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01.21 14:14
장보고III 잠수함 상상도
장보고III 잠수함 상상도
경남 거제 옥포조선소에서 지난해 11월 27일 황기철 해군참모총장과 고재호 대우조선해양 사장 등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선박 건조 시작을 알리는 강재 절단식이 열렸다. 함정이 완성된 진수식이 아니라 처음 시작하는 강재 절단식 행사에 군 수뇌부가 참석한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이 선박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이날 건조가 시작된 함정은 한국의 선박 설계 및 건조 최신기술을 총동원해 만들어질 3000t급 중형 잠수함인 장보고Ⅲ급 잠수함이었다. 장보고Ⅲ는 전략적 의미가 큰 신형 함정이어서 ‘21세기 거북선’으로도 불린다. 장보고Ⅲ가 건조되면 한국은 잠수함 자체 설계와 건조를 할 수 있는 세계 12번째 국가로 발돋움하게 된다.

오는 2020년부터 2030년쯤까지 총 9척이 3단계에 걸쳐 해군에 도입될 예정으로, 1단계 3척은 ‘배치(batch)1’, 2단계 3척은 ‘배치2’, 3단계 3척은 ‘배치3’로 분류된다. 배치1은 2020년부터, 배치2는 2025년부터, 배치3는 2027년부터 실전배치된다. 장보고Ⅲ 배치1은 길이 83.5m, 폭 9.6m, 승조원 50명으로 최대 항속거리는 1만8500㎞에 달한다. 배수량은 물 위에선 3358t, 물속에선 3705t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장보고III 강재 절단식
장보고III 강재 절단식
장보고Ⅲ의 가장 큰 특징은 한국 잠수함 중 처음으로 미사일을 수직으로 신속하게 발사할 수 있는 수직발사관(VLS) 6기를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이 수직발사관은 최대 사거리 1500㎞인 ‘천룡’ 함대지(潛對地) 순항(크루즈)미사일을 쏠 수 있다. ‘천룡’은 잠수함에서 발사돼 북한이나 중국·일본의 전략목표물을 3m 이내의 정확도로 족집게 타격할 수 있어 한국엔 ‘고슴도치의 가시’와 같은 전략무기다. 잠수함은 탐지가 매우 어렵기 때문에 함정이나 공중에서 미사일을 쏘는 것보다 훨씬 은밀하게 기습적으로 적 목표물을 향해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다는 게 큰 강점이다. 장보고Ⅲ는 533㎜ 어뢰발사관을 통해서도 천룡 미사일나 하푼 잠대함 미사일을 쏠 수 있다.

또 보통 디젤전지 추진 재래식 잠수함이 매일 배터리 충전을 위해 물 위로 떠올라야 하는 것과 달리 ‘AIP’라 불리는 공기불요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바닷속에서 3주 이상 계속 작전을 할 수 있다.

3000t급 중형 잠수함은 19년 전인 1996년 독도 사태를 계기로 김영삼 당시 대통령이 대양해군 건설계획 수립을 지시함에 따라 극비리에 수립된 계획에 처음으로 포함됐다. 당시 안병태 해군 참모총장의 주도로 만들어진 대양해군 건설계획에는 3000t급 잠수함을 비롯, 경항공모함, 이지스함, 대형상륙함(독도함)이 포함돼 해군이 단시일 내에 크게 성장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군 당국은 당초 1990년대 도입된 독일제 209급(1200t급) 건조경험을 토대로 곧바로 3000t급 잠수함을 독자 건조하려 했었다.

하지만 설계 경험 부족 등으로 실패할 확률이 높다는 지적에 따라 논란 끝에 경험 축적 등을 위해 209급보다 큰 214급(1800t급) 9척을 먼저 건조한 뒤 3000t급 잠수함을 건조키로 한 것이다. 국방부는 2007년 당시 김장수 장관 주재로 방위사업추진위원회를 열고 장보고Ⅲ 사업추진 기본전략안을 확정했다. 장보고Ⅲ는 6년에 걸쳐 설계 작업이 이뤄졌고 최근 전문가 평가팀에 의해 건조가 가능한 수준임이 검증된 것으로 알려졌다.

잠수함은 탐지하기 어렵다는 특성 때문에 비용 대비 면에서 가장 효과적인 전략무기 수단으로 꼽히고 있고, 장보고Ⅲ에 거는 군의 기대도 그만큼 크다. 장보고Ⅲ가 배치1~3으로 3단계에 걸쳐 건조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기본적인 형태에는 큰 변화가 없지만 단계별로 향상된 기술 수준과 무기를 반영, 계속 업그레이드해 건조한다는 것이다.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수직발사관의 경우 배치1은 6기이지만 배치2·3는 10기로 늘어나게 된다. 탑재무기는 지금까지는 천룡 함대지 순항미사일이지만 현재 국방과학연구소에서 개발 중인 초음속 대함 순항미사일이 완성되면 함께 탑재될 수 있다.
장보고III 잠수함 모형
장보고III 잠수함 모형
무엇보다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배치2 또는 배치3에서의 원자력 추진 기관 탑재 여부다. 배치1은 디젤전지 재래식 추진 방식으로 설계, 건조되고 있다. 군은 원자력 추진 기관 탑재 계획이 없다고 부인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과 군사 매니아들을 중심으로 장보고Ⅲ 후기형에 원자력 추진 기관을 탑재, 원자력 추진 공격용 잠수함으로 업그레이드해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중국과 일본의 해군력 증강 추세를 감안할 때 원자력 추진 공격용 잠수함이야말로 통일 한국의 가장 강력한 전략무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보통 3000t급 이상이면 원자로를 탑재할 수 있기 때문에 장보고Ⅲ 배치1을 원자력 잠수함으로 탈바꿈시키는 데 기술적으로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는 평가다. 실제로 한국원자력연구원이 담수화 및 중소형 도시 발전용으로 개발 중인 소형 원자로 스마트(SMART)-P가 장보고Ⅲ에 탑재 가능한 원자로로 꼽힌다. 하지만 실제로 장보고Ⅲ를 원자력 잠수함으로 바꾸려면 선체 크기를 키우고 설계 변경을 해야 하는 부분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민석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 연구위원은 “재래식 잠수함을 원자력 잠수함으로 바꾸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며 “지금부터 꼼꼼하게 검증하고 보완할 부분을 챙겨야 한다”고 말했다.

해군은 현재 209급 9척, 214급 3척 등 12척을 보유하고 있다. 214급은 최근 실전배치된 김좌진함을 포함해 앞으로 6척을 추가 건조해 총 9척이 된다. 해군은 구형인 209급 9척을 단계적으로 퇴역시키고 장보고Ⅲ 9척을 단계적으로 실전배치해 총 18척 체제를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209급 개량으로 사용기간이 늘어나게 되면 우리 해군 잠수함도 당분간 20여척이 유지되는 체제가 될 전망이다.

이런 잠수함 규모는 중국·일본에 비하면 상당히 뒤지는 수준이다. 해군력 증강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중국은 총 65척의 잠수함을 보유하고 있다. 아시아 최강의 잠수함 전력이다. 이 중 원자력 잠수함은 9척에 달한다. 일본은 원자력 잠수함은 없고 재래식 잠수함의 숫자도 적지만 세계 정상급의 우수한 잠수함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 18척의 잠수함을 갖고 있는데 22척으로 늘릴 계획이다. 일본은 중국 ‘칭급’의 등장 이전에 세계 최대의 재래식 잠수함이었던 4200t급 ‘소류급’ 디젤 잠수함을 속속 건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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