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4.11.17 05:31
방사청, 미 업체 BAE시스템스에게 계약위반으로 입찰보증금 4325만달러 몰수 통보
그러나 미 업체는 이 통보 거부하며 미 연방법원에 소송제기
방사청, 입찰보증금 대신 지급각서만 받아 몰수할 돈도 없어
공화당 거물 처토프 전 국토안보부장관이 BAE 시스템 이사회 의장
‘입찰보조금 몰수’ 서한받은 처토프 전장관, 한국에 압력행사 의혹
방사청 주무 항공기사업부장도 정광선서 백윤형으로 전격교체
국회, 입찰보증금 전액 환수 의결…그러나 BAE 반발로 난항예상
입찰 보증금도 상이…국회는 6114만달러, 방사청은 4325만달러
방위사업청, KF-16 성능개량사업 관련해 476억원 날릴판

KF-16전투기 성능개량사업과 관련, 방위사업청이 비용을 부당증액한 미국 방위산업체 BAE시스템스의 입찰보증금4325만달러(476억원)를 몰수하려하자 BAE 시스템스가 지난 12일 방사청을 상대로 몰수조치가 무효라는 소송을 미국 연방법원에 제기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그러나 BAE시스템스의 입찰보증금은 4325만달러지만 이를 입찰보증금 지급각서로 제출, 방사청은 몰수를 할래야 몰수할 입찰보증금이 없고 입찰보증금 납부만 거듭 독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특히 방사청의 입찰보증금 압류통보 서한을 받은 BAE시스템사의 이사회 의장인 마이클 처토프 전 미 국토안보부 장관이 지난달 중순 한국을 방문, 박근혜 대통령과 인사를 나눈 것으로 드러나 한국정부에 압력을 가하려 했다는 의혹마저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 와중에 방사청의 KF-16 전투기 성능개량사업 주무담당자인 항공기사업부장(공군 준장)이 전격 경질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방위사업청, KF-16 성능개량사업 관련해 476억원 날릴판

BAE시스템스는 방사청이 사업비용에 대한 최종입장을 밝히라고 요구한 마감시한인 지난 12일 미 연방법원 메릴랜드법원에 방위사업청을 상대로 몰수조치가 무효라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BAE시스템스는 소송장에서 입찰보증금 지급각서와 2012년 8월 1일 방사청과 체결한 합의각서는 무효이며 FMS[대외군사판매]나 미 연방법상 합의보증금 몰수는 부당하며 자신들은 계약을 위반한 적이 없다는 판결을 내려달라고 요구했습니다.
방위사업청, KF-16 성능개량사업 관련해 476억원 날릴판

이 복잡한 사업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잠깐 그동안의 진행과정을 살펴봐야 합니다. 방사청 공고와 BAE시스템스사의 소송장을 살펴보면, KF-16 전투기 성능개량사업은 지난 2011년 10월 31일 방위사업청의 입찰공고로 시작됐습니다. F16전투기 레이더를 만들거나 개선할 수 있는 회사는 록히드 마틴과 BAE시스템스, 2개 회사뿐이었기 때문에 이들 회사와 협상이 진행됐습니다. 방위사업청은 두 회사와의 협상을 통해 낮은 가격을 제시한 BAE시스템스사와 2012년 8월 1일 합의각서를 체결했습니다. 그 뒤 2013년 8월 이 사업의 전체 계약금액은 17억5백만달러, 그중 BAE시스템스사가 13억1400만달러, 나머지는 미국정부의 몫으로 합의했습니다. 방사청은 BAE시스템스와 2013년 12월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수락서에 최종 서명했습니다. 이에 따라 미공군은 지난 5월 8일 BAE시스템스사를 이 사업 수행업체로 선정했습니다.

문제가 생긴 것은 지난 8월입니다. 8월 9일 미국정부가 방사청에 서한을 보내 총비용이 20억6천만달러 이상이라고 통보했고, 9월 한미정부간 실무회의에서는 최종금액이 24억~25억달러라는 입장을 제시했습니다. 지난 12월 계약때보다 무려 8억달러, 약8천억원이 늘어난 것입니다. 이에 따라 방사청은 지난 9월 29일 BAE시스템스사에 공문을 보내 9월 30일자로 만기가 되는 입찰보증금 지급각서를 즉각 연장하고 10월 20일까지 사업비용을 2013년 9월 합의대로 조정하지 않으면 합의각서 8조에 의거, 입찰보증금을 몰수하겠다고 통보했습니다.

