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힐러리 '이메일 게이트'로 사면초가(四面楚歌)… 대선길 흔들

입력 : 2015.03.10 03:06

[장관때 정부메일 안쓰고 개인 이메일만 사용… 法 위반]

오바마·민주당 중진 의원도 "실망했다" 잇따라 등 돌려
힐러리 측 명확한 해명 없어^ "클린턴 가문의 비밀주의 탓"
공화당 "증인출석 요구할 것", 하원특위는 이메일 제출令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이메일 게이트'에 휩싸여 사면초가(四面楚歌)에 빠졌다. 장관으로 일하던 4년(2009~2013년) 내내 국무부의 공식 이메일(@state.gov) 대신 서버까지 별도로 두고 개인 계정(HDR22@clintonemail.com)만으로 공무를 본 것이 문제가 됐다. '미국판 사초(史草) 실종 사건'으로 공화당은 물론이고, 버락 오바마 대통령, 민주당의 중진 의원까지 힐러리에게서 등을 돌렸다.

우선 오바마 대통령부터 실망했다는 표정이다.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클린턴 전 장관에게 개인 이메일 시스템이 있다는 것을 언론 보도를 보고서야 알았다"며 "우리 정부의 정책은 투명성을 장려하는 것이다. 내 이메일이나 늘 가지고 다니는 블랙베리 휴대전화 등 모든 기록은 자동으로 보관된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백악관 직원 전원의 연봉을 공개하는 등 정보 공개에 적극적이다.

민주당에서는 지난 대통령 후보 당내 경선 때 힐러리를 지원했던 다이앤 파인스타인 연방상원 의원(전 정보위원장)이 힐러리를 향해 해명을 촉구했다. 그는 "유력한 대권 주자인 힐러리가 당당히 나서 상황 설명을 해야 한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는 것이 오히려 독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힐러리 측은 왜 개인 메일을 썼는지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 일부 언론은 클린턴가(家)의 비밀주의·엘리트주의·편의주의의 산물로 보고 있다.

장관 재임 시 개인 이메일 계정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된 힐러리 클린턴(왼쪽) 전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 7일 플로리다주 마이애미대학에서 열린 콘퍼런스에 참석해 딸 첼시(오른쪽)와 함께 관중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장관 재임 시 개인 이메일 계정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된 힐러리 클린턴(왼쪽) 전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 7일 플로리다주 마이애미대학에서 열린 콘퍼런스에 참석해 딸 첼시(오른쪽)와 함께 관중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AP 뉴시스

민주당에서 적극적으로 힐러리를 옹호하지 못하는 이유는 개인 이메일 사용이 연방법 위반이기 때문이다. 제임스 베런 전 미 국립문서보관서(NARA) 소송 담당 국장은 "모든 공직자의 이메일과 편지는 정부 기록물로, 정부 서버나 보관소에 있어야 한다. 보안 문제도 있어 개인 이메일 사용은 제한돼 있다"며 "클린턴 전 장관처럼 연방 업무에 개인 계정을 전적으로 사용한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고 말했다. 뒤늦게 이메일이 누락된 것을 안 국무부가 힐러리 측에 제출을 요구하자, 올해 초 수십만 쪽에 달하는 이메일 중 5만5000쪽 분량만 제출했다. 선별 기준에 대해서는 또 다른 논란이 일고 있다.

전·현직 국무장관들도 힐러리 편은 아니다. 콜린 파월 전 국무장관은 8일 언론 인터뷰에서 "국무장관 재임 때 주고받은 이메일 가운데 내가 갖고 있는 것은 단 한 건도 없다"며 "모두 정부에 넘겼다"고 말했다. 존 케리 현 국무장관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국무부 공식 계정만 쓴다.

공화당은 공세의 고삐를 죄고 있다. 특히 2012년 9월 리비아 무장 집단이 벵가지 미국 영사관을 공격해 크리스토퍼 스티븐스 당시 주(駐)리비아 대사 등 미국인 4명을 살해한 사건을 조사하는 연방하원 특위가 주축이다.

공화당 소속인 트레이 가우디 위원장은 힐러리가 2011년 수송기를 타고 리비아로 출장 가며 블랙베리를 보는 모습을 자신의 트위터 프로필 사진으로 올린 것을 예로 들며, "이때부터 사건 발생 때까지 힐러리의 이메일이 하나도 없다"며 이메일 제출 명령서를 힐러리 측에 발부했다. 증인 출석도 요구할 생각이다. 힐러리는 1년 이상 쓰던 트위터 프로필 사진이 논란이 되자, 여성의 날인 8일을 계기로 양성 평등 촉구 메시지를 프로필 사진으로 대체했다.

'이메일 게이트'의 폭발력은 2016년 대선 구도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관측이다. 힐러리 지지를 선언했던 민주당 내 진보파인 엘리자베스 워렌 연방상원 의원이 힐러리 낙마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출마 선언을 할 가능성이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공화당 내 유력 주자인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는 최근 자신이 8년 동안 주지사로 일하면서 주고받은 이메일 전체를 공개한 적이 있는데, 이를 전자책으로 출판하는 문제를 아마존과 논의 중이라고 워싱턴포스트는 보도했다. 힐러리와의 차별화 전략이다.

워싱턴포스트는 9일자 신문에서 "외교 수장을 했다는 힐러리의 장점이 이메일 논란 등으로 오히려 대선 가도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고 1면에서 의미 있게 보도했다.

☞ 미국의 연방기록법

연방 관리의 모든 공식 기록을 보존하도록 하고 있다. 기밀이나 민감한 내용을 뺀 연방 관리의 기록들을 의회의 각종 위원회, 역사가, 언론인이 볼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공문서나 편지는 물론이고, 이메일도 클린턴 정부가 출범한 지 2년 뒤인 1995년부터 의무 보관 대상이 됐다. 특히 2009년 국가기록규정을 보면, 개인 이메일 계정으로 주고받은 모든 기록도 연방기록시스템에 무조건 저장하도록 돼 있다.

  • Copyright ⓒ 조선일보 & 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