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02.17 10:10
사건의 발생

부산 해운대구 야산 입구의 공터에서 차량 한 대가 발견되어 신고 되었다. 차량 안에는 많은 피가 발견되었지만 탔던 사람은 아무도 발견되지 않았다. 차량의 주인은 인근에 살고 있었던 여성 김모씨로 밝혀졌다. 혈흔의 양으로 보아 차량의 주인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이 확실해 보였다.

사건의 해결을 위해서는 차량의 주인을 찾는 것이 급선무였다. 그녀의 행방을 찾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결국 찾지 못했다. 가족의 진술에 따르면 그녀는 전날 집을 나간 뒤 돌아오지 않고 있다고 했다.

수사가 진행되면서 그녀와 맨 마지막까지 같이 있었던 것으로 밝혀진 이모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검거하여 정밀한 조사를 진행하였다. 이씨는 마지막까지 그녀와 그곳에 같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녀의 행방은 자신도 모른다고 했다. 당시 말다툼 끝에 그녀를 폭행하였고, 코피를 흘리며 쓰러지자 그녀를 차량 안에 앉혀 놓고 자신은 집으로 갔다고 했다. 차량 안의 혈흔은 당시 코피를 많이 흘려서 생긴 것이라고 했다.

사건 현장에 있던 차량이 감정을 위해 연구원에 의뢰되었고 차량 주위 사건 현장에 있었던 휴지, 피해자의 것으로 보이는 가방 등 여러 점의 증거물들이 채취되어 연구원에 의뢰되었다. 그리고 차량 안 혈흔의 양으로 보아 피해자가 사망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시신을 찾기 위해 차량이 발견된 주변에 대한 대대적인 수색을 벌였다.

특히 용의자가 스킨스쿠버를 오랫동안 해 와서 인근의 바다 밑 지형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물살이 빠른 곳에 피해자를 유기했을 가능성이 컸다. 따라서 스킨스쿠버를 동원해 인근의 바다 밑도 샅샅이 수색했다. 하지만 열흘 이상의 수색에도 결국은 시신을 발견하지 못했다.
국과수 DNA판독실에서 유전자를 분석하는 모습.
국과수 DNA판독실에서 유전자를 분석하는 모습.
차량 내 혈흔

부산지역을 관할하고 있었던 국과수 부산연구소에서는 현장에서 채취되어 의뢰된 증거물들에 대한 분석을 실시하였다. 차량 내부의 혈흔은 혹시 다른 사람, 특히 용의자도 피를 흘렸을 수 있기 때문에 비산된 혈흔을 중심으로 분석을 실시하였다. 분석 결과 모두 한 명의 여성 유전자형만 검출되었다.

하지만 다음날 차량의 혈흔에 대한 유전자분석도 중요하지만, 차량 내부에 있는 혈흔의 양을 측정해 줄 것을 요구해왔다. 차량 내의 혈흔은 오른쪽 뒷좌석에 가장 많았고 조수석 밑에도 일부 분포되어 있었다. 특히 뒷좌석의 혈흔은 발판 밑에까지 흘러내린 상태였다. 따라서 정확한 혈흔의 양을 측정하는 것은 불가능하였다. 할 수 없이 시트를 모두 뜯어낸 후 가능한 객관적인 방법으로 혈흔의 양을 산출하려고 노력하였다.

혈흔의 양을 측정한 결과 뒷좌석에서만 약 최소 2리터가 넘는 것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피해자가 충분히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양이었다. 혈흔의 양을 측정하면서도 왜 양을 측정해야하는지 정확한 이유를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이러한 사실은 나중에 피해자가 사망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중요한 증거가 되었다.

피해자가 사망했음을 확인할 수 있는 많은 양의 혈흔이었지만 이 혈흔이 피해자의 것이라는 것을 과학적으로 확인해야 했다. 따라서 혈흔과 피해자 어머니의 시료를 분석하여 친자 관계가 성립되는지 실험하기로 했다. 결과는 모녀 관계가 성립되었다. 확실하게 피해자의 신원을 확인하였고 피해자는 사망한 것이 확실하였다.

그 후에도 주변에 대한 수색이 계속되었지만 결국은 시신을 찾지 못 하고 간접적인 증거에 의해 그를 살인죄로 법정에 세울 수밖에 없었으며 길고 긴 재판이 시작되었다.

법정에서의 공방

사건이 일어나고 감정 결과도 통보되었다. 이 사건도 우리의 기억에서 지워져 가고 있었다. 그 사이 재판은 계속 진행되었다. 그러던 중 부산고등법원에서 증인소환이 왔다. 법의학자 그리고 나에게 법정에 출석하여 이 사건과 관련된 증언을 해달라는 것이었다. 법정 증언은 매우 긴 시간 동안 진행되었다. 200개가 넘는 질문이 점심시간이 한참 지난 후까지 계속되었다. 사건의 중요성도 있었지만 최초로 시신이 없는 살인사건을 판결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범인은 피해자를 죽인 후 완벽하게 유기한 듯 했다. 그는 끝까지 자신의 범행을 부인했지만 대법원까지 가는 재판 끝에 결국 살인죄로 유죄가 인정되어 무기징역을 받고 현재 청송교도소에서 복역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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