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4.12.24 05:15
계속 감행되는 공개 처형

지금 세계가 국제형사재판소에 북한의 참혹한 인권유린에 책임 있는 자들을 기소하려고 하는 마당에 북한은 며칠 전 또다시 주민을 공개 처형했다. 희생자는 지난 7일 강원도 원산시 갈마시장에서 주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총살됐다.

김정은은 집권 3년이 되어 오지만 그동안 주민들의 생활향상에는 관심이 없고 오직 자기의 정치적 위상을 세우는 데만 골몰해왔다. 강원도에 많은 돈을 들여 스키장을 건설하고 도처에 아버지 김정일의 동상을 세우는데 정신을 쏟고 있다. 심지어 유치원에서 대학에 이르기까지 전국의 어린이들과 학생들에게 동상 세우는데 필요한 동(銅·구리)을 바치게 한다. 학교 뿐 아니라 기업소와 각 인민반에도 ‘동을 바치는 것으로 충성심을 시험한다’며 압박하고 있다. 주민 원성이 높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이에 동상에 한을 품은 강원도 원산시의 한 주민이 지난 10월 어느 날 밤 시내 개선동에 세워져 있는 김일성 동상을 폭파하려고 마음먹었다. 하지만 폭약을 구하기 어렵자 대신 뼁끼(페인트)를 한 통 들고 갔다. 이어 동상에 페인트를 끼얹으려는 순간 잠복근무를 서고 있던 동상 경비 보안원에게 잡히고 말았다.

그는 사전에 동상이 있는 곳을 야간 답사를 했는데 동상 보초를 발견하지 못했다. 보초들이 야간에 잠복 근무를 한다는 것을 그는 까맣게 몰랐다. 이에 결행일 밤 페인트를 가지고 동상에 접근했다가 꼼짝 없이 체포됐다.
2013년 12월 22일 강원도 원산시에서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새 동상 제막식이 열렸다고 노동신문이 23일 보도했다./노동신문
2013년 12월 22일 강원도 원산시에서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새 동상 제막식이 열렸다고 노동신문이 23일 보도했다./노동신문
문제의 김일성 동상은 김일성이 8·15광복 후 러시아에서 북한으로 들어올 때를 기념하기 위해 건립된 것이다. 김일성은 당시 기차로 들어오다가 일본 패잔병들이 기차 굴(터널)을 폭파하는 바람에 러시아로 되돌아갔다가 군함을 타고 원산항으로 들어왔다. 북한 당국은 이를 기념한다고 하면서 항구가 있는 지역을 개선동으로 명명하고 거기에 김일성의 동상을 크게 세웠다.

‘페인트 거사’에 실패하고 체포된 주민은 보안부에 구속되어 예심을 받으면서 자신이 처형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예감했다. 그는 악에 받쳐 반박을 하였다. “김정은과 당이 말로만 인민을 위한 정치를 한다면서 김정일 우상화를 위하여 많은 돈을 들여 동상을 세웠다. 그 돈이면 북한 사람들이 이팝(쌀밥)에 고깃국을 먹을 수 있지 않느냐!”

이 사건은 특대(特大)사건으로 인민보안부에 보고됐고, 인민보안부 예심국이 직접 내려와 예심을 진행하고 김정은에게 보고했다. 체포된 주민에 대해서는 ‘조선의 태양이신 김일성의 동상을 훼손하려고 한 반당·반혁명 분자’로 낙인 찍어 원산 시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공개 총살했다. 그의 일가 식솔들과 사촌까지의 친척들은 모두 인민보안부 교화국에서 관리하는 18호 관리소로 보내졌다.

처형은 강원도와 원산시 인민보안국 보안원들이 수백 명이 동원되고 수천명의 강원도와 원산시 주민들이 모인 가운데 집행됐다. 죄목은 ‘당의 품속에서 자라나 키워준 은혜를 망각하고 조선의 최고 존엄인 김일성의 동상을 남조선 정보기관의 사주를 받고 훼손하려 하였다’는 것이다. 터무니 없이 대한민국 정보기관을 걸고 들어간 것이다.

지금 가혹한 인권유린 행위로 세계가 김정은을 국제형사재판소에 기소하자고 하는데도 북한은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죄 없는 주민을 무자비하게 처형하는 김정은의 치떨리는 만행은 조만간 준엄한 심판을 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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