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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진핑 판다곰 어떻게 모셔야 하나"...에버랜드, 홍콩 오션파크에 SOS

입력 : 2014.11.20 17:05
시진핑(習近平) 중국공산당 총서기 겸 국가주석이 지난 7월 방한 때 제공키로 약속한 판다곰 영접 준비가 한창이다. 판다를 맡아 키울 삼성그룹 계열의 에버랜드는 최근 판다 사육과 전시를 위해 홍콩 측에도 SOS를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에버랜드의 관계자들은 판다곰 사육과 전시에 성공한 홍콩 오션파크 등을 견학하며 판다를 맞을 준비를 하는 중이다.

제일모직 리조트사업부(에버랜드) 커뮤니케이션팀 박형근 부장은 주간조선에 “판다 사육시설은 에버랜드 내에 과거 쓰던 공간에 새로 짓고 현재 판다를 받을 준비를 하는 중”이라며 “통상 2년쯤 걸리는데 중국 측 준비가 늦어져 지금으로서는 내년도 어려울 것 같고, 내후년인 2016년쯤 한국에 들어올 것”이라고 말했다.

에버랜드는 판다 사육 노하우를 제공받는 대신 오션파크 측에 워터파크 운영 노하우를 제공할 예정이다. 에버랜드는 지난 1996년부터 에버랜드 바로 옆에 국내 최대 워터파크인 캐리비안베이를 운영하고 있다. 홍콩 오션파크는 원래 워터파크가 없었는데, 2017년까지 신규 워터파크를 조성할 계획이다. 이에 캐리비안베이를 운영하며 워터파크 조성과 운영에 노하우를 갖춘 에버랜드 측에 협조를 타진한 것. 에버랜드 측은 이에 워터파크의 설계부터 시설운영 노하우를 오션파크 측에 제공할 계획으로 알려진다.
에버랜드가 자연농원 시절 맡아 기르다 중국으로 반환한 판다곰 밍밍과 리리(오른쪽)
에버랜드가 자연농원 시절 맡아 기르다 중국으로 반환한 판다곰 밍밍과 리리(오른쪽)
에버랜드를 이끄는 조병학 제일모직 리조트 사업부장(전무)은 주간조선에 “아직 깊이 있는 단계는 아니고, 홍콩 오션파크를 비롯해 일본의 우에노(上野)동물원, 싱가포르의 리버사파리 등 전 세계 동물원들을 보고 배우는 단계”라며 “오션파크에서도 캐리비안베이를 보기 위해 몇 차례 다녀갔다”고 말했다. 에버랜드와 오션파크는 지난해 각각 누적방문객 2억명과 1억3000만명을 돌파한 한국과 홍콩의 최대 토종 테마파크다. 양 사는 2010년 공식 제휴 관계를 체결했다. 우에노동물원과 리버사파리는 각각 두 마리의 판다를 기르고 있다.

양 사의 기술제휴에는 조병학 제일모직 리조트사업부장과 오션파크 톰 메르만 사장의 친분도 작용했다. 에버랜드 관계자에 따르면, 조 전무는 지난 8월 아이스버킷 기부 행사 때 오션파크의 톰 메르만 사장을 다음 주자로 지목할 정도로 돈독한 관계를 과시했다. 홍콩 오션파크의 톰 메르만 사장도 “에버랜드와는 오래전부터 제휴 관계를 맺고 협력을 진행 중”이라며 “에버랜드 입장권을 가지고 오면 할인도 해준다”고 말했다.

에버랜드가 사육기술을 타진할 정도로 홍콩 오션파크는 판다 사육의 세계적 명가다. 오션파크가 중국으로부터 받아 기르는 판다는 모두 4마리.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 집권 때 1999년 홍콩 반환 2주년을 기념해 안안(安安), 자자(佳佳)를 건네받으면서다. 또 2007년 후진타오(胡錦濤) 전 주석 때는 홍콩 반환 10주년을 맞이해 르르(樂樂)와 잉잉(盈盈) 두 마리를 재차 받아서 기르고 있다.

홍콩 오션파크는 2005년부터 ‘홍콩 오션파크 보호재단’을 통해 희귀종인 판다 보호에 관심을 가져왔다. 2008년 판다의 서식지인 중국 쓰촨성(四川省)에서 대지진이 터졌을 때는 ‘자이언트 판다 재건기금’ 재단을 설립해 서식지 복원을 주도했다. 또 지난해 9월에는 40여곳의 판다 보호 및 교육기관들과 소위 ‘판다 회담’을 개최, 기술 교류와 협력 등을 해왔다.