문제는 몰수할래야 몰수할 보증금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방위사업청은 당초 이 사업입찰때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37조 4항에 의거, 입찰자는 입찰보증금을 면제받고 입찰보증금 지급각서를 받는 것으로 대신했습니다. 따라서 지금 방사청은 BAE시스템스에서 받은 입찰보증금은 단 한푼도 없고 지급각서 한장만 있는 상태이며 이 마저도 내년 1월15일 만료됩니다. 그래서 방사청은 9월 29일자 공문과 별도로 그 다음날인 30일 다시 BAE시스템스에 ‘입찰보증금 몰수통보’라는 공문을 보내 입찰보증금 4325만달러를 우리은행 후암동 지점 방위사업청 계좌로 10월 30일까지 납입하라고 촉구했습니다.
방위사업청, KF-16 성능개량사업 관련해 476억원 날릴판

방위사업청, KF-16 성능개량사업 관련해 476억원 날릴판

그러자 BAE시스템스는 9월 30일자로 제6차 입찰보증금 지급각서를 보내면서 별도의 공문을 통해 입찰보증금몰수 취소를 전제로 입찰보증금 지급각서를 제출한다고 명시했습니다. 즉 방위사업청이 내년 1월 15일까지 연장된 입찰보증금 지급각서를 수용한다면 입찰보증금 몰수는 취소한 것으로 간주하겠다는 일방적 통보였습니다. BAE시스템스는 또 방위사업청에 재직중인 강병호 공군대령으로부터 제6차 입찰보증금 지급각서에 동의하고 받아들였다는 확인서명을 받아 법원에 제출했습니다. 이에 따라 방사청은 지난달 6일 ‘입찰보증금 몰수 유효통보’라는 공문을 통해 제6차 지급각서와는 별개로 입찰보증금을 몰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래도 BAE시스템스는 입찰보증금을 납입하지 않았습니다. 사실 BAE시스템스는 사업수주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뒤늦게 입찰보증금을 납입할 필요가 없었던 것입니다
방위사업청, KF-16 성능개량사업 관련해 476억원 날릴판

애가 타는 쪽은 방사청이었습니다. 방사청은 지난달 30일 다시 BAE시스템스에 공문을 보내 11월 28일까지 입찰보증금을 납부하라고 요청했습니다.
특히 이 과정에서 방사청은 제리 드모로 BAE시스템스 사장과 이 회사 이사회 의장인 마이클 처토프 전 미 국토안보부장관에게 4차례 서한을 보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 서한을 보면 드모로 사장이 수신인, 처토프 이사회 의장이 참조인으로 명시돼 있습니다. 정광선 방위사업청 항공기사업부장[공군 준장]은 지난 9월 30일 서한에서 ‘2013년 12월에 17억5백만달러로 합의, 서명하고 지난 8월에는 20억6천만달러, 9월에는 24억~25억달러라는 통보를 받았다. 당초 수준으로 조정되지 않으면 2012년 8월 1일 합의각서에 근거, 입찰보증금 몰수 및 향후 입찰참여를 제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는 10월 5일까지 총액조정을 위해 가시적 성과를 제시하고 10월20일까지 모든 조치를 완료해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방위사업청, KF-16 성능개량사업 관련해 476억원 날릴판
그리고 지난달 13일에도 정광선 항공기사업부장이 다시 드모로 사장과 처토프 이사장에게 서한을 보내 ‘지난 8일 고정확정가 제안을 유지한다고 했는데 고정확정가가 얼마인가, 13억4천만달러 초과비용상승분은 BAE시스템스가 부담한다고 답변했는데 구체적 방법이 무엇인가. 미국정부가 BAE시스템스의 고정확정가가 당초 합의된 13억1400만달러가 아니라 15억8500만달러라고 밝혔는데 미국정부를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 등을 10월 20일까지 답변해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그러던중 이 사업의 주무담당자인 항공기사업부장이 전격 경질된 것으로 미국법원에 제출된 증거를 통해 확인됐습니다. 정광선 공군준장의 경질 이유가 무엇인지 알려지지 않았으나 KF-16 성능개량사업도 관련이 없지 않을 것으로 추측됩니다. 11월 3일 드모로 사장과 처토프 이사장에게 서한을 보낸 사람은 방사청 대변인이었던 백윤형 공군대령이었습니다. 내년에 준장으로 진급하는 공사 34기 출신의 백윤형 대변인이 항공기사업부장에 임명된 것입니다. 10월 29일 국회 국방위 회의록에도 정광선 준장이 항공기사업부장으로 기록된 점으로 미뤄 정준장은 10월 30일부터 11월 3일 이 서한이 보내지기 전까지의 기간에 경질된 것으로 보입니다.
방위사업청, KF-16 성능개량사업 관련해 476억원 날릴판

백 부장은 ‘BAE시스템스가 방사청과 협의나 동의없이 2억7100만달러를 증액, 15억8500만달러로 미국 정부에 체줄한 것은 2012년 8월 1일 합의각서 위반이며 방사청의 몰수통보에도 불구하고 7천8백만달러 감액만 가능하다, 즉 2억달러를 증액시키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백 부장은 ‘BAE시스템스가 방사청이 제6차 입찰보증금 지급각서를 받아들임으로써 합의각서가 무효가 됐다고 주장하지만 입찰보증금이 납입되지 않았기 때문에 몰수통보는 유효하며 11월 28일까지 입찰보증금을 납부하라’고 촉구했습니다
백 부장은 이틀뒤인 11월 6일에도 다시 이들 두사람에게 서한을 보냈습니다. 백부장은 ‘2013년 9월 BAE시스템스의 수행금액은 13억1400만달러이며 전체 금액 17억5백만달러에 합의하고 12월에 최종서명했다’고 지적하고 ‘그러나 BAE시스템스가 10월 16일 13억달러에서 1억9300만달러 증액된 15억7백만달러라고 한 것은 합의 위반’이라고 밝혔습니다.
방위사업청, KF-16 성능개량사업 관련해 476억원 날릴판

