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實勢지위 이용" 비판 일어… 文 "측근이 대한항공에 부탁한 것"
"문희상, 처남에 진 빚을 취업시켜 갚으려 한 의혹"
文 "처남의 납품 불발된 후 대한항공이 취직자리 제안… 8억 받은 사실 뒤늦게 알아"
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사진〉 비상대책위원장이 측근을 통해 2004년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 측에 처남 A씨의 취업을 청탁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 정치적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은 A씨와 문 위원장 부부 간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 과정에서 드러났다. 문 위원장 부인은 동생 A씨와 공동 명의로 돼 있는 건물을 담보로 대출받았다가 갚지 못해 건물을 잃었다. A씨에게 빚을 진 문 위원장 측은 2004년 대한항공을 통해 처남을 미국의 회사에 취업시켜 줬다. 판결문에는 '문 위원장이 2004년쯤 고등학교 선후배 사이인 대한항공 회장을 통해 A씨의 취업을 부탁했고, 대한항공 회장은 미국의 한 회사 대표에게 다시 취업을 부탁했다'고 돼 있다. 문 위원장 측은 "직접 부탁한 건 아니다"면서도 "당시 오래된 측근이 대한항공에서 근무하는 아는 사람에게 부탁한 것"이라고 관련 사실을 인정했다. A씨는 "문 위원장 부부가 2012년까지 취업을 시켜준 회사 월급으로 빚(이자)을 갚았다"고 주장했다. 문 위원장 측이 빚 갚는 대신 취업을 시켜줬다는 얘기다.
문제는 문 위원장이 경복고 4년 후배인 조양호 회장 측에 취업을 부탁할 때 자신의 권한을 이용했느냐는 것이다. 문 위원장 측은 "2004년 3월쯤 A씨가 대한항공에 납품하게 해달라고 부탁해 '쉬운 일이 아니다'고 했는데, A씨가 (문 위원장의) 측근과 함께 대한항공을 방문했다"며 "대한항공 측은 납품이 어렵다고 거절한 뒤 '취직 자리를 알아봐 드리겠다'고 제안했다. 당시에는 A씨가 '관심 없다'고 하더니 한참 후에야 취업이 됐다는 얘길 들었다"고 밝혔다.
문 위원장은 "2004년 2월 청와대 비서실장을 그만둔 뒤 총선을 준비하고 있었고 야인(野人) 시절이었다"고 했다. 하지만 당시는 문 위원장이 '노무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여권 내 상당한 영향력을 가졌던 시기다. 문 위원장은 그해 4월 총선에서 당선됐고, 이후 3선 의원으로 국회 정보위원장 등을 지냈다. 이 때문에 당시 노무현 정부 실세였던 문 위원장이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기업에 부당한 인사 청탁을 간접적으로 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법조계 관계자는 "문 위원장이 직접 취업을 청탁하지 않았더라도 대한항공 측이 심적 압박을 느꼈다면 지위를 이용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했다. 그러나 문 위원장은 "조 회장과는 공식 석상에서 10번 넘게 만났지만 사적으로 밥 먹고 전화 통화한 적이 없다"고 했다. 대한항공 측은 "취업한 업체는 우리 관련 회사가 아니라 경위를 잘 모른다"고 했다.
대한항공의 소개로 브리지웨어하우스 아이엔씨에 취직한 처남 A씨가 8억여원의 급여를 받은 것도 논란거리다. 판결문은 'A씨가 이 회사의 컨설턴트로서 2012년까지 미화 74만7000달러(약 8억원)를 지급받았지만 현실적으로 일은 하지 않았다'고 했다. 문 위원장은 급여 부분에 대해선 "몰랐다"고 했다. 그러나 A씨가 사실상 빚 갚기용 취업이라고 주장하는 점에 비춰볼 때 문 위원장이 자신의 채무를 제3자를 통해 털어내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될 수 있다. 다만 법원은 판결문에서 'A씨가 마땅한 수입원이 없어서 직업을 알선한 것이지, 이자 지급이라고 볼 증거는 없다'고 했다.
문 위원장 측의 행위가 처벌 대상인지를 놓고도 논란이 적잖다. 제3자 뇌물공여죄가 성립될 여지가 있지만 공소시효가 만료돼 실제 처벌하기는 어렵다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이헌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모임' 대표는 "제3자 뇌물공여죄는 대가성과 청탁이 인정돼야 하는데, 문 위원장과 조 회장 사이에 부정한 청탁이 있었다고 입증하는 게 쉽진 않다"며 "법률상 제3자 뇌물공여죄가 적용된다고 하더라도 공소시효가 최장 7년이라서 적용이 어렵다"고 했다. 이와 관련, 부장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뇌물 관련 범죄는 그 특성상 곧바로 범행 내용이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공소시효 7년은 부족하다는 의견이 많다"며 "이번 논란을 계기로 처벌을 강화하고 시효를 늘릴 필요가 있다"고 했다.
새정치연합은 문 위원장의 청탁 사실이 드러나자 상당히 곤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당 관계자는 "비선 실세의 국정 개입 의혹으로 정부·여당을 공격해야 하는데, 당 대표가 불미스러운 일에 휘말려 할 말이 없게 됐다"고 했다.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은 "문 위원장은 어떻게 집안 단속을 했길래 이런 일이 생기는지 씁쓸하다"고 했다. 하지만 김무성 대표는 문 위원장에 대한 대변인들의 비판 논평을 자제할 것을 지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