에버랜드가 홍콩 오션파크 측과 판다 사육 노하우를 타진한 것도 이 분야의 풍부한 노하우 때문이다. 실제 오션파크가 키우는 4마리 판다 중 자자는 1978년생으로 36살에 달하는 초고령의 판다다. 판다의 36살은 인간으로 치면 100살을 훌쩍 넘기는 나이라고 한다. 또 암컷 판다인 자자는 홍콩으로 건너와 새끼를 네 마리나 쳤을 정도로 번식에도 성공했다. 홍콩 오션파크의 톰 메르만 사장은 주간조선에 “36살의 판다(자자)는 인간이 맡아 기른 판다 가운데 세계 최고령”이라고 자랑했다.

사실 판다는 키우는 측에서는 애물단지다. 세계적 희귀종으로, 중국 공산당과 정부의 엄격한 보호를 받는다. 중국에서만 자라는 ‘중국의 상징동물’로, 밀반출하다 걸리면 최고 사형에 처해진다. 중국 서부 쓰촨성 일대에서 주로 서식하며, 대나무 죽순을 주로 먹는데, 사육환경 갖추기가 여간 까다롭지 않다. 먹이 등을 제공하는 연간 관리비만 수십억원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7월 시진핑 주석이 방한 때 약속한 판다가 아직까지 중국에 있는 것도 판다 사육이 워낙 까다로워서다. 에버랜드 역시 판다 사육에 나섰다가 한 차례 실패한 적이 있다. 에버랜드는 ‘자연농원’ 시절인 1994년 장쩌민 전 주석이 한·중수교 2주년 기념으로 제공한 밍밍(明明), 리리(莉莉)를 맡아서 길렀다.

주한 중국대사관 측에 따르면, 당시 자연농원(현 에버랜드)은 10년 임차 조건으로 빌렸다. 당시 판다 사육장인 ‘판다월드’를 조성하는 데 약 10억원, 판다보호기금 명목의 임대료만 100만달러(약 10억원)를 중국 측에 지불해야 하는 등 비용부담이 상당했다고 한다. 또 밍밍과 리리의 2세가 태어날 경우 함께 중국 측에 반환해야 하는 하는 등 부대조건도 까다로웠다고 한다. 결국 판다 사육에 부담을 느끼던 에버랜드 측은 1998년 외환위기 때 중국 측에 조기 반환해 버렸다.

에버랜드 관계자에 따르면, 중국은 한국으로 보낼 판다도 확정하지 않았다고 한다. 과거 반환된 밍밍과 리리가 다시 돌아올 가능성은 거의 없다. 1998년 중국으로 돌아간 밍밍은 2011년 광동성 광저우(廣州)의 한 동물원으로 옮겨져 34세로 죽었다. 나머지 한 마리인 리리는 한국에 있을 때 적응을 잘 못해 병약했다고 한다. 하지만 고향인 쓰촨으로 돌아간 뒤인 2009년 쌍둥이 판다를 생산했다. 지금은 쓰촨성에서 살고 있는데 2012년에도 새끼를 출산할 정도로 건강이 좋다고 한다.

번식도 까다로운 문제다. 판다는 암컷의 가임기간이 1년에 2~3일 정도에 불과하다. 좀처럼 성(性)관계도 갖지 않을 정도로 ‘성욕(性慾)’이 없어 번식에는 고난도의 기술이 필요하다. 중국은 이런 문제를 발기부전 치료제인 비아그라와 포르노 상영 등을 통해 해결해 왔다. 홍콩 오션파크 역시 판다의 가임기마다 판다 관람관을 3일간 폐쇄하고, 모종의 조치를 취해왔다고 한다.

판다를 자칫 잘못 돌볼 경우에는 양국 간 외교문제로 비화될 수도 있다. 저우언라이(周恩來) 총리가 기증한 판다 란란(蘭蘭)이 1979년 도쿄 우에노동물원에서 죽었을 때는 오히라 일본 총리가 “애석하다”는 애도성명을 발표했다. 2010년에는 판다 싱싱(興興)이 고베(神戶)의 왕자동물원에서 인공수정을 위한 정자채취 중 돌연 사망해 “일본인이 판다를 고의로 죽였다”며 반일감정이 촉발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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