백 부장은 이 서한에서 지난 12일까지 명백한 최종입장을 밝히라고 최종 통보했습니다. 그러나 바로 그 시한인 12일 BAE시스템스는 방사청의 입찰보증금 몰수가 부당하다는 소송으로 맞대응, 이제는 지리한 소송이 불가피한 상황입니다. 특히 지난 12일 국회 국방위는 2015년 방위사업청 예산안 의결과정에서 KF-16 전투기 성능개량사업에 대해 조건부 승인을 했습니다. 입찰보증금 6114만9천달러를 전액 국고에 환수해야 한다는 조건을 단 것입니다. 그러나 BAE시스템스가 바로 이날인 12일, 입찰보증금 몰수가 부당하다는 소송을 제기함으서 입찰보증금을 납입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습니다. 따라서 방위사업청이 BAE시스템으로부터 입찰보증금을 받아 이를 몰수해 국고에 환수시키는 것은 쉽지 않아 보입니다

한가지 의아한 것은 국회 국방위가 알고 있는 이 사업관련 입찰보증금은 6114만여달러인 반면, 방위사업청이 BAE시스템스에 청구한 입찰보증금은 4325만달러로 30% 정도 차이가 난다는 것입니다. 국가계약법 시행령 37조에는 국가는 입찰금액의 5% 이상을 입찰보증금으로 제출받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BAE시스템스의 수주액이 13억1400만달러였으므로 이 규정을 그대로 적용하면 입찰보증금은 6500만달러 내외여야 합니다. 국회 국방위가 제시한 입찰보증금 환수요청액은 거의 국가계약법 시행령과 비슷합니다만, 방사청이 BAE시스템스에 요구하는 금액과는 약 1800만달러의 차이가 나는 것입니다.
방위사업청, KF-16 성능개량사업 관련해 476억원 날릴판

특히 BAE시스템의 부당증액과정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바로 마이클 처토프 BAE시스템 이사회 의장의 행적입니다. 방사청이 드모로 사장을 수신인으로, 처토프 의장을 참고인으로 기재, 서한을 보낸 것은 지난 9월 30일, 10월 13일, 11월 4일, 11월 6일입니다. 첫 서한을 보낸 9월 30일에서 약 보름뒤, 두번째 서한은 미처 전달받지 못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10월 14일 처토프 의장이 한국을 방문, 한 언론사가 주최한 포럼에 참여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특히 이 포럼의 개막식에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 처토프 의장과 악수를 나눈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처토프 의장이 박대통령과 이야기를 나눴는지, 별도로 면담을 했는지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인사를 나눈 것은 사진으로 확인됐습니다.

이 개막식에는 박대통령 외에도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 유민봉 국정기획수석, 조윤선 정무수석, 주철기 외교안보수석, 윤창번 미래전략수석, 윤두현 홍보수석 등 청와대 수석비서관들이 대부분 참석한 것으로 언론에 보도됐습니다. 박 대통령과 이야기를 나누지 못했더라도 핵심참모들과 대화를 나눴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처토프 의장의 이 포럼 참석이 확정된 것은 지난 8월12일께라는 것이 언론보도입니다. 방사청이 미국 정부로부터 사업비용을 올리겠다는 서한을 받은 것이 8월 9일이어서 우연의 일치치고는 묘한 여운을 남깁니다. BAE시스템스 이사회 의장이 비용증액과 비슷한 시기에 한국 방문을 밝혔고 한국 정부와 BAE시스템스의 갈등이 피크로 치달을 때 한국 대통령과 수인사를 나눴다는 점에서 한국 정부에 무언의 압력을 가하려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이 이는 것입니다.

처토프 의장은 아들 부시 대통령 집권2기때인 지난 2005년부터 2009년까지 국토안보부 장관을 역임한 인물로 미국 언론들로부터 퇴임뒤 미 무기업체의 뒤를 봐준다는 의혹이 여러차례 제기됐던 인물이어서 KF-16 관련 로비의혹도 설득력이 있다는 분석입니다. 2012년 5월 BAE시스템스의 이사회 의장에 취임, 내년 4월말까지 3년간 의장으로 재직하는 처토프는 장관까지 지낸 공화당 거물이기 때문에 공화당이 주도하는 여소야대의 정국에서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입찰보증금 지급각서로 입찰보증금을 대신한다는 법령 때문에 당초 사업비의 50%를 일방적으로 증액한 미국 무기업체로부터 계약위반에 따른 입찰보증금 몰수가 하늘의 별따기가 되어버렸습니다. 방위사업청이 입찰보증금을 받아내는 데 최선을 다하되 향후 입찰에 제한을 가한다는 규정만이라도 제대로 행사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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