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4.11.06 05:31
김대식 KAIST 교수·뇌과학
김대식 KAIST 교수·뇌과학
기원전 334년 갓 스무 살 넘은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드로스 3세는 페르시아 제국을 침략하기로 결심한다. 아케메네스 가문의 키루스 대왕이 창시한 페르시아 제국은 메디아, 바빌로니아, 이스라엘, 이집트, 터키를 넘어 기원전 480년 그리스 아테네까지 함락시키지 않았던가? 그런 페르시아를 정복하겠다고? 단순히 한 젊은이의 무모함이었을까? 아니면 끝없는 자신감? 마케도니아의 어린 왕은 페르시아를 넘어 인도, 아프리카, 유럽까지 세상 모든 나라를 정복하려 했다. 하지만 만약 알렉산드로스가 그의 성공 확률을 한 번이라도 냉철하게 계산해 보았다면? 물론 그는 페르시아를 멸망시키겠다는 야심도, 전 지구를 정복하겠다는 꿈도 꾸지 못했을 것이다.

알렉산드로스뿐만이 아니다. 영원할 것만 같던 중세기 왕과 교황의 권력을 무릅쓰고 생각과 종교의 자유를 요구하던 사람들. 세계 최강국이었던 영국으로부터 독립을 꿈꾸던 미국 '촌뜨기들'. 광부와 간호사 외엔 아무것도 수출할 수 없었던 나라를 세계 10대 무역국으로 만든 사람들. 모두 자신의 성공 확률을 객관적으로 분석했다면 절대 일어날 수 없었던 일들이다.

일반인과 우울증 환자 중 누가 더 객관적으로 성공 확률을 판단할 수 있을까? 정답은 우울증 환자다. 대부분 운전자들은 자신만은 평균보다 더 잘 운전한다고 믿고, 대부분 교수들은 자신만은 평균보다 더 좋은 강의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대부분 창업자들은 자신만은 성공할 거라고 믿는다. 결국 인간의 뇌는 자신의 성공 확률을 언제나 과대평가한다는 말이다. 반대로 우울증 환자들은 이 세상에서 한없이 작은 객관적 성공 확률을 있는 그대로 알아보기에 아무 선택도, 행동도 하지 못한다는 말이다.

세상은 험악하고 위험하다. 위험하고 험악한 이 세상에서 하지만 여전히 사랑하고, 희망하고, 미래를 계획하려는 뇌는 위험 불감증과 성공 확률 과대평가라는 착시들을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인간의 이런 확률적 착시 없이는 문명도, 발명도, 혁신도 모두 불가능했을 것이다.

김대식 KAIST 교수·뇌과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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