀴벌레), Graves(무덤), Crook(협잡꾼), Swindle(사기를 치다), Savage(야만인), Hooker(창녀), Peed(오줌싸게), Wiener(남성 성기의 속칭) Loveless(애정없는), Childless(자식 없는), Lawless (무법자), Dollar(미국 돈) 등이 있다. 이런 웃기는 family name이 어떻게 생겼는지, 그리고 왜 바꾸지 않고 그대로 쓰는지 알 수가 없다. Crapper라는 성을 가진 영국사람이 수세식 변기를 발명했기 때문에 그의 성이 바로 변기란 뜻이 되어버렸다.

옛날 미국 이민국 관리들이 입국심사를 하는 과정에서 이민자들의 family name 중 발음하기와 쓰기가 어려운 것은 자기 맘대로 싹둑 자르는 일이 종종 있었다 한다. 발음과 철자가 무척 어려운 슬라브 계통과 그리스 계통의 성들이 이민국 관리들의 칼질에 많이 희생당했다는데, 슬라브 계통 중에서도 특히 폴란드인들의 이름이 제일 복잡하다고 한다. 나의 가장 친한 미국 친구의 성은 Zak인데, 이것도 원래는 알파벳 글자 16개로 이루어진 긴 폴랜드 이름이었으나 이민국 관리한테 칼질을 당한 케이스다.

미국 IBM사의 일본지사장으로 Mr. Kubie라는 사람이 부임해왔다. 그는 동유럽계 이민의 후손이었는데, 자기 선조가 이민을 올 때 성이 너무 길어 이민국에서 잘려서 Kubie가 되었다 한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쿠비"는 일본어로 "목을 자른다"는 뜻이라, 일본인 직원들이 해고당할까 봐 Kubie지사장 앞에서 항상 벌벌 떨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발음과 철자가 어려운 이름이라고 해서 이민국 관리한테 다 칼질을 당한 것은 아닌 것 같다. 카터 대통령 안보담당 특별보좌관이었던 Zbigniew Brzezinski, 현 NBC-TV 국방부 출입기자 Jim Miklaszewski, ABC-TV 아침 뉴스 앵커 George Stephanopoulos 등은 그 복잡한 성을 그대로 보전하고 있다. 물론 이민국 관리가 남의 이름에 칼질하는 것은 옛날 얘기고, 요즘은 그런 일이 있을 수가 없다. 본인 스스로 성을 간단하게 고치는 경우는 많다고 한다.

정치인들의 이름은 간단할수록 좋다. 외우기가 쉬워야 하기 때문이다. Stalin, Lenin, Hitler 등의 이름도 그들 독재자의 진짜 성이 아니었다. 스탈린의 본명은 Joseph Vissarionvich Djvugashvili, 레닌의 본명은 Vladimir Illych Ulyanov. 히틀러의 본명은 Adolph Schicklgruber였는데 그의 아버지가 성을 Hitler로 고쳤다 한다.

미국 전 부통령 Gore의 이름은 간단하긴 하지만 gore가 "피가 낭자한 것"을 가리키는 말이라 좋은 이름은 아니다. Bush도 체모, 특히 여자의 음모를 가리키는 속어 bush와 스펠링이 똑같아 썩 좋은 이름은 아니다. 흑인 여성 코미디언 우피 골드버그가 2004년 존 케리 민주당 대선 후보를 위한 모금 행사에서 자기 아랫도리를 손으로 가리키며, We should keep Bush where he belongs--not in the White House!(부쉬를 백악관이 아니라 원래 그의 자리로 돌려보냅시다)라고 농담을 했다가 혼쭐이 났다. 보수적인 국민의 비난을 받은 것은 물론이고, 그녀를 광고 모델로 썼던 회사들이 줄줄이 광고를 취소했었다.

Bush와 Gore가 2000년 대선 당시 그렇게 치열한 싸움을 한 것도 두 사람 이름 때문이라는 농담도 있다. 즉, 두 사람 이름의 첫 글자를 서로 바꾸면 Bore와 Gush가 되는데, bore는 예리한 것으로 구멍을 파거나 뚫는 것을 뜻하는 동사이고, gush는 물이나 피가 콸콸 솟아나오는 것을 가리키는 동사다. 또 Gore의 Go, Bush의 sh를 떼어 합성하면 Gosh가 되는데, 이것은 God의 별칭이다. 그래서 두 사람의 이전투구를 보고 사람들이 Oh, my Gosh!(하나님 맙소사!)라고 개탄했는지 모른다.
2000년 당시 치열한 美 대선을 치른 조지 W 부시 美 전 대통령(좌)과 엘 고어 美 전 부통령./조선 DB
2000년 당시 치열한 美 대선을 치른 조지 W 부시 美 전 대통령(좌)과 엘 고어 美 전 부통령./조선 DB
한국 성을 영문으로 표기할 때 주의할 점

맨 앞에서 "피"씨 영문철자 얘기를 했지만, 우리 한국인들의 성명을 영문자로 표기할 때는 spelling(철자)에 특히 조심해야 한다. 예컨대 "곽"씨 성을 가진 의사는 절대로 Kwak이라고 표기하면 안 된다. 왜냐하면 그것은 미국인들이 "쿠액"이라고 읽으며 quack(쿠액/돌팔이 의사)과 발음이 같기 때문이다. 돌팔이 의사한테 환자가 가겠는가? 차라리 Guahk이라고 표기하는 게 "곽"에 가깝다.

