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4.12.08 10:52 | 수정 : 2014.12.09 11:49

"내 뒷조사 해달라"는 박 대표의 과거 직장 동료 접촉해보니
빠른 일처리 중시하는'결과주의자'…소통엔 문제 있었다는 의견 많아

“제가 다녔던 회사, 전 직장동료, 부하직원 등을 취재해달라. 제 뒷조사를 해달라. 제가 정말 어떤 사람인지 뒷조사를 먼저 해달라.”

성희롱, 막말 파문에 시달리고 있는 박현정 서울시립교향악단 대표가 자신을 둘러싼 의혹에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그는 지난 5일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이 예술단 개혁의 칼을 빼들자, 이에 불만을 가진 일부 직원의 불만이 터진 것이라고 얘기했다. 승진 제도에 자격 요건을 추가하는 등 새로운 시도를 하려고 하자, 기존 세력과 갈등을 빚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자신은 이유 없는 막말이나 성희롱을 할 사람이 아니라며, 자신이 근무했던 직장의 동료와 부하직원 등을 취재해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뒷조사를 해달라고 언론 등을 향해 말했다.

박 대표는 과거 직장에서 어떤 모습이었을까. 그는 한국교육개발연구원, 삼성금융연구소, 삼성생명, 삼성화재 등에서 근무한 금융통이다. 삼성화재에서는 손해보험업계 여성 최초 임원을 지내기도 했고, 이후 여성리더십연구원이란 단체의 대표도 지냈다. 프리미엄조선은 과거 박 대표와 근무했던 이들과 접촉해봤다.
박현정 서울 시향 대표.
박현정 서울 시향 대표.
업무 효율 강조하는 결과주의자…삼성 보험 계열사에선 부하 직원 4명 그만두기도

회사와 신분을 밝히지 않는 조건으로 5명이 인터뷰에 응했다. 이들은 박 대표와 같은 부서, 팀에서 함께 일했던 사람들로 지근 거리에서 박 대표를 봐왔던 사람들이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박 대표를 ‘지독한 결과주의자’라고 얘기했다. 빠른 일 처리와 실적이 중요한 금융계에서 꽤 이름을 날렸다는 소문대로, 어떤 식으로든 눈에 띄는 결과가 나는 것을 선호했으며 자신이 정한 방향에서 조금이라도 틀어지는 것은 좋아하지 않았다고 한다.

A씨는 “거침없다라는 말이 어울리는 사람”이라며 “여성이지만 맡은 일은 어떻게든 해내는 사람으로 조직 내에서 여겨졌다”고 했다. 그는 “그 덕에 일 잘한다는 평가가 많았고, 윗사람들의 신망도 컸다”고 했다.

그러나 결과를 중시하는 스타일 때문에 조직 내에서 소통의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가 많았다는 얘기도 나왔다. 5명 모두 “의욕이 과다해 조직 내에서 아랫사람의 신망을 잃는 경우가 있었다”고 말했다. B씨는 “아랫사람과 갈등이 종종 있었다. 업무량이 많은 상황에서도 일을 채근하는 경우가 많아, 조직원들이 박 대표와 일하는 것을 꺼리는 경우가 있었다”고 했다.

한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고 한다. 그가 삼성의 보험계열사 임원으로 재직하던 때, 부하 직원 네명이 일을 그만둔 것이다. 이 네 명의 직원 외에도, 타 부서로 이동한 사람도 있었다. 박 대표의 강압적 업무 스타일과 말투 등에 직원들이 적응하지 못해 벌어진 일이었다고 했다.

당시 회사를 그만뒀다는 C씨는 “박 대표의 말 때문에 울지 않은 날이 없었다”며 “더 이상은 안 되겠다고 생각해 회사를 나왔다”고 했다. 그는 “박 대표가 원래 막말을 하는 사람이 아니다는 인터뷰를 보니 기가 막히다”고도 했다. 회사에 확인했더니 이들의 공식적 퇴사 이유는 결혼 등 개인 사정에 따른 것으로 돼 있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C씨 말처럼 박 대표와의 마찰이 퇴사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이나 보험업 등의 업계는 계량적 평가가 일상화된 곳이다. 그래서 박 대표의 업무 스타일이 참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는 말도 나왔다. D씨는 “박 대표가 아래 사람들에게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를 과하게 준 것은 사실이나, 소통의 문제에서 잘못이 있던 것이지 인격적으로 못된 사람이라는 생각을 한 적은 없다”고 했다. 그는 “박 대표 역시 조직 논리에 따라 행동한 것이기 때문에, 당시 팀원들이 스트레스는 받았지만 회사를 그만 둘 정도는 아니었다”며 “공과 과를 나눌때, 과를 강조하는 경우가 좀 많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막말과 성희롱 논란에 휩싸인 박현정 서울시향 대표가 5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예술동 서울시향 연습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뉴시스
최근 막말과 성희롱 논란에 휩싸인 박현정 서울시향 대표가 5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예술동 서울시향 연습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뉴시스

박 대표는 현재 서울시향 직원들에 대한 폭언과 성희롱 논란에 휩싸여있다. 직원들은 탄원서를 낸 상태다. 박 대표는 “미니스커트 입은 직원에게 주의를 주고 ‘마담’이란 단어를 쓴 것은 사실이지만 맥락은 알려진 것과 다르다”고 해명하고 있다. 그는 “탄원서를 낸 직원들의 배후에 서울시향을 사조직처럼 이끄는 정명훈 예술감독이 있다”며 내부 갈등을 폭로하기도 했다. 박 대표의 성희롱과 막말에 대한 자체 감사를 벌이고 있는 서울시가 어떤 결론을 내릴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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