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4.12.22 13:57
지난 10월 10일 오후 2시쯤 우리 민간단체가 경기도 연천 합수리에서 대북전단 풍선을 날렸다. 이로부터 2시간 정도 뒤인 오후 3시55분쯤 북한 지역 내에서 10여발의 총성이 들렸다. 군 당국은 약 1시간 뒤인 오후 4시50분쯤 민간인 통제선 일대 아군 부대 주둔지와 삼곶리 중면 일대에 북한군 것으로 추정되는 14.5㎜ 고사(대공) 총탄 수발이 떨어져 있는 것을 확인, DMZ(비무장지대) 내 북한군 GP(최전방 소초) 일대에 12.7㎜ K-6 중기관총 40여발을 대응 사격했다.

우리 군의 대응사격은 당초 북한군 대공 기관총이 사격한 원점을 파악하지 못해 인근 GP에 사격한 것으로 알려졌었다. 하지만 소식통들에 따르면 당시 우리 군은 북한의 사격 원점을 파악했었다고 한다. 아서(ARTHUR)-K라 불리는 스웨덴 사브사제 대포병 레이더 덕택이었다. 대포병 레이더는 날아오는 적 포탄, 로켓탄 등의 탄도를 역추적해, 적 박격포나 야포, 로켓의 발사 위치를 신속 정확하게 탐지한 뒤 알려주는 장비다.
아서-K 대포병 레이더
아서-K 대포병 레이더
아서-K는 지난 2009년부터 8대가 도입된 최신형으로, 5t 트럭에 모든 시스템이 탑재될 만큼 소형화·경량화돼 있다. 최대 탐지거리가 60㎞로 장거리 로켓탄에서부터 박격포탄에 이르기까지 크고 작은 다양한 포탄을 탐지할 수 있다. 야포 포탄은 31㎞, 박격포탄은 55㎞, 로켓탄은 60㎞ 떨어진 곳에서 탐지할 수 있다. 정확도는 120㎜ 박격포탄이 45m, 155㎜ 곡사포탄이 90m, 227㎜ 로켓탄이 130m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적이 전파방해를 할 때도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대전자전 능력도 갖고 있다. 2003년 이라크전 당시 영국군이 사용했으며 하루 평균 23시간 동안 지속적으로 운용되는 기록을 세웠다. 한 소식통은 “원래 포탄이나 로켓탄 등 구경이 큰 포탄을 탐지하도록 설계돼 있는 아서-K가 구경이 작은 북한군 대공총탄의 궤적까지 추적해 사격 원점을 파악한 것은 기대 이상의 성과”라고 말했다.

우리 군이 이런 대포병 레이더를 도입해 활용하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다. 영국제 대포병 레이더를 운용하기 시작했으며, 미국제인 AN/TPQ-36 레이더도 소량을 들여와 운용했다. AN/TPQ-36은 탐지거리가 24㎞로 짧아 대박격포 레이더로도 불린다. 한국군이 대포병 레이더를 본격적으로 도입한 것은 1994년 이후다.

그해 3월 북한의 서울 불바다 위협 발언 이후 북한의 장사정포 위협이 부각되면서, AN/TPQ-36 레이더 10여대와 AN/TPQ-37 레이더 5대를 미국으로부터 서둘러 도입한 것이다. AN/TPQ-37 레이더는 AN/TPQ-36보다 강력한 본격적인 대포병 레이더로 탐지거리가 50㎞에 달한다.
AN/TPQ-36 대박격포 레이더
AN/TPQ-36 대박격포 레이더
미국이 1980년대 개발한 AN/TPQ-36/37은 대포병 레이더의 전기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받는 무기다. 직사각형 형태의 신형 위상배열 레이더를 활용해 종전 대포병 레이더와는 달리 동시에 다수의 포탄 비행 궤적을 추적할 수 있고, 고성능 컴퓨터로 정확하게 적 포대 위치를 찾아낼 수 있다. AN/TPQ-36은 박격포를 비롯한 사거리가 짧은 화포의 추적에 주로 활용되고, AN/TPQ-37은 사거리가 긴 장사정포와 방사포 추적에 사용된다. 이들 레이더는 저공 침투하는 북한의 AN-2 수송기나 휴즈사제 MD500 헬기 탐지에도 유용하다고 한다. 대당 가격은 TPQ-36이 37억원, TPQ-37은 147억원이다. 탐지 오차는 100m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1994년 이후 도입된 AN/TPQ-36/37 레이더는 예산부족으로 전자전에 대응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지 않는 등 주한미군이 보유한 AN/TPQ-36/37 레이더보다 성능이 상당히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됐다. 2010년 11월 북한의 연평도 포격도발 때 연평도에 AN/TPQ-37이 배치돼 있었지만 고장이 나 북한의 포격 원점을 처음에는 파악하지 못했다. 일각에선 북한군의 포격 초기 AN/TPQ-37 레이더는 가동되지 않고 있던 상태였다는 얘기도 나온다. 5~6시간 이상 가동되면 과열 상태가 돼 24시간 가동할 수 없는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 군이 배치한 대포병 레이더는 구형인 AN/TPQ-36/37과 신형인 아서-K 등 모두 20여대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 정도 수량으로 수도권 및 서북 도서를 위협하는 북 장사정포 및 방사포 위협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느냐다. 군 당국은 북한의 연평도 포격도발 이후 북 장사정포를 무력화하기 위해 K-9 자주포는 물론 한국형 중거리 GPS 유도폭탄 등 각종 정밀타격무기를 증강하고 있지만 ‘눈’에 해당하는 대포병 레이더가 북한의 도발 원점을 파악하지 못하면 어디를 때려야 할지 모르는 경우가 생길 수밖에 없게 된다.

현재 서부전선 DMZ 인근에서 수도권을 위협하는 북 장사정포는 170㎜ 자주포와 240㎜ 방사포 등 총 340여문으로 최대 사정거리는 54~65㎞에 달한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의 상당 지역이 북 장사정포의 사정거리 안에 있으며, 북 장사정포들은 시간당 최대 1만발 이상의 포탄을 퍼부을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은 장사정포들을 평상시엔 갱도(동굴) 진지에 숨겨놨다가 유사시에 밖으로 꺼내 사격한 뒤 4~6분 내에 다시 갱도진지 안으로 집어넣어 우리 대응 포격을 피한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한국형 차기 대포병 레이더
한국형 차기 대포병 레이더
때문에 북한 장사정포들이 1차 사격한 직후 이들의 발사 위치를 즉각 파악해 포들이 갱도진지 안에 다시 들어가기 전에 파괴하거나, 포가 갱도진지 안에 들어간 뒤라면 진지 입구를 파괴해 2차 사격을 위해 다시 나오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군 당국은 탐지 및 타격능력의 한계 때문에 당초 개전 3일 이내에 북 장사정포의 70%를 파괴한다는 계획을 세워 뒀었다. 하지만 연평도 포격도발 이후 우리 피해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개전 하루 내 장사정포 100% 파괴’를 목표로 전력증강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목표가 제대로 달성되려면 우선 대포병 레이더 전력이 충분히 확보되고 정상적으로 가동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군 소식통은 “지난 2007~2011년 AN/TPQ-36은 98회, AN/TPQ-37은 60회 고장이 나 수리를 받았을 정도로 고장이 잦았다”며 “기존 대포병 레이더 시스템을 보완하는 한편 현재 개발 중인 국산 차기 대포병 레이더도 서둘러 개발을 완료해 배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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