"부"씨를 Boo(야유하는 소리)라고 해도 좋지 않고, Poo(똥)라 써도 좋지 않으므로 Booh로 표기하는 게 차라리 낫다. "국"씨도 Kook(괴짜)이나 Gook(동양인을 깔보아 부르는 말)이라 쓰지 말고 Gouk으로 표기하는 게 좋겠다.

"육"씨는 Yuk(구역질하는 소리)보다 Yook이라고 쓰는 것이 낫다. "방"씨를 Bang이라고 쓰면 총 쏘는 소리 "뱅"과 같아지므로 Bahng이라고 쓰면 좋다. "봉"씨 역시 Bong이라고 쓰면 때리는 소리와 같아지므로 Bohng이라고 쓰는 게 훨씬 낫다.

"최"씨는 대개 Choi라고 쓰지만 이것을 미국인들은 "초이"라 읽는다. 조상이 물려준 성을 갈 수야 없는 일. 그러므로 Chae(채)라고 표기하는 게 차라리 낫지 않을까 싶다. 물론 "채"씨가 따로 있긴 하지만 "초이" 보다는 "채"가 "최"에 더 가까우니까 말이다.

"조"씨는 대개 Cho라고 표기하지만 미국인들이 이것을 "초"라고 발음하기 때문에 우리 조상님들이 노하실까 봐 나는 내 성을 Joh라고 표기한다. 1950년대 유명한 정치인 조병옥은 자기 성을 Chough라고 썼다. 그런데 Chough를 처음 보면 어떻게 발음해야 할지 좀 망설여진다. "초우" "차우" "찹흐" 등등 여러 가지 발음이 가능한 스펠링이다. 미국에 사는 동포들은 시민권을 받을 때 이름을 바꿀 기회를 주기 때문에 성명 표기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때 고치면 된다.

요즘 인기 있는 신생아 이름들

한국에는 동성이 아주 많지만 미국에는 이름(first name) 같은 사람이 엄청나게 많다. 서울 명동 거리에서 "金 사장님!" 하고 부르면 수십명이 돌아본다고 한다. 그런데 미국 뉴우욕 거리에서 John!하고 부르면 역시 수백명이 돌아다본다. 미국엔 John이란 이름을 가진 사람이 매우 많기 때문이다. 미국인의 이름 중 가장 많은 것은 John(애칭 Jack), James(애칭 Jim 또는 Jimmy), George, William(애칭 Bill), Joseph(애칭 Joe), Richard(애칭 Dick 또는 Rich), Michael(애칭 Mike), Robert(애칭 Rob 또는 Bob), Charles(애칭 Charlie 또는 Chuck), Edward(애칭 Eddie 또는 Ted, 또는 Teddy), David(애칭 Dave) 등이다. 정확히는 모르겠으나 아마도 백인 남자의 절반은 이 11가지 이름 중 하나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이름들이 너무 흔하니까 요즘은 좀 덜 흔한 이름을 아기에게 지어주는 경향이 있다. 2014년 새로 태어난 남자 아기 이름으로 가장 많이 쓰인 다섯 가지 이름은 Jackson, Aide, Liam, Lucas, Noah였다. Mary, Jane, Elizabeth 같은 전통적으로 인기있었던 여자 이름도 이제 한물간 느낌이다. 2014년에 미국서 태어난 여자 아이 이름 중 1위는 소피아(Sophia)였다고 한다. 그 다음은 Emma, Olivia, Isabella, Mia였다. 미국에서 가장 많은 last name(성)은 Smith와 Brown이라지만, 이런 성씨 보기가 그리 쉽지 않다. 우리 동네는 23채의 단독주택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집집마다 성이 다 다르고 Brown이나 Smith 성은 없다.

Obama를 포함한 미국 역대 대통령 43명 중에도 Brown과 Smith는 단 한명도 없다. 또 43명 중 last name이 같은 대통령들이 다섯 쌍 있지만, 그 중 네 쌍은 서로 부자지간이거나 친척관계이고, 나머지 한 쌍만 서로 인척이 아닌 Johnson씨들이다. 그러나 first name이 같은 대통령은 많다. James(애칭 Jimmy)가 5명, John이 4명, William(애칭 Bill)이 4명, George가 3명이다. 전체 대통령의 약 40%가 이 네 이름을 가지고 있다.

워싱턴에서
조화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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