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생은 끝나지 않는 권투, 상대 눕힐 '전략' 있는가

입력 : 2014.12.12 05:37

['전략의 역사' 저자 로렌스 프리드먼]

"전략이란 권력을 창조하는 기술… 선견지명을 넘어 실리적이어야
매혹적 전략가? 마오쩌둥·간디… 北韓, 개혁·현대화할 능력 없어"

전략의 역사 책 사진

'전략(strategy)'은 군대나 정치에 붙박인 낱말이 아니다. 진학, 취업, 결혼, 양육, 이혼, 은퇴…. 어디서나 전략을 외친다. 지휘관이나 지도자가 아니어도 자동차 구입이나 연말정산에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쯤은 안다. 하지만 이토록 뒤죽박죽 '과소비'되는 단어가 정확히 무슨 뜻이냐고 공격적으로 묻는다면 어떻게 방어해야 할지 난감하다.

로렌스 프리드먼(Freedman·66) 영국 킹스칼리지 전쟁연구학부 교수는 전략의 기원부터 진화 과정을 추적했다. 침팬지 사회부터 성경, 그리스 신화, 손자(孫子)와 마키아벨리, 마르크스를 거쳐 피터 드러커까지 아우르는 대탐사다.

두 권 합쳐 1400쪽에 이르는 이 책은 "누구나 얼굴을 한 대 강타당하기 전까지는 그래도 계획(plan)이란 걸 가지고 있게 마련이다"라는 문장으로 열린다. '핵주먹' 마이크 타이슨이 남긴 말이다. 전략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인 프리드먼은 이메일 인터뷰에서 "인간사는 이해관계가 복잡하고 우연도 많기 때문에 링에서 벌어지는 1대1 대결과 달리 예측이 불가능하다"며 "전략은 주어진 상황에서 좀 더 많은 것을 얻어내는 과정을 다룬다"고 말했다.

―'전략'을 어떻게 정의하나?

"힘(권력)을 창조하는 기술이다. 양치기 다윗은 투구도 갑옷도 없이 속임수로 거인 골리앗을 쓰러뜨렸다. 오디세우스도 목마(木馬)라는 책략으로 트로이를 무너뜨렸다. 내가 가진 힘뿐만 아니라 상대의 힘을 이용하는 것, 동맹을 조직하거나 방해하는 것도 전략이다. '전쟁에서 으뜸은 백전백승이 아니라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라고 손자병법은 말한다."

―이 역작을 쓴 동기는?

"대학에서 정치학을 배웠고 정치 활동에도 참여했다. 급진적인 친구들이 있었다. 이상주의적 목표와 그들이 가진 힘의 냉엄한 현실 사이에 큰 틈새를 보면서 늘 궁금했다. 중요한 전략적 이야기들은 어디서 비롯됐을까. 또 거기에 숨은 의도가 어떤 변화를 겪었는지 살피고 싶었다."

―가장 매혹적인 전략가는 누구였나?

"대중은 나폴레옹이나 알렉산더 대왕, 시저를 떠올릴 것이다. '전략'이라는 단어가 사용된 지난 두 세기만 보자. 군사 분야에서는 19세기 독일 참모총장 헬무트 폰 몰트케가 유능했다. 중국의 마오쩌둥(문화혁명)과 인도의 마하트마 간디(비폭력)는 혁명가라는 점에서, 윈스턴 처칠은 전쟁 지도자로서 그랬다. 기업 쪽으로는 알프레드 슬로안 전 GM 회장이 으뜸이다."

‘전략의 역사’ 저자 로렌스 프리드먼은 “전략이란 내가 가진 힘뿐만 아니라 상대의 힘까지 이용해 권력을 창조하는 기술”이라고 말했다.
‘전략의 역사’ 저자 로렌스 프리드먼은 “전략이란 내가 가진 힘뿐만 아니라 상대의 힘까지 이용해 권력을 창조하는 기술”이라고 말했다. /King’s College London 제공

―책에 '전략은 고정돼 있지 않으며 돌발적인 상황에 맞춰 유연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고 썼다.

"문제점을 인식하면서 기존 가능성이 닫히고 새로운 가능성이 열릴 때마다 상황을 재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우리가 당초 계획한 것을 정확히 이루는 경우는 드물다. 더 성취할 때도 있지만 덜 성취할 때가 잦다. 좋은 전략은 대담성과 선견지명 말고도 어느 단계가 되면 실리적(pragmatic)이어야 한다."

유인원도 자기들이 약할 때는 달아나고 수적으로 우월할 때는 싸움을 건다. 진화론자들은 희소하고 필수적인 자원 및 생존 투쟁의 자연적인 결과가 전략이라고 본다. 3000년 문명사를 전략이라는 렌즈로 들여다본 이 책은 각 시대를 대표하는 전략의 대가가 어떻게 이론을 완성했는지 역사적 맥락을 잡아준다. 파이낸셜 타임스가 선정한 2013년 '올해의 책'. 프리드먼은 이번에 한국어판 서문을 따로 붙였다.

―'극과 극의 성공과 실패를 경험한 두 국가가 있는 한반도는 주의 깊게 봐야 하는 지역'이라고 썼다.

"북한 정권이 과연 미래에 생존할 수 있는가가 가장 원론적인 질문이다. 북한은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상태이고, 붕괴 후 그 나라를 인수하는 비용, 그리고 핵무기 때문에 위험하다. 나는 북한이 진지한 개혁이나 현대화를 할 능력이 있다고 믿지 않는다. 그것을 시도할 경우 붕괴만 재촉할 뿐이다."

―북한은 허약함을 자산으로 활용하며 가까스로 생존하고 있고, 주변국들은 북한이 이런 상태를 이어나가는 데 암묵적으로 동의한다. 핵(核) 위기를 막으려면 어떤 전략이 필요한가?

"북한이 핵으로 위협하더라도 흔들리지 않는 게 중요하다. 북한은 그것 말고는 다른 협상 카드가 없다. 따라서 인내심을 갖고 중국 등과 협력해 위기를 관리해야 한다."

―김정은 조선노동당 제1비서를 만난다면 뭘 추천하겠나?

"새로운 헤어스타일(A new haircut)!"

―한반도 통일 과정에 대해 전망한다면.

"북한을 분리된 국가로 놓아두려고 하는 현재의 전략을 이해한다. 서둘러 북한을 붕괴로 몰아가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 그럼에도 그 정권이 경제적인 문제나 내분으로 무너지기 시작하면 한반도가 거대한 전략적 도전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 로렌스 프리드먼

영국 킹스칼리지 전쟁연구학부 교수. 토니 블레어 전 총리의 외교정책 자문관을 지냈다. 1999년 블레어가 미국 시카고에서 발표한 ‘블레어 독트린’ 작성에 참여했고 2009년부터는 이라크 전쟁의 영국 공식 조사단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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