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4.12.10 05:12
최근 정윤회씨의 국정개입 의혹이 불거지면서 정씨의 전 부인 최순실(58)씨도 주목받고 있다. 야당과 일부 언론에선 정씨보다 최씨가 비선 실세의 ‘숨은 몸통’이라는 식의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다. 최씨와 박근혜 대통령 간 관계가 휠씬 더 오래됐기 때문이다.

최씨는 박 대통령이 지난 1970년대 말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할 때부터 조언을 구했던 고(故) 최태민 목사의 다섯째 딸이다. 이 때문에 최순실씨가 10·26 이후 박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나와 생활할 때 박 대통령의 ‘말벗’이었다는 설(說)도 나돌고 있다.
지난 1977년 3월 16일 새마음 궐기대회에 참석한 박근혜 당시 퍼스트레이디 대행(가운데)이 최태민 당시 구국봉사단 총재(맨 오른쪽)의 안내로 받고 있는 모습. /조선일보DB
지난 1977년 3월 16일 새마음 궐기대회에 참석한 박근혜 당시 퍼스트레이디 대행(가운데)이 최태민 당시 구국봉사단 총재(맨 오른쪽)의 안내로 받고 있는 모습. /조선일보DB
박 대통령이 최씨와 오랜 기간 알고 지낸 건 맞지만, 실제로 두 사람이 얼마나 가까운지는 명확하게 밝혀진 게 없다. 일단 최씨가 박 대통령과 개인적으로 처음 만났다고 주장한 시점은 1980년대 후반이다. 그는 지난 1987년 한 여성 월간지와의 인터뷰에서 “개인적으로 (박근혜 육영재단 이사장을) 만난 것은 지난해(1986년) 어린이회관에서 처음이었다”며 “아버지 안부를 물어 ‘잘 계시다’는 이야기를 하고 헤어졌다”고 했다.

그 당시 최씨가 서울 강남에서 운영하는 어린이 교육시설이 육영재단의 어린이회관(당시 박 대통령이 이사장)과 자매결연을 맺게 된 게 계기였다고 한다.

최씨는 서울 강남에 있는 빌딩 1채 등을 포함해 보유 부동산이 100억원 대(2007년 기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지난 2007년엔 “어린이 교육시설을 운영하는 최씨가 육영재단 운영에 개입해 그런 재산을 형성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박 대통령은 당시 검증 청문회에서 “육영재단은 공익재단이어서 매년 감사를 받고 감독청의 감사를 받는다. 천부당만부당한 얘기”라며 부인했다. 최씨도 당시 “어린이 교육시설 경영을 통해 번 돈으로 땅을 산 것”이라는 취지의 서면 답변을 보냈었다.

일각에선 ‘최씨가 박 대통령의 서울 삼성동 자택에서 불과 몇 백 m 떨어진 곳에 산다’는 말도 나돌았지만, 박 대통령은 지난 2007년 언론 인터뷰에서 “알지 못한다”고 했었다. 최씨 역시 당시 검증 청문회 서면 답변에서 “그렇다는 얘기가 있어서 확인해보니 수 ㎞ 떨어져 있었다. 박근혜 후보는 우리 집 위치를 알지 못한다. 서로 내왕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최근 들어 최씨에 대해 나도는 얘기 중 하나는 ‘지난 2006년 서울시장 선거를 지원하다가 박 대통령이 커터칼 테러를 당했을 때 최씨가 입원한 박 대통령을 간호했다’는 것이다. 일부 언론에선 이를 ‘알려졌다’는 식으로 보도했다.

이에 대해 당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의 비서실장이었던 유정복 인천시장은 본지 통화에서 “내가 아는 한 그런 건 없었다”며 “그때 병실은 완전히 출입이 통제됐고, 의료진을 제외하면 나를 포함해 극히 일부만 병실에 들어갈 수 있었다”고 했다.
최순실의 전 남편인 정윤회씨. 위 사진은 정씨가 작년 7월 경기 과천의 한 공원 스탠드에 앉아있는 모습이다. /한겨레신문 제공
최순실의 전 남편인 정윤회씨. 위 사진은 정씨가 작년 7월 경기 과천의 한 공원 스탠드에 앉아있는 모습이다. /한겨레신문 제공
또 일부 매체에선 최씨와 박 대통령이 가깝다는 증거라며 “작년 2월 말 박 대통령이 대통령 취임식 때 입었던 한복을 최씨가 직접 골랐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실제로 취임식 한복을 준비했던 디자이너 김영석씨는 “사실과 다르다”고 했다. 김씨는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취임식 당시에는 모르는 남자가 샘플을 가지고 와서 한복을 주문하고 갔고, 나는 박 대통령이 취임식 때 입을 한복이라는 것을 모른 채 옷을 지었다”며 “취임식 때 인연을 맺어 요즘도 대통령의 한복을 청와대에 납품하고 있지만 최순실이라는 사람이 대통령의 한복을 챙긴다는 얘기는 금시초문”이라고 했다.

최씨는 지난 1995년 정윤회씨와 결혼했다. 최태민 목사가 세상을 뜬 지 1년 뒤였다. 이 때문에 정씨가 1998년 4월 대구 달성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박근혜 대통령을 도우며 인연을 맺게 된 것도 결국 부인인 최씨가 중간에서 역할을 했기 때문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보궐선거 지원을 계기로 정씨는 박 대통령이 2004년 한나라당 대표가 되기 전까지 비서실장 역할을 했었다.

하지만 최씨와 정씨는 지난 7월 이혼했다. 특히 이혼 조정문에 ‘결혼기간 있었던 일을 다른 사람에게 누설하지 않고 서로 비난하지 않기’라는 단서가 포함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최씨는 이혼한 뒤에는 자신의 이름도 바꾼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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