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4.12.18 10:11
충북 청주에서 연쇄 강도 및 절도 사건이 일어났다. 한 달 사이 반경 10㎞ 이내에서 벌써 6건 째 범행이 발생했는데 범인을 잡지 못해 경찰은 애를 태우고 있었다. 이들 중 4건은 사람이 없는 집을 턴 것이었고, 나머지 2 건은 집 안에 사람이 있는 상태에서 금품을 털어간 것이었다. 다행이 피해자들이 다치지는 않았지만 하마터면 인명 피해가 날 수도 있는 사건들이었다.

지역 일대의 민심이 흉흉해지면서 경찰은 전담팀을 꾸려 범인을 잡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범인을 특정할 만한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다. 다행이 연쇄절도 사건 중 한 사건에서는 목격자를 찾을 수 있었다. 피해자의 집 근처에서 구멍가게를 하는 사람이었다.

그는 집 앞에 범인으로 추정되는 사람이 차를 세워놓고 주변을 두리번거려서 이상하게 생각했다고 했다. 차량 번호를 눈여겨보았지만 시간이 흘러 번호를 기억하지 못하겠다고 했다. 다만 청색 계통의 H사 승용차였다고 말했다. 범인을 어렴풋이 본 피해자들은 범인이 검은색 하의를 입고 있었으며 특이하게 붉은 장갑을 끼고 있었다고 했다.

6건의 범행은 모두 작은 도시를 지나는 2차선 도로를 중심으로 양 측면에서 차례대로 일어났다. 이 도로의 구간이 짧았지만 사람의 왕래가 많은 곳이라 CCTV가 두 곳에 설치되어 있었다. 하지만 범인은 이곳을 잘 아는 사람인 듯 교묘하게 그곳을 피해 이면도로를 사용한 것으로 보였다. 그 시간대에 녹화된 화면을 아무리 살펴도 용의차량을 발견할 수 없었다.

지리프로파일링 기법.
지리프로파일링 기법.


전문가들이 모여 ‘지리프로파일링’ 분석 기법을 실시해보기로 했다. 연쇄 범죄 사건에서 범인의 이동 경로 및 특성을 분석해 범인의 이동 경로나 주거지를 예측하는 방법이다. 분석 결과, 범인은 그 지역에 사는 사람이 분명해 보였다. 다음 범행 장소는 범인이 항상 이용하는 도로를 따라 약간 멀리 떨어진 곳으로 예상됐다. 그 부근에 CCTV를 추가로 설치해 영상을 실시간으로 감식하고 수사 요원도 집중 배치했다.

목격자를 상대로 ‘법최면검사’도 실시했다. 목격자의 최면을 심화시켜 사건 당시의 기억을 되살리는 것이다. 목격자는 다행히 차량 번호 중 끝자리 2자리를 기억해냈다. 이를 바탕으로 2자리 숫자가 포함된 차량에 대한 차적 조회를 진행했다. 하지만 이를 전적으로 신뢰할 순 없었다. 목격자가 진술한 파란색 차량이 CCTV 상에 나타나는지도 집중적으로 관찰했다.

그러던 중 한 당직자가 파란색 승용차가 지나간 것을 발견, 긴급하게 현장에서 순찰 중이던 수사관에게 연락했다. 수사관들이 이 파란색 승용차를 찾아내 은밀하게 쫓기 시작했다. 승용차는 예상대로 이전 절도사건이 일어난 곳과는 멀리 떨어진 반대 방향으로 계속 움직이기 시작했다. 범인은 한 집을 넘다가 골목에 잠복해 있던 수사관들에게 붙잡혔다.

거짓말탐지기.
거짓말탐지기.


그의 차량에서는 범행할 때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여러 가지 물품들이 수거되었다. 몇 켤레의 빨간 장갑도 있었다. 범행에 사용된 장갑이 틀림없어 보였다. 하지만 용의자는 범행을 완강히 부인하며 증거를 내놓으라고 큰소리쳤다.

경찰은 거짓말탐지기 검사를 실시했다. “이 빨간 장갑을 범행에 사용한 적이 있지요?” 이 질문에 범인이 “아니오”라고 답하자 거짓 반응이 나타났다. 범인은 흔들렸다. 그리고 여러 증거를 더 내놓자 결국 연쇄절도 사건에 대해 자백했다. 그는 처음 빨간 장갑을 끼고 범행을 했는데 잡히지 않자 부적처럼 항상 그 장갑을 끼고 절도를 했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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