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희상 대표, 盧정부때 '취업 청탁' 파문 확산

입력 : 2014.12.18 03:06

"당시 實勢지위 이용" 비판 일어… 文 "측근이 대한항공에 부탁한 것"
"문희상, 처남에 진 빚을 취업시켜 갚으려 한 의혹"
文 "처남의 납품 불발된 후 대한항공이 취직자리 제안… 8억 받은 사실 뒤늦게 알아"

문희상 대표 사진

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사진〉 비상대책위원장이 측근을 통해 2004년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 측에 처남 A씨의 취업을 청탁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 정치적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은 A씨와 문 위원장 부부 간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 과정에서 드러났다. 문 위원장 부인은 동생 A씨와 공동 명의로 돼 있는 건물을 담보로 대출받았다가 갚지 못해 건물을 잃었다. A씨에게 빚을 진 문 위원장 측은 2004년 대한항공을 통해 처남을 미국의 회사에 취업시켜 줬다. 판결문에는 '문 위원장이 2004년쯤 고등학교 선후배 사이인 대한항공 회장을 통해 A씨의 취업을 부탁했고, 대한항공 회장은 미국의 한 회사 대표에게 다시 취업을 부탁했다'고 돼 있다. 문 위원장 측은 "직접 부탁한 건 아니다"면서도 "당시 오래된 측근이 대한항공에서 근무하는 아는 사람에게 부탁한 것"이라고 관련 사실을 인정했다. A씨는 "문 위원장 부부가 2012년까지 취업을 시켜준 회사 월급으로 빚(이자)을 갚았다"고 주장했다. 문 위원장 측이 빚 갚는 대신 취업을 시켜줬다는 얘기다.

문제는 문 위원장이 경복고 4년 후배인 조양호 회장 측에 취업을 부탁할 때 자신의 권한을 이용했느냐는 것이다. 문 위원장 측은 "2004년 3월쯤 A씨가 대한항공에 납품하게 해달라고 부탁해 '쉬운 일이 아니다'고 했는데, A씨가 (문 위원장의) 측근과 함께 대한항공을 방문했다"며 "대한항공 측은 납품이 어렵다고 거절한 뒤 '취직 자리를 알아봐 드리겠다'고 제안했다. 당시에는 A씨가 '관심 없다'고 하더니 한참 후에야 취업이 됐다는 얘길 들었다"고 밝혔다.

문 위원장은 "2004년 2월 청와대 비서실장을 그만둔 뒤 총선을 준비하고 있었고 야인(野人) 시절이었다"고 했다. 하지만 당시는 문 위원장이 '노무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여권 내 상당한 영향력을 가졌던 시기다. 문 위원장은 그해 4월 총선에서 당선됐고, 이후 3선 의원으로 국회 정보위원장 등을 지냈다. 이 때문에 당시 노무현 정부 실세였던 문 위원장이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기업에 부당한 인사 청탁을 간접적으로 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법조계 관계자는 "문 위원장이 직접 취업을 청탁하지 않았더라도 대한항공 측이 심적 압박을 느꼈다면 지위를 이용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했다. 그러나 문 위원장은 "조 회장과는 공식 석상에서 10번 넘게 만났지만 사적으로 밥 먹고 전화 통화한 적이 없다"고 했다. 대한항공 측은 "취업한 업체는 우리 관련 회사가 아니라 경위를 잘 모른다"고 했다.

대한항공의 소개로 브리지웨어하우스 아이엔씨에 취직한 처남 A씨가 8억여원의 급여를 받은 것도 논란거리다. 판결문은 'A씨가 이 회사의 컨설턴트로서 2012년까지 미화 74만7000달러(약 8억원)를 지급받았지만 현실적으로 일은 하지 않았다'고 했다. 문 위원장은 급여 부분에 대해선 "몰랐다"고 했다. 그러나 A씨가 사실상 빚 갚기용 취업이라고 주장하는 점에 비춰볼 때 문 위원장이 자신의 채무를 제3자를 통해 털어내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될 수 있다. 다만 법원은 판결문에서 'A씨가 마땅한 수입원이 없어서 직업을 알선한 것이지, 이자 지급이라고 볼 증거는 없다'고 했다.

문 위원장 측의 행위가 처벌 대상인지를 놓고도 논란이 적잖다. 제3자 뇌물공여죄가 성립될 여지가 있지만 공소시효가 만료돼 실제 처벌하기는 어렵다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이헌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모임' 대표는 "제3자 뇌물공여죄는 대가성과 청탁이 인정돼야 하는데, 문 위원장과 조 회장 사이에 부정한 청탁이 있었다고 입증하는 게 쉽진 않다"며 "법률상 제3자 뇌물공여죄가 적용된다고 하더라도 공소시효가 최장 7년이라서 적용이 어렵다"고 했다. 이와 관련, 부장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뇌물 관련 범죄는 그 특성상 곧바로 범행 내용이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공소시효 7년은 부족하다는 의견이 많다"며 "이번 논란을 계기로 처벌을 강화하고 시효를 늘릴 필요가 있다"고 했다.

새정치연합은 문 위원장의 청탁 사실이 드러나자 상당히 곤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당 관계자는 "비선 실세의 국정 개입 의혹으로 정부·여당을 공격해야 하는데, 당 대표가 불미스러운 일에 휘말려 할 말이 없게 됐다"고 했다.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은 "문 위원장은 어떻게 집안 단속을 했길래 이런 일이 생기는지 씁쓸하다"고 했다. 하지만 김무성 대표는 문 위원장에 대한 대변인들의 비판 논평을 자제할 것